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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가을맞이 가디건 사모곡
만연한 가을이다. 하늘이 높아지고 구름은 적어지고 해는 짧아진다. 가을 날씨라고 하면 아침, 밤으론 춥고 낮엔 더운 것이 정석이다. 아침에 외출할 때 춥다고 조금만 두껍게 입었다간 오후 내내 더워해야 한다. 그렇다고 ‘어제 덥더라.’하면서…
지금은 결심을 할 때
지금은 결심을 할 때 문제가 그 자체로 말끔히 풀리지 않는 것은 우연들 때문이다. 문제가 풀리는 것은 결심을 할 때다. -메이브 빈치, <그 겨울의 일주일> 이 구절이 근래 읽은…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6)-스케이트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6) -스케이트편 어릴 때 동네에 롤러 스케이트장이 생겼다. 워낙 어릴 때여서 롤러 스케이트라는 걸 본 적도 없었고 뭔지도 잘 몰랐다. 관심도 없는 나와 동생의 손을 잡아 끈 건 아버지였다.…
오늘 당신은 몇 번째 꿈을 꾸고 있습니까
오늘 당신은 몇 번째 꿈을 꾸고 있습니까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자라면서 쉴새없이 바뀐다. 나 역시 자라는 동안 한 서른 번 쯤은 바뀌었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나’는 화가도…
개기월식을 바라보며
개기월식을 바라보며 그것은 개기일식을 직접 볼 수 없었던 한을 단번에 씻어주는 아름다움이었다. 기차 창밖에 드러난 달은 분명 보름달인데 반달 모양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림자가 서서히 움직여서 반달도 금방 형태를 달리했다. 본래 한달에…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5)- 자전거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5)- 자전거편 100년 뒤에도 인간은 자동차를 타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자동차를 대체할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수단이 생겨나 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100년째가 아니라고 해도…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4)- 달리기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4)- 달리기편 몸이 영혼이 되고 영혼이 몸이 되기 때문에 달리기는 완전한 경험이 된다. 달리기는 예술이자, 예술 그 이상이다. -조쥐 쉬언, <달리기와 존재하기> 무라카미 하루키와 김연수, 빼어난 소설가로 유명한 이…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3)- 복싱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3)- 복싱편 격투기 세계에는 이런 격언이 있다. “복싱이 최강의 격투 기술은 아닐 지 몰라도 복싱 없이는 절대 최강이 될 수 없다.” 나는 이 말에 매료되어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강한…
세상 모든 전기인간들을 위하여
빡! 터진다. 정전기 얘기다. 겨울은 정전기의 계절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겨울철에 금속 물체나 손잡이 등을 만지다가 찌릿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웨터나 목도리 같은 정전기가 생기기 더 쉬운 옷이라도 입은 날엔 하루종일…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2)- 수영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2)- 수영편 나는 물을 좋아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물의 요정’으로 통할 정도다. 비도 좋아하고 물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고 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눈이나 얼음도 좋아하고 심지어 물에 관한 지식을…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 (1) -테니스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 (1) -테니스편 난 운동을 잘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운동을 좋아한다. 직접 하는 것도 좋아하고 관전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이것저것 운동을 배우면서, 언젠가는 재능을…
과잉의 세상에서 미니멀하게 사는 법.
과잉의 세상에서 미니멀하게 사는 것. 지금 시대는 바야흐로 과잉, 잉여의 세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도시는 꽉 차고 쓰레기는 넘치며 사용되지 않는 잉여 생산으로 천문학적 낭비가 발생하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는 인구가 과잉 하여 자원이 부족하고…
뜬금없이 체크남방
뜬금없이 체크남방 베이직하다못해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옷이 있다. 체크무늬 셔츠, 일명 체크남방이다. 패션에서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라지만 체크남방은 그 흔한 유행조차 타지 않는다. 환절기가 되면 어떤 집단에 가든 한 명쯤은 반드시 입고 있는 옷이 체크남방…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없이. 정말 이렇게까지 추워도 되나 싶다. 러시아 모스크바보다, 북극의 아이슬란드보다, 서울 기온이 낮단다. 뉴스만 봤다면 믿기지 않았을 텐데, 밖에 나가니 단박에 이해가 된다. 살을 에는 바람에…
끝의 다음은 정말 시작일까
끝의 다음은 정말 시작일까 12월이 이제 2주 남짓 남았다. 2017년이라는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다가오면 많은 것들이 끝나고 또 다양한 종류의 이별이 찾아오기도 한다. 이런 시기마다 우리는 늘 끝과…
그럼 우리의 시린 발은 누가 지키지
그럼 우리의 시린 발은 누가 지키지 며칠 전 기분 좋은 첫눈이 내리기에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사람이 없는 거리에서 뽀드득 눈을 밟으며 걷는 동안 아무데도 춥지 않았는데, 발이 무척…
너무 편해서 더 멋진, 남자 로퍼
너무 편해서 더 멋진, 남자 로퍼 나는 좋은 신발이 사람을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말을 좋아한다. 신발장수가 의도적으로 만든 말인지도 모르지만, 마음에 드는 신발을 신은 것만으로 정말 조금쯤은 어디로든 갈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