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일’과 ‘사랑하는 일’

봄에는 모두 환하다. 갑작스럽고도 완연한 봄이다. 섣부른 여름이 조금 섞인 것 같기도 한 그런 봄. 지난겨울이 얼마나 추웠든 간에 아무튼 이제 4월이고, 벚꽃은 며칠 새 만발했고, 다운 점퍼나 코트 같은…

천한 일은 있다

  나는 대체적으로 초중고 12년 학창 생활이 다 우울하긴 했다. 대한민국 학교 생활이란게 다 그렇겠지만, 이문열이 희대의 역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쓴 이후로부터도 하나도 달라진 바 없이, 학교란 이 우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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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트, 정성스러운 시간의 맛

진짜 ‘한 입’의 음식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왔을 텐데, 신기하게도 과거를 되짚다 보면 공감의 기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예를 들면, “한 입만~” 같은 말. 절대 안 먹겠다던 형이나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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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살 발라내는 저녁

갈치, 칼치 우스운 얘기지만,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해도 나는 ‘갈치’가 아니라 ‘칼치’가 표준어인 줄 알았다. 가족은 물론이고, 해산물을 싣고 골목을 누비던 봉고나 포터에서 들려오던 확성기 소리, 동네 백반집 메뉴판, 어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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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말고

안되면 되게 하라?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말은,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군대 용어(?)’로 풀이된다. 살아남아야 하는 전장에서 나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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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을 위한 변호

생각해보면 전 세계인들의 주식은 곡물이다. 따지고보면 곡물이라는 메인 베이스 요리 위에 육류, 해산물 등의 ‘사이드 메뉴’가 덧대어진 게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식탁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은 저 먼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아프리카 최남단)에서부터…

낫심과 슈퍼스타들

나는 SPAF(서울 국제 공연 예술제)에서 하는 해외 작품 초청 공연을 매년 거의 빠지지 않고 보는 편이다. 일단 공연 예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영화처럼 해외의 수준 높은 작품이 있다 한들 바로 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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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선생이었다는 건

한때, 나는 선생님이었다. 2015년 2월부터 2017년 11월 23일까지, 3년 간 부산의 한 ‘독학 재수 학원’에서 국어 담당 강사로 근무한 적이 있다. 얼핏 봐선 ‘독학 재수’와 ‘학원’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키워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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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식범(麵食凡)의 면 이야기, 우동

면 요리 먹는 평범한 사람 – 면식범(麵食凡) 방금, 내 멋대로 지어낸 동음이의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얼굴을 아는 범인’를 뜻하는 면식범(面識犯)이 아니라 그냥 ‘면 요리 먹는 평범한 사람’ 면식범(麵食凡). 오늘은 우동에 대해 말해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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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접대 시 센스있게 선방은 하는 5가지 방법

채식주의자인지 반드시 확인하라. 채식주의 열풍은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대적인 채식의 원조는 우리가 한발 늦은 셈이다. 외국인들 중에는 의외로 채식주의자가 많다.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는 확실히 식문화에도 지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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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 그려 놓은 큰 그림 속에 있다

한 아이가 도화지에 그저 검은색을 마냥 칠하고 있다. 다른 아이들이 각자 예쁜 꽃과 좋아하는 동물을 그리는 동안, 그 아이는 도화지를 검게 칠하는데 매진한다. 한 두장이면 괜찮을 텐데 검은색의 도화지는 어느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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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 대한민국이 표준이다.

성씨 ‘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먹는 ‘김’을 말합니다. 네, 하정우 먹방으로 유명한 바로 그 ‘김’ 입니다. 김은 원래 한국인의 밥상에는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었죠. 김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반찬인만큼 그 역사를…

우리는 당신들을 뛰어넘었다

중국 무술에 의권이라는 무술이 있다. 왕향재라는 사람이 1900년대 초반에 창시한 근대 중국 무술이다. 왕향재가 10살 무렵이었을 때 워낙 몸이 약했기에, 그의 부모님은 어린 왕향재가 마을에 사는 고수에게 무술을 배우게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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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

오해가 아닌 것과 가벼운 오해 ‘서구’라고 부르는 이들에게서 ‘개화기’를 맞이한 아시아 국가들은 보통 ‘서구 사회의 산물에 대한 막연한 사대주의’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개화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기술적으로 발전된 것,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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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아름다운 시절은 갔다

‘여행다운 여행’을 가지 못한 지 꽤 되었다. 학생 때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적당한 순간마다 생활의 마디가 손에 잡혔다. 개강과 방학, 예상치 못한 휴강이나 부지런한 친구들이 으레 떠나는 해외연수 같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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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칼럼 – 김보경] 희끗한 봄 냄새

계절이 바뀔 땐 보통 촉각과 시각으로 인지하게 된다. 피부에 닿는 바람과 공기의 온도차로, 혹은 새순이 올라오고 개화하는 식물들의 계절맞이 축포를 보며. 하지만 내가 계절을 느끼는 감각 중 가장 예민한 감각은 코 끝의 감각이라 할 수 있다. 으르렁대며 포효하던 추위가 잦아드는가 싶을 때,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바람이 있다. 해가 내리쬐지도, 공기가 포근하지도 않지만 코끝에 걸린 바람에선 선명한 봄 냄새가 난다. 겨울바람의 비릿함과는 태생이 다르다. 이를테면 습도를 머금은 생기랄까. 가벼운 풋내가 난다. 한 해에 순차적으로 겪게 되는 네 번의 계절이 있다. 중위도 지방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지리적 베네핏. 매년 기간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반짝 지나가버리긴 해도.. 해가 바뀔 때마다 성실하게 순서를 지켜 돌아오는 첫 번째 계절, ‘봄’. 어쩜 이름마저 예쁘다. 가만히 있다가도 심장이 뛰고 엔도르핀이 샘솟는 시기는 단연코 봄이라 할 수 있다. 흩날리는 벚꽃을 맞으며 동막골 광년이처럼 뱅글뱅글 돌기라도 하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책상에 앉아 펜이라도 뱅글뱅글 돌려본다. 그동안 맞이한 서른몇 번의 봄. 미세먼지로 희끗해지긴 했지만, 인생에서 가장 선연하게 기억될 올해의 봄 냄새. 그리고 가족.   얼마 전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평소에 전화 통화는커녕 안부도 잘 묻지 않는 보통의 남매지간이자 하나뿐인 혈육.  오빠였다.  재미도 없고 은근한 꼰대 기질까지 품고 있는, 멋대가리라곤 없는 과묵한 경상도 남자. 마누라한테 꽉 잡혀사는 마누라 바보. 애 둘에 토끼 같은 마누라를 먹여살리느라 불철주야 일하는 짠내 나는 워킹머신.. 내가 지니고 있는 오빠의 이미지는 대략 이랬다. 태생이 과묵하고 무뚝뚝한 아빠의 유전자를 컨트롤 씨 브이로 물려받은 오빠와는 어릴 때부터 대화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빠가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면서 자연스레 왕래가 잦아지는.. 뻔한 전개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간 반 거리의 지역에 살지만 대게는 명절에만 만났다. 그런 오빠에게 밤 11시를 넘긴 시각에 전화가 올 리가 만무했다. 술을 좀 드셨나.. 아니나 다를까, 술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서 출렁대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혀가 꼬이다 못해 곡예하듯 휘청거리는 모양새로 단전부터 끌어올린 잔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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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잡지 않아도 괜찮아요

  많이 불안하죠? 많이 힘들고요. 이 세상엔 내 것 하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질지 몰라요. 행복조차도, 공기조차도, 여유조차도, 사랑조차도, 시간조차도. 그럴수록 우리는, 무언가를 움켜쥐려 해요. 놓치면 안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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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무엇이 그리 바빠 숨 한 번 크게 들이쉬지 못하고 살았을까 불공평한 세상이라지만 주어진 시간과 널려진 공기는 덜 그러할진대 숨 차오르게 한 번 움직여본 뒤에야 내 몸속에 들어온 공기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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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는 서럽다.

한민족이 사랑하는 뚝배기. 요즘은 사람의 머리를 깨는 행위를 ‘뚝배기 깬다’ 고들 하지만, 뚝배기의 어원은 사람의 머리와는 전혀 무관하고 아직까지 정설이 된 뚝배기의 어원은 없다. (다만 ‘뚝배기 깬다’의 어원은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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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고향도 바뀐다.

오래 머물러 있던 곳은 머릿속 기억이 아니라, 온몸의 감각으로 장소의 경험이 몸에 배어든다. 그곳의 냄새, 그곳의 온도, 그곳에서 바라본 노을의 색이나 등 뒤에서 들려오던 아무 의미 없는 소음들까지 온통 그곳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