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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5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하지만 뭐라도 하고 있던
세상만사가 뭐든 자기 맘대로 흘러갈수 있는 법은 아니라지만, 사실 요 몇 년은 본업에 관해서라면 상당히 깝깝한 시간이었다. 내 본업은 누차 말해왔지만 극작가이다. 그것도 연극 대본을 쓰는 작가. 이 말을 어디가서 하면…
치사해지지 말자.
휴, 치사해질 뻔 했다. 불과 3주 전, 예상치 못한 지출로 당장의 현금이 바닥날 상황에 처했다. 애초에 몇 백, 몇 천을 여유자금으로 굴릴만한 형편도 아니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을 만큼 현금이 부족해졌다. ‘물이…
흔들리며 선명해지는 것들
‘라면 부스러기 맛’ 기억 어릴 적의 기억들을 ‘맛’으로 이름 붙인다면, 아마 비슷한 연령대에게는 비슷한 이름의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달고나’ 맛 기억, ‘솜사탕’ 맛 기억, ‘감기 시럽약’ 맛 기억 등등의 방식으로. 내게는 ‘부스러기’…
닭도리탕 vs. 닭볶음탕
닭도리탕이냐 닭볶음탕이냐 논쟁은 국립국어원의 권고로 닭볶음탕으로 결론 내려진 듯 하다. 국내 모든 아나운서들이 닭도리탕 대신에 닭볶음탕을 쓰고 있고, 공중파나 케이블 할 것 없이 먹방프로그램에서조차 닭도리탕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메뉴판에서…
유럽 바다와 함께한 시간들
바다와 함께한 시간들 ‘흐르는 물’과 ‘넓고 거대한 바다’와 같은 존재는 치유의 힘이 있다. 씻어버리고 싶은 상처, 떨쳐내고 싶은 아픔. 가슴 답답할 때 우린 샤워를 하거나 바다를 찾는다. 한국으로 복귀해 떠난 강릉 바다.…
육개장의 내력을 곱씹다.
뜨끈한 국물을 즐길 수 있는 막바지 ‘봄인가..?’ 싶었는데 갑작스레 여름이 시작된 것 같다. 불과 2주 전까지 잘만 입고 다니던 청바지가 갑갑하고 덥다. 그래도 큰 일교차 덕에 저녁부터는 선선했는데, 그마저도 간당간당하다. 슬슬 밤공기에서…
동생의 숯불치킨
막내의 서러움 8살 터울의 남동생이 오늘, 가게를 오픈했다. 꽤 오래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숯불 치킨 가게를 직접 인수한 거다. 제 손으로 직접 번 천만 원이 넘는 돈과, 소상공인 대출을 더해 가게를 받았다고 했다.…
가장 한국적인 건 가장 세계적일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우리는 참 목놓아 떠들어왔다. 한복, 국악, 김치, 케이팝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세계에서 통할만하며 아름답다고 말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이 방면에서 ‘두 유 노우 킴취’…
아무도 시키지 않는 일을 하자.
난간이 뭐길래 중학교 1학년 때, 내 청소 구역은 2층 계단이었다. 청소 첫날, 깐깐하고 히스테릭한 성격의 담임선생님은 각 구역을 돌며 학생들에게 ‘제대로 청소하는 방법’을 지도했다.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자기…
어제보다 나은 오늘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나의 인생 모토는 별다를게 없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이게 전부다. 이게 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려가게 된다. 문제는 좀 컨디션이…
아내와 10년 동안 여행 중
10년 동안 여행 중 그녀는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나도 그녀의 삶을 그렇게 바꿔 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우린 우리의 삶을 스스로 바꿔 놓았다. ‘스스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긴 했지만, 우리가…
까슬까슬, 봄의 코인 세탁소
봄비, 봄의 세수 봄비라기엔 꽤 거센 비가 내렸다. 우산을 깜빡한 사람인 척, 기분 좋게 맞을 수 있는 봄비는 아니었다. 4월인데도 자릴 뜨지 않는 겨울의 묵은 때들을 다 씻겨내려는 것처럼, 밖은 우중충하고 쌀쌀했다.…
함부로 목숨 걸지 않는 사랑
10년 차 프로 연애러 지금의 연인을 스물에 만나 어느덧 둘 다 서른이 되었다. 연차로 보나, 나이로 보나 이제 결혼이 어울릴 만한 나이인데 돈이 없어 미루고만 있다. 많은 인생 선배들은 ‘아무리 없어도 살면,…
유독 욕구에 인색한 나라
군대에 있을 때 GOP에서 근무했다. (GOP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그냥 쉽게 말해서 애국가 나올 때 38선 철책을 훑으며 가는 군인들, 걔네가 있는 곳이 GOP다.) GOP는 근무의 형태가 좀 괴랄하기…
여행이 정답은 아니다
‘여행’, 참 흔한 말이 되어버렸다. 1989년 1월 1일을 기해서 ‘여행자유화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니까 그전에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없었다는 말. 관광 여권은 83년에야 처음 생겼고 발급 나이는 50세 이상으로 제한되었다. 게다가 관광…
남북정상회담 만찬메뉴 들여다보기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마쳤다. 물론 정치성향에 따라 회담의 결과에 대한 서로의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 땅에서 펼쳐진 잔치상에 최고의 음식과 술을 살펴보기엔 이만한 이벤트가 없을 것이다. 정상회담은 그 시작전부터 많은 것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