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가치 있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된다. 황제는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을 뜻하니 명품 같은 물건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높은 존재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단어를 합쳐 명품의 황제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다. 관심 있다면 들어보았을 이름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다. 그가 명품의 황제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명품 브랜드의 회장이 아니라 70여 개의 명품 브랜드가 한데 모여있는 그룹, 거대 명품 왕국의 회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고 있는 유명한 브랜드들 루이 비통ㆍ디올ㆍ펜디ㆍ지방시 같은 패션 브랜드에서 불가리ㆍ쇼메ㆍ태그호이어 등 시계ㆍ주얼리 브랜드, 거기다 화장품, 주류까지 마치 명품을 수집한듯하다. LVMH 그룹의 지난해 매출액은 376억 유로, 한화로 약 48조 7,630억 원으로 경쟁사의 3배에 달하는 매출이니 단연 명품의 황제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아르노는 프랑스 출신으로 사업가 집안에서  태어나 가업인 부동산 개발사업을 했다. 32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부동산 사업을 진행하던 중 디올의 모기업인 부삭의 파산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르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본국으로 귀국하여 기업 인수 플랜을 세웠고 아버지와 투자자들을 설득해 자본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부삭 이사진과 정부 인사들을 설득한 끝에 1984년 그는 부삭을 인수했다. 당시 35세의 젊은 나이의 부동산 사업가였던 그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2년 후 파산 직전이었던 부삭은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 이것은 아르노가 럭셔리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초석이 된다.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부동산 사업을 하다 갑자기 명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파격적으로 보인다. 당시 여론이 부정적이었다는 것으로 보아 비단 일반인의 시각에서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평소 아르노는 미술 애호가로 예술적이고 창조적인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니 이런 부분이 그의 사업가적인 기질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아르노는 ‘부삭’을 인수했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럭셔리 기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자신이 했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2년 만에 회사를 흑자로 돌려놓은 후 이를 발판 삼아 40세에 LVMH까지 인수하며 럭셔리 왕국을 만들어냈다. 아르노가 LVMH를 쟁취하기까지의 과정은 단순히 인수했다는 한마디로 끝낼 부분은 아니다.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는 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LVMH는 모엣&샹동과 헤네시가 뭉친 모엣 헤네시가 루이 비통과 합병해 1987년 탄생한 회사다. 당시 주류 사업을 맡은 모엣 헤네시 출신의 슈발리에 회장과 패션 사업을 맡은 루이 비통 출신의 라카미에 부회장 사이에 권력 다툼이 치열했고 아르노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법정 공방 끝에 LVMH를 인수하기에 이른다. 이후로 다른 명품 브랜드들이 합류하며 회사는 급성장했고 지금의 LVMH에 이르렀다.

지금은 아르노라는 이름 앞에 명품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 과정이 화려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부삭’을 인수한 아르노는 아주 냉혹한 사업가 기질을 보이며 백화점을 제외한 사업 분야를 정리하고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다. 사업을 확장하며 무차별적으로 M&A를 추진하고 정리해고하는 사업방식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명품의 황제로 불리기도 하지만 냉혹한 사업가, 캐시미어를 두른 늑대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오명 따위는 우습다는 듯 그룹 주가 상승으로 올해 4월에는 세계 최고의 갑부 워렌 버핏을 제치고 세계 3위의 부자에 등극하며 전설이 되었다. 

아르노가 더욱더 대단하게 여겨지는 것은 거대하게 확장된 회사가 휘청거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에 속해 있는 브랜드들에 분권화된 전략으로 각 회사의 적임자가 경영을 도맡아 책임지게 하고 그룹의 경영진은 브랜드 책임자들과 함께 전략을 끌어내고 그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룹이 통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브랜드별로 자율성을 보장해 정체성을 유지하며 발전해나갔다. 그리고 럭셔리, 즉 특정 집단의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장인 가문의 제품을 명품이라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장해 대중화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사실 명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는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의 사장이나 회장의 이름 따위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선호하는 브랜드의 디자인과 이미지뿐 아니라 이런 뒷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소설책만큼이나 흥미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