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는 가족, 드라마, 액션, 로맨스, 코미디, 공상과학, 판타지,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전쟁, 역사, 뮤지컬,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단순히 한가지 장르로 충실하게 진행되는 영화도 있지만 스토리를 풍부하게 하고 작품의 정서를 다양하게 만들어 내기 위해 여러 장르를 서로 융합시키는 경우도 있다. 

<크리스마스 악몽>처럼 판타지, 공포, 뮤지컬 요소를 결합한 애니메이션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관객의 취향도 변해 가기 때문에 이미 관습화한 장르들이 서로 융합하여 새로운 장르로 발전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비슷한 일련의 영화들이 제작되게 마련이다. 이러한 유행적 측면이 바로 장르 영화를 생산하고 존속하는 기본 원리다. 한 영화가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하면 그런 비슷한 취향의 영화가 제작될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장르는 지역과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성장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인도는 활기차고 리듬감 있는 ‘뮤지컬’ 장르를 사랑한다. 그래서 인도 영화는 전체가 뮤지컬 영화이거나 모든 영화 속에 뮤지컬적인 요소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영화는 대중의 취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영화 장르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생성되면서 변화해 간다. 장르의 법칙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변화와 대중의 관심에 따라 진화, 수용, 변형된다. 장르는 단순히 말해 현실을 투영하는 창문이며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다. 사회 현실의 변화 과정에 따라 장르 역시 함께 변화한다. 

까마득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중국, 홍콩 영화들이 인기였다. 이후 할리우드 액션 영화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 영화는 주로 로맨스 영화가 강세였다. 역사 장르의 경우 방대한 내용 때문인지 주로 사극 드라마로 제작되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실제 있었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많은 인기를 끈 작품도 있었다. 지금은 사극 영화의 인기로 매년 다른 소재의 사극 영화들이 등장하고 있다. 

당장 기억나는 영화는 2005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 작품, 왕의 남자이다. 당시 매우 파격적인 영화였고 인기도 대단해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더욱 유명해졌다. 이후 꾸준히 역사의 주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사극 영화들이 소개되었다. 광해-왕이 된 남자, 명량 등의 사극은 각기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인기를 끌었다. 

올여름 극장가에 한국 영화들이 대거 개봉하며 2점의 작품은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초기부터 천만 관객이 나올까? 라는 기대감을 모았던 ‘나랏말싸미’와 아직 개봉 전인 ‘봉오동 전투’가 있다. 그 중 ‘나랏말싸미’라는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인기 순위에서 내림세를 보인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를 배경으로 주연 배우가 송강호라는 점만으로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을 듯하다. 그런데 개봉하자마자 역사 왜곡이라니? 가만 보니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의 시작’이라는 글귀는 마치 우리가 모르는 역사적 사실이 숨어있을 것만 같다. 영화 도입부에는 역사 왜곡 시비를 예상한 듯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포스터와 각종 홍보 영상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과연 실화를 바탕으로 재 각색된 내용이니 영화는 영화로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관람을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꼭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하면 인물묘사나 줄거리에 대해 논란이 따른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는 영화로 보는 편이라 사실적인 배경이 100% 반영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적 재미가 있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왠지 우리나라의 역사가 왜곡된 영화는 감정적인 부분이 앞서며 까다롭게 보게 된다.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한글 창제는 세종대왕의 업적이라 알고 있으며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위인 중 한 명의 전기를 소재로 했다면 더욱더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다. 적어도 홍보에 치중하여 마치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불편한 기분이다. 기본적으로 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픽션이라면 시원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된다. 사실은 아니지만 이런 해석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은 관객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