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1일 사전투표 이틀간 유권자 4399만4247명 중 1174만267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사전투표율은 26.69%로 사전투표 제도가 전국 단위 선거에 처음 적용된 2014년 6·4 지방선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노년층이나 육아맘, 20대 들이 투표를 꺼릴 것이기 때문에 투표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기에 더욱 놀라운 수치이다.

사전투표 현장 분위기는 숫자로 나타나는 투표율 보다 뜨거웠다.

사람들은 체온을 측정하고, 손 소독을 하고, 일회용장갑을 착용하고, 짧지 않은 시간 대기해야 했지만 그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투표에 참가했다.

일부에서는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투표일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래서 실제로는 전체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물론 그런 이유로 사전투표에 참가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2.7%로 20대 총선 때 조사한 결과(63.9%, 최종 투표율 58%)보다 8.8% 포인트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60.2%)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역대급 사전투표율은 어떤 민심을 담고 있을까? 어느 정당에게 유리할까?

투표율과 진영의 상관관계는 이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투표에 적극적인 노년층에 비해 젊은층은 투표에 무관심하던 과거에는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유리하고, 투표율이 낮으면 보수가 유리하다는 공식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60세 이상은 더 이상 보수의 주 지지층이 아니기도 하고,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시기에 보수쪽이 승리한 경우도 있었기에 투표율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당시 여론의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2017년 대선은 탄핵 정국으로 5명의 후보가 출마했지만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 되던 시기였다. 사전투표율은 26.06%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지방선거는 탄핵의 분위기가 이어진 선거였다. 그때도 사전투표율은 20.1%를 기록했으며, 투표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사전투표는 소위 말하는 중도층, 무당층 보다 적극 지지층이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뚜렷하다. 더 고민할 필요가 없기에 일찌감치 투표를 하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의 우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집권 여당을 혼내주기 위해 사전투표에 나서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부분은 지역별 투표율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서 전남은 35.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대구(23.6%)였다.

대구가 코로나 확진자가 가장 많아서 투표장에 나오기를 꺼렸다는 분석도 있는데,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확진자가 비교적 적은 제주(24.7%)가 하위권인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가장 최근 대구가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난 2012년 대선이었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팽팽하게 맞설 때 대구, 경북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고,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그 후로 거의 모든 선거에서 대구는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보수 계열은 번번이 패배했다. 반면, 전남은 2014년 지방 선거부터 지역별 투표율 1위를 거의 놓치지 않았다.

양 진영 주요 지지층의 결집력이 차이가 난다면 뻔한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유시민 이사장이 민주진보진영의 압승을 예상하는 것도 당연한 분석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측과 전망이기에 실제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어느 진영의 승리를 기뻐하기 보다는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것이 반갑다. 투표의 중요성은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들었겠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정말로 중요하다.

그리고, 그 보다 중요한 것은 나와 견해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입장이 있고, 정치적 견해가 있다. 자신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다르면 논쟁이나 다툼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빨갱이라느니 꼴통이라느니 치부해 버리는 것은 유치한 놀이이다. 관용은 다른 견해와 입장을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인정하면 된다. 나와 다를 수 있다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정치세력은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