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보통 2~3주 정도 격리 치료를 받는다. 그러면 병원비가 얼마나 될까?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비 추정치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검사비 16만원, 경증 환자 330만원, 중증도환자 1196만원, 위급한 환자 7000만원 가량을 지원해 본인부담 진료비는 ‘0원’이다.

수치가 잘못된 게 아닌가 다시봐도 코로나 치료비는 ‘0’원이다.

살인적인 병원비를 자랑하는 미국의 경우 보험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평균 치료비는 약 4300만원 정도이다. 가벼운 맹장 수술이 3000만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저렴한(?) 수준이라 볼 수도 있다. 다만, 보험이 없다면 9000만원 정도 병원비를 내야 한다.

독일도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은 현재 229명의 외국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데 이들을 치료하는 데 지금까지 2000만 유로(2179만 달러, 260억원)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명당 1억원이 넘게 드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치료비 ‘0원’이 가능한 이유는 건강보험에서 80%를 부담하고 국가에서 20%를 부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국민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그리고 이게 다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주위의 반대를 무릎쓰고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여러 정권에 걸쳐 조금씩 수정되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건강보험 제도를 처음 도입한 것은 박정희 정권이 맞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한 것은 주요 의료기관이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진료거부를 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커지자 부랴부랴 도입한 것.

하지만 1500명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제도였다. 당시 정부의 재정이 넉넉지 않았기 때문에 재벌기업이 거의 대부분의 재원을 마련했고, 당연히 대기업 종사자 중심의 의료보험제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 정권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1986년 부천 성고문 사건이 불거져 여론이 악화되자 여론을 달래기 위한 일종의 당근책이었다. 하지만 87년 민주화항쟁이 이어지면서 전두환 정권이 추진했던 대부분의 정책은 시행되지 못했고, 전국민 의료보험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1987년 노태우 후보는 전국민 건강보험 공약을 내걸었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자신의 공약대로 1989년 전국민의료보험을 실시한다. 하지만 노태우 대통령이 실시한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도 수백개에 달하는 건강보험조합을 통합하지 못했다. 재원이 풍부한 건강보험 조합에 가입된 사람은 병원비 부담이 덜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병원비 부담이 컸다. 지금의 건강보험은 소득에 따라 보험비를 다르게 내기 때문에 소득 재분배 효과가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이후 김대중 대통령은 각 조합의 통합을 통해 비로소 전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온전한 모습을 완성했다.

정리하자면 한국의 의료보험은 박정희 정권 때 시작됐고, 전두환 정권 때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 계획이 발표된 뒤, 노태우 정권 때 전국민의료보험으로 확대됐고, 김대중 정권 때 지금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완성됐다.

첫 시작은, 정책 도입 이유가 어떻든, 박정희 대통령이 맞다. 하지만, 그 계통에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 세력은 전국민 건강보험에 불만이 있어 보인다. 어떻게든 영리병원을 도입하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영리병원은 쉽게 말하자면 ‘돈 있는 사람은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여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다.

지금이야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우리도 1980년대 후반까지는 미국처럼 각기 다른 의료보험이 난립하고 있었다. 그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분명 역사의 퇴행이다.

지금은 알바를 해도 ‘4대 보험’이 당연한 시대이고, 감기로 동네 병원에 가면 1만원 남짓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은 마트에 가면 자신의 증상에 맞는 각종 약을 구입할 수 있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최선이겠지만, 난 그런 나라에 살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