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정보 아무 것도 모르는 뇌청순 상태에서 쓰는 칸투칸 제품 리뷰_이번은 예외>

 

내 직업은 영상 제작자인데 얼마 전 산행정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지역마다 좋은 산을 추천하는 포맷이라 한 번 산을 타면 구석구석 열댓시간은 예사다. 한회분을 이틀 촬영하니 스무시간, 거의 하루가량 산에 있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등산바지 달랑 한 벌 있는지라 이걸로는 감당이 안 되리라는 예상. 성큼 다가온 여름 초입, 시원한 바지가 필요했다. 이때다 싶어 칸투칸 홈페이지를 꼼꼼히 둘러봤다. 그렇게 담당자에게 어필해 받은 Z208 레귤러 핏 바지.

원래는 이게 정장 바지다.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비즈니스 웨어로 출시된 것. 내가 이 제품을 택한 이유는 제품 페이지의 내용 때문이었다. 모델이 점프를 뛰고 다리를 높이 올리고 하는 사진들, 스턴트맨 수준으로 격한 움직임을 보인다거나 바지로 줄넘기를 하고, 바지에 사정없이 물을 쏟아버리는 영상들. 말이 정장 바지지 트레이닝팬츠보다 더 편해 보였다. 평소에도 두루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계산에 넣었다.

지난번까지는 제품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 제품을 경험하며 느낌을 적어나갔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필요했던 제품인지라 정보가 숙지된 상태로 리뷰를 시작한다. 제품 페이지의 내용이 정말인지 검증하는 절차가 될 거 같다. (이번이 예외적인 경우고, 뇌청순 리뷰는 앞으로 계속된다)

그런데 아뿔싸, 요즘 살이 조금 빠졌다고 자만한 탓인가, 한 치수 작게 요청하는 패기를 부렸다. 결과는 대실패. 다리는 어찌어찌 욱여 들어가는데 허리가 잠기지 않는다. 새끼손가락 한마디 정도 거리. 다시 보내달라고 할까? 아니, 이 정도면 약간만 더 빼면 될 듯 싶어 다시 한 번 패기를 부려본다. 인내를 거듭하며 반주와 야식을 참기로 결심.

 

다이어트는 장기전이라건만 성질 급한 나는 며칠 만에 바지를 다시 입어봤다. 기대를 크게 안 했는데 버클이 잠긴다! 그 사이에 얼마나 빠졌는가 싶어 체중계에 올라보니 고작 1KG 정도 빠졌을 뿐. 운동을 따로 했던 것도 아니라서 체형이 달라졌을 리도 없다. 근데 이게 된다. 숨을 좀 참아야 하지만 어쨌든 잠긴다. 입을 수는 있게 되었다. 짧은 노력의 성과도 있었겠지만 허리 옆 밴드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

집에 전신거울이 화장실밖에 없는지라

일단 입고 보니 핏도 괜찮은 것 같다. 한 치수 크게 입었으면 허벅지 통도 덩달아 커져 어중간했을텐데 (우리 엄마는 그런걸 때뚱하다고 표현한다) 좌우로 4cm씩 늘어나는 밴드 덕에 다리에 딱 맞게 입을 수 있어 좋았다. 약간 타이트한 감이 아직 있긴 하지만, 펑퍼짐하게 입는 것보다 어느정도 붙는 편이 낫다. 한동안만 더 노력하면 허리도 제법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입는 데 성공했으니 제품 페이지에서처럼 나도 다리를 쭉 들어 올려봤다. 허리를 겨우 잠글 만큼 아직은 타이트한데 다리가 너무 쉽게 올라간다. 성기거나 조이는 느낌이 전혀 없다. 다리를 계속 들었다 내렸다 해도 동작에 방해가 없다. 크레오사라는 원사로 제작해서 그렇다는데, 나는 그 재료가 뭔지 잘 모르지만 엄청 편하다는 건 몸으로 확 느껴진다. 그냥 잘 늘어나는 게 아니라 몸 움직임에 맞춰서 쭉 펴졌다가 당겨진다. 신기하다. 몸이 엄청 커졌다 원래대로 돌아와도 찢어지지 않는 헐크 바지가 이 소재로 만든걸까? 쪼그려 앉아도 가랑이 터질 걱정 없고, 높은 곳을 오르내려도 문제없을 듯 싶다. 스쿼트라도 해 볼 까 생각만한다.

감촉도 좋다. 요즘 날씨가 슬슬 더워져 집에서 냉장고 바지를 즐겨 입는데 그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접촉 냉감 소재를 사용했다는데 확실히 시원했다. 맨다리보다 입고 있는 편이 더 시원할 정도. 원단이 워낙 얇은 것도 한 몫 하는 듯.

발수 가공처리가 되어있다고 해서 샤워기로 물도 흠뻑 뿌려보았다. 물이 흡수되지 않고 송골송골 맺힌다. 바지를 뒤집어보니 안쪽에는 조금도 스며들지 않았다. 그대로 툭툭 털었더니 언제 물에 적셨냐는 듯 보송보송하다. 아직 입고 땀을 내보지는 못했지만 땀을 많이 흘린다 해도 허벅지에 달라붙는 것 없이 쾌적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다음에 입고 산행을 해 본 뒤 정확한 느낌을 적어볼 예정이다.

내구성 테스트를 위해 방에서 블록을 조립하던 아이들을 불러 바지에 태워봤다. 큰 아이가 21kg, 둘째 아이가 16kg이다. 사물이랑 달리 사람은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두 아이가 몸을 들썩이고 잡아당기는데도 바지가 잘 버틴다.  나도 타볼까 하다가 들어줄 사람이 없어 포기한다. 하긴, 사람으로 될 일도 아니다.

어디 하나라도 뜯어보려고 바닥에 놓고 힘껏 당겨보아도 쭉쭉 잘 늘어나기만 할 뿐 터짐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라텍스 밴드 대신 운동할 때 써도 될 것 같다. 역시 하진 않겠지만.

 

 

여기까지 일단 ‘Z208 레귤러 핏 쿨 바지’에 대한 나름의 테스트였다. 착장 후 아웃도어에서 활동감을 보여주고 싶은데 아직 허리가 약간 더 줄어야 할 것 같다. 다음 산행 촬영 때에는 아무쪼록 이 바지를 입고 갈 수 있도록 애써봐야겠다. 조만간 ‘Z208 레귤러 핏 쿨 바지’에 대한 아웃도어 체험기를 들고 올 것을 약속한다. ‘정장바지 입고 산타기’라는 컨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