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evening of Fourplay]는 1994년 제작된 영상으로 최고의 컨템포레리 재즈 그룹인 포플레이의 공연 실황을 담은 것이다. 포플레이의 초창기 명곡들을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설적인 멤버들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어서 지금도 종종 찾아보곤 한다. 포플레이 멤버들의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 개인적으로 이 영상의 가장 백미는 객원 코러스로 참가했던 필 페리(Phil perry)의 솔로 파트를 꼽겠다. 코러스 세션으로 영상 내내 크게 부각되지는 않던 필 페리는 영상 후반부 [After the dance]의 말미 즈음 20초 간의 솔로파트에서 완벽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 순간 터져나오는 고음에서 느꼈던 전율은 내 생에 다시는 느끼지 못할 것 같은 정도의 짜릿함이었다. 이후 필 페리의 곡들과 영상을 찾아 들어보게 되었는데, 자동차 정비기능사처럼 노래에도 자격증이 있다면 이 사람은 가히 자동차 정비 기능장이라고 할 정도로 대가의 풍모가 느껴졌었다. [George Duke & Phil perry – Forever(Montreux 1992)] 를 보면 그의 기량이 폭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는 특유의 동작과 여유로운 제스처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신은 다 주지는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쉽게도 신은 그에게 당시에는 외모와 패션 센스 만큼은 주지 않은게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의 아재스러운, 전혀 관리하지 않은 듯한 외모에서 터져나오는 미성과 고음은 반전 중에 반전이다.  

유튜브 덕분에 아티스트들의 가장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최근 모습을 찾는게 어렵다. 얼마 전 유튜브에 2020년 자바 재즈페스티벌에 참가한 필 페리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국에서는 거의 인지도가 없기도 하거니와 미디어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기에 근황을 전혀 알지 못했던 터라 반가웠다. 예전의 풍채를 생각해 보면 몰라볼 정도로 마르고 노쇠한 모습이었다. 52년 출생이니 어느덧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됐다. 가창력은 예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음정도, 호흡도 불안정했다. 그래도 이렇게 영상으로나마 2020년에도 아직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겨우 30대 중반인 내가 이렇게 말하기엔 애늙은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던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접할 때면 세월이 속절 없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