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처제가 쌍둥이인 덕에 우리 셋은 고등학생 때부터 친구처럼 지내왔다. 요즘 5살, 3살 난 두 조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처제의 오전 시간이 그나마 여유로워졌다. 아주 이른 나이이지만 그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사회생활이 필요한 법이다. 하원 후에 재잘재잘 어린이집에서 즐거웠던 이야기를 말하지만,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도 있었는지 어떤 날에는 괜히 짜증을 내고, 또 어떤 날에는 이른 저녁부터 곯아떨어지기도 한단다. 조카야, 원래 사회생활이 다 그런 거란다.

사람은 자라면서 인간관계의  3가지 변화를 겪는다. 첫 변화는 가족과 친척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부모라는 가장 친밀한 울타리가 이모나 삼촌, 고모, 사촌 동생 등 친척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조금씩 넓어진다. 다시 말해 혈연의 맥을 짚어나가는 단계다. 두 번째 변화는 나의 조카들처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을 다니면서 친구와 선,후배들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친해졌다가 멀어지고, 알량한 권력 다툼에 휘말리고, 그러다 가족보다 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얻기도 한다. 학연, 지연 등의 인맥이 형성되는 단계다.

인간관계의 세 번째 변화는 주로 대학 졸업 즈음에 시작된다. 그저 사람이 좋아서, 서로 대화가 잘 통해서 만나던 친구들이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도움이 될 것만 같은 사람에게 더 친절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너무 속물인가?’ 싶은 찝찝함을 느끼기도 하고, 진정한 사회인이 되는 과정을 즐기며 진취적으로 인맥을 쌓아가기도 한다. 졸업 이후 취업이나 창업을 하고 나면 아무 조건 없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던 가족이나 친구 같은 인맥보다는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 비즈니스 인맥이 주를 이루게 된다. 비즈니스 인맥에도 지연이나 학연이 많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남은 인생 내내 어쩌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비즈니스 인맥을 위한 3가지 팁을 전한다.

  1. 누구나 관심받길 원한다는 걸 잊지 말자

비즈니스 인맥의 표면적인 특징 중 하나는 ‘서로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같이 먹고 자는 가족끼리 씻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흠이 아니다. 요즘 같은 여름에 친한 친구와 집 앞에서 맥주를 마시러 갈 때,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는 게 이상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우선 서로에게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라도 말끔한 모습이 중요하다. 씻는 것은 기본이고 면도나 손톱 정리, 헤어스타일과 깔끔한 차림새까지 챙겨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모습이 상대방에게 자신을 ‘믿을 만한 사람’으로 인지시켜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잘 관리하고 치장하는 데 집중한다. 피부 관리를 받고, 세련된 옷을 입고, 명품 시계나 외제차를 무리해서 구입한다. 하지만 이렇게 남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원래 의도와는 달리 상대방에게 거만하거나 부담스러운 이미지로 각인될 수도 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사람은 누구나 관심받길 원한다. 상대방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당신처럼, 상대방도 당신에게 인정받고 관심받길 바라고 있다.

때문에 비즈니스 인맥에서 자신을 잘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노력과 수고와 변화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헤어스타일이나 옷, 시계, 차와 같은 외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건강이나 최근 관련 시장의 동향, 시사 이슈 등 조금 더 내밀한 부분일 수도 있다. ‘지금 만나고 있는 당신과 당신의 사업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은 ‘요즘 내가 얼마나 잘 나가는지, 내 사업이 얼마나 잘 되는지’를 자랑하는 것보다 비즈니스 인맥 관리에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 될 것이다.

  1. 부캐가 망가져도 본캐는 보호하자

피를 나눈 가족도 내 마음 같지 않고 10년, 20년 지기 친구와도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는데 비즈니스 인맥이라고 모든 것이 원활할 리가 없다. 비즈니스 자체의 어려움이나 계약상의 이견 같은 공적인 마찰 외에도, 인간 대 인간으로서 실망을 하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비즈니스 인맥으로 만났다가 서로 마음이 잘 맞아 사적으로도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을 때, 상대방이 매몰차게 대하면 그 상처는 배로 깊어진다.

정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비즈니스 인맥은 결국 비즈니스 인맥’이라는 마인드를 세팅해두는 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유용하다. 이런 방식의 일반화에 항의하고 싶은 분들도 계실 테다. 실제로 비즈니스 때문에 만나 가족보다 더 진한 사이가 된 사례도 많으니까. 하지만 그런 기대로 섣불리 마음을 줬다가 상처받은 사례가 비교할 수도 없이 더 많을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덜 받는 방법은 마음을 덜 주는 방어적인 태도가 가장 확실하다.

비즈니스 인맥에서 상처를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구분하는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비즈니스 인맥을 공적인 영역으로 두려면 다소 정 없는 마인드, 방어적인 태도가 불가피하다. 물론 겉으로는 적극적인 애정과 관심, 신뢰를 드러내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벙커와 같은 영역을 잃지 말자는 의미다. 일종의 본캐와 부캐를 확실하게 설정하는 일이다. 부캐의 영역인 비즈니스가 망가져도, 본캐인 자기 자신은 망가져선 안된다. 더 나아가 사람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실망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상황은 수습하고 나면 사라지지만 사람은 곁에 남아 있을 테니까.

  1. 권리와 태도를 구분하자

간혹 식당이나 관공서에 가면 그런 사람들이 있다. 직원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저 혼자 화가 나서 씩씩대며 뭔가를 요구하는 사람들.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딱히 못 해줄 일도 아니어서 화를 내지 않아도 되는 요구인 경우.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 상대방을 몰아붙이거나 화를 낸다. ‘쉽게 보이면 자신을 깔보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종종 비슷한 태도를 취할 때가 있다. 특히 비즈니스 인맥에서 뭔가 요구하거나, 내 권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괜히 사무적이고 냉철해진다. 틈을 보여선 안 된다는 의식적인 행동이자, 암묵적으로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반대로 상대방이 매우 친철하거나 무른 것처럼 보이면 스리슬쩍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떠보기도 한다. 하지만 굳이 그런 방식으로 권리와 태도를 일치시키는 것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냉정하거나 불친절할 필요는 없고, 반대로 누군가가 친절하다고 해서 그의 권리를 가볍게 보아서도 안 된다. 특히 비즈니스 관계에서 각자의 권리와 의무는 감정이 배제된 약속이기 때문에, 친절함이나 냉철함 같은 태도와 결부지어 판단해서도, 판단되어서도 안 된다. 우리는 젠틀하게 거절하고, 겸손하게 자신의 공을 인정하며, 담백하고 차분하게 요구할 수 있다. 능숙한 비즈니스 인맥 관리자는 만인에게 친절하지만,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