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엄청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세금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며 조세저항운동을 벌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무주택자가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참 어렵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이 토론회에 나와서 부동산 정책이 너무 강력하면 집값이 폭락할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해도 안 떨어질 겁니다. 부동산이 뭐 이게 어제 오늘 일입니까’라고 했을까.

다른 모든 논란은 잠시 덮어두고, 한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하나? 일부 사람들은 집값이 지금의 절반 정도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건 엄청난 경제위기를 원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20억 아파트 값이 10억으로 떨어진다고 해서 당장 그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출을 끼고 산다고 해도 적어도 2~3억은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7~8억에 이르는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나?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면 오히려 현금부자들이 더 많은 부동산을 사들일 것이 자명하다. 부동산 가격이 40% 가까이 폭락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대출 받은 집 한 채 있던 서민들은 길거리로 쫓겨났고 싼 값에 부동산을 사들인 부자들은 이후 더 큰 부자가 됐다. 이미 눈으로 확인한 일이다.

따라서 부동산 정책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급등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지금도 전월세를 전전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현실이다.

물가 상승률 수준의 주택 가격 상승을 유지하면서 신혼부부나 서민들에게는 임대주택을 제공해 주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이다. 거기에 임금 수준이 좀 더 높아져서 10~15년 정도 차곡차곡 모으면 집 한 채 살 수 있는 기반이 되면 더 좋고. 사실 지금도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 같은 정부 보증 대출을 이용하면 내 집 마련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경제지와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며 시장에 맡겨두라는 메시지를 연일 내고 있다. 과연 부동산 가격이 오른게 정부의 정책 때문일까? 시장에 맡겨두면 안정이 될까?

부동산이 급등하는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 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왜일까? 사람들이 부동산을 ‘안전자산’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다른 자산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흔들리지만 부동산은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왔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부동산 문제는 세계 모든 나라에서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땅덩어리가 좁다 보니 부동산 사랑이 남다르다는 말도 있는데, 중국도 집값 상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올랐다. 시난차이징(西南財經)대의 중국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집값 급등에 무주택자들 사이에선 주택구매 수요가 떨어진 반면, 오히려 다주택자들의 수요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처럼 투기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유럽의 집값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이후 10년 동안 베를린, 뮌헨 등 독일 7개 도시의 주택가격은 평균 118.4% 상승했다. 영국 런던은 92%, 프랑스 파리 집값은 62.5% 올랐다. 유럽 주요 도시의 집값을 올린 것도 시중에 넘치는 돈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부동산 안정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을까?

먼저 영국은 2016년과 2018년 차례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등록세율, 우리나라의 취득세를 올렸다.

집값이 25만 파운드(한화 3억7천만 원) 이하일 경우 세율은 2%지만, 150만 파운드(22억 원)가 넘으면 세율이 12%로 급등해 등록세만 3억 원 정도를 내야 한다. 게다가 다주택자는 3%가 추가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잠재적 부동산 매수자들의 대출 제한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2018년 취득세를 강화했다. 집이 한 채라면 세율이 낮지만 다주택자는 집값에 따라 15~30%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프랑스는 2018년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고, 양도세는 19%를 부과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대신 보유 기간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데 22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가 면제된다.

캐나다와 스웨덴도 매수자가 집을 살 때 빌릴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부동산 정책을 펼치고 있다.

즉, 공통적으로 대출을 제한하고, 고가의 주택이나 다주택자에게는 높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취하고 있는 방향과 유사하다.

WSJ은 최근 한국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단기 부동산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올리고 고가 다주택 소유자·법인에 대한 보유세를 높인 것을 거론하면서 “이제 한국은 다른 경제 선진국과 같은 도전에 직면했다.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동산의 거품을 더 키우지 않으면서도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라고 했다.

이어 “한국의 조치는 다른 나라들이 지금까지 취한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지만 다른 나라들도 곧 비슷한 조치를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며 투기적 소유자에게 더욱 무겁게 세금을 매기는 것을 예로 들었다.

현재로서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다주택자, 고가주택에 대한 증세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분석이다. 대체로 지금까지 정부, 여당은 표를 의식한 탓인지 강력한 부동산 정책을 유지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국회 연설에서 “더는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보인만큼 이번만은 정책의 효과가 오래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