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중고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사는 편이다. 신작일수록 비싸고 그 중에서도 상태가 좋을수록 더 비싸지만 그래도 새 책을 사는 것 보다는 훨씬 저렴할 뿐더러, 출간된 지 오래된 책은 매우 싼 값에 살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돈이면 여러 권을 살 수 있다. 평소에 수영구에 있는 예스24 중고서점을 주로 이용했는데 얼마 전에 김해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을 다녀왔다

사진 쪽 섹션을 둘러보다가 [윤미네 집]이라는 사진집을 발견하게 됐다. 보통 사진집은 가격이 비싼 편이라 구입하기가 망설여지는데, 중고책 치곤 비싸지만 그래도  정가의 반도 안되는 가격이라서 선뜻 구입했다. [윤미네 집] 1990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고 내가 구입한 것은 2010년에 재발간된 것이다. 초판을 구할 수 있으면 더 좋을텐데.. 간략히 소개하자면 [윤미네 집]은 성균관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이자 부총장을 지냈던 전몽각 선생이 첫째딸 윤미가 태어났을 때 부터 시집갈때까지 26년간 찍은 사진들로 사진집을 펼쳐낸 것이다.

나무와 숲이 아름다운 유월이면, 우리 집 큰애 윤미가 시집간 지 2년이 된다. 지난 해(1989), 스물여섯이 된 윤미는 자기가 좋아하던 짝을 따라 그토록 정다웠던 둥지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 우리 가족들 곁에서 날아갔다. 그것도 공부를 계속하겠다고 멀리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것이다. 그때쯤부터인가, 나는 무심결에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못된 습성이 생겼다. 김포 쪽 하늘에는 웬 비행기가 그토록 쉴 새도 없이 뜨고 또 내리는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일이다. 윤미가 없는윤미네 집’… 지금까지는 모두들 우리 집을 윤미네 집이라고 불렀었다. 그때서야 나는 아이들 사진 찍는 일도 마무리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고, 26년 동안 찍어둔 필름 뭉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머리에 중에서

첫째딸 윤미를 시집보내고 딸이 미국으로 떠나게 되자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이 사진집을 엮어 냈다고  전몽각 선생은 발간 계기를 설명하고 있다. 딸의 모습을 담은 지난 26년간의 필름을 정리하며 느낀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윤미네 집] 1960년대 부터 1980년대 말까지의 가족의 소박한 일상을 담은 것인데, 그 당시의 꾸밈없는 가족의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친 입자감의 흑백사진들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흐뭇하기도 하고 아련해지기도 한다. 이 사진집이 특별한 이유는 그 당시만 해도 카메라가 엄청 고가였기 때문에 보도사진을 찍는 기자가 아니고서야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웠고 ,  많은 비용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고 가족의 일상 사진을 모아 사진집으로 발간한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것이라 역사적 자료가 될 정도로 귀중하기 때문이다.

[윤미네 집]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 앞으로 집에서 더 많은 사진을 찍어보자고 다짐했다. 주로 사용하는 미러리스 카메라가 있지만 수납장 속에서 오래된 DSLR 카메라를 꺼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산 것이니까 10년도 훨씬 더 된 것이다. 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데 다행히도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예전에 사용하던 몇가지 렌즈들은 오래전에 다 정리해버렸지만 구형 50mm 렌즈 하나만은 처분하지 않고 남겨두길 잘한 것 같다.

아내가 방에서 공부하는 모습, 청소기 돌리는 모습, 잠에서 덜 깬 모습을 오래된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몇 장 찍으면 로딩이 한참 걸려서 조금 인내심을 가져야 하긴 했지만.. 카메라로 봤을 때는 괜찮은 것 같았는데 사진 파일을 컴퓨터로 전송해서 확인해보니 죄다 포커스가 나간 사진들이다. 하지만 그게 뭔가 아련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이렇게 한 장 두 장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사진집을 낼 정도로 사진들이 풍성하게 모여있지 않을까. 나도 [윤미네 집] 같은 사진집을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