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또래들 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스물네평 아파트에서 혼자 살게 되었었다. 여자친구는 주말이면 집에 자주 놀러오곤 했다. 집은 우리에게 최고의 데이트 장소였다. 복잡한 시내에 나가서 같이 밥을 먹고 까페를 가는 루틴을 반복할 필요 없이 집에서 소꿉놀이 하듯이 빈둥거리는게 좋았다. 외박은 생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집에서 같이 저녁을 차려먹고 나면 여자친구를 집까지 태워주거나 가까운 버스터미널까지 바래다 주었다. 룸미러에 비친 점점 멀어지는 여자친구의 모습을 보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얼른 집에 가는 길을 재촉했다. 여자친구를 집에 보내고 난 뒤에야 비로소 피파 온라인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와는 작년에 결혼했다. 몇 달 후면 결혼한지 1년이 된다. 신혼이다. 연애를 오래하기도 했고 결혼 전에도 집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서 결혼을 해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생활 패턴이 좀 달라졌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을 빼고나면 대부분의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낸다. 주말이면 한 주는 본가, 한 주는 처가에 다녀오던지 해야 한다. 그리 대가족도 아닌데 집안 행사는 어쩜 이렇게 자주 돌아오는지아내와 둘이서 주말 내내 오붓하게 여유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총각 때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게 좀처럼 좀이 쑤셔서 견디지 못하는 타입이었지만 요즘은 이따금씩 아내가 외출을 하고 나면 혼자 집에 남겨져서 잉여롭게 소파에 드러누워 리모콘질을 하거나 밀렸던 드라마나 보는 순간들 조차 너무 좋다.

  고맙게도 아내는 등산, 백패킹 등 여러 가지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나의 성향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편이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게 되면 그 때는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걱정스럽긴 해도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다. 또한 나의 슬기로운 취미생활들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는 것에도 크게 잔소리를 잘 하지 않는다. 쿨한 아내다. 십수년째 이어온 나의 무사고 중고거래 경력과 가성비 위주의 합리적인 소비성향을 아내는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매달 월급은 통장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소소하게 취미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사는 것이  내 무료한 일상속의 작은 기쁨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회사일에, 사람들에게, 가정에 힘들고 지친 유부남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잠시 숨 쉴 수 있는 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싶었다. 남자들은 단순하므로, 그리 대단한게 필요하지도 않다. 잠깐 아내로부터 떨어져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 쓸데없다고 아내로부터 등짝 스매싱을 맞을지라도 소소하게나마 지름신을 영접하는 것. 이런 것들이 유부남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힐링이며 살아가는 활력소가 되기도 한다. 이제 [유부남의 은밀한 취미생활]을 연재해보려고 한다. 제목처럼 단지 취미생활로 주제를 국한하여 진행하려는 것은 아니고 경험들을 토대로 여러가지 활동과 제품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