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유튜버들의 사과 영상을 많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유료 광고 또는 협찬 제품을 마치 자신이 구매한 것인 양 시청자를 속이는, 속칭 ‘뒷광고’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가장 강력한 도화선이 된 계기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의 유튜브 채널 <슈스스TV>였습니다. ‘내돈내산’(내가 돈주고 내가 산 아이템) 콘셉트의 영상 속 제품이 알고 보니 몇백, 몇천만 원의 광고료를 받은 광고 제품이었던 거죠. 한편 운동과 패션, 바이크, 자동차 등의 콘텐츠를 다루는 채널 <야생마TV>의 야생마는 차량 탁송 업체 광고를 위해 테슬라 차량의 배터리가 방전되었다는, 이른바 ‘주작’ 방송을 했다가 덜미가 잡혀 사과 방송을 했습니다.

유튜버들의 뒷광고 논란에 가장 뜨거운 불을 지핀 사건은 지난 8월 4일에 있었습니다. 구독자 126만 명의 술 먹방 채널 <애주가TV 참PD>의 참PD가 샌드박스 소속 유튜버들이 뒷광고를 해왔다며 폭로한 거죠. 샌드박스는 초통령 유튜버 도티가 대표로 있는 MCN 기업으로 풍월량, 라온, 엠브로 등과 방송인 유병재가 속해 있습니다. 키즈, 게임, 먹방, 음악, 예능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 300여 팀이 유튜브 구독자 1억여 명, 월평균 영상 조회수 23억 회를 기록하는 가히 한국 최대의 MCN 기업이라 할 수 있죠. 샌드박스는 8월 7일 사과문을 통해 올해 6월에 개정된 공정위 지침 이전에는 따로 지침이 없었고, 자체 가이드 라인을 통해 ‘영상 내 음성 혹은 자막’, ‘더보기란’이나 ‘고정 댓글’을 이용하여 유료 광고임을 고지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유료 광고 표시가 누락된 영상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며, 앞으로 광고 관련 법률의 사내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읽기엔 군더더기 없는 사과문이었습니다. 자기소개, 사건 경위, 책임 여부와 향후 계획이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작 논란’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닙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던 과거의 TV 프로그램들이 사실 미리 기획된 구성에 따라 진행되는 일은 비일비재했습니다. 유튜브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코미디 관련 영상 중에서는 너무 엉성해서 주작 티가 많이 나는 것들도 수두룩하고, 설령 교묘하게 속이려다 걸리더라도 재미없다는 비난 정도로 끝나는 해프닝일 때가 많았습니다. 작금의 사태는 그런 주작 논란에 더해 진정성을 앞세웠던 유튜버들에게 사기당했다는 배신감이 화력을 키웠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어마어마한 광고료의 액수만큼 배신감과 분노는 더 증폭될 수밖에 없었죠.

더불어 사건에 대처하는 유튜버들의 행태도 제각각이라 여론의 분노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끝까지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무작정 침묵하는 유형, 남들이 발견해서 적발되기 전에 먼저 자수하는 유형,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쿨하게 넘기려다 된통 당하고 다시 사과 영상을 올리는 유형,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갖춘 채널을 과감히 포기하고 유튜브를 그만두는 유형, 간단한 사과 영상 후 갑자기 순박한 청년의 일상 브이로그를 올리며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유형까지… 분명 ‘사과의 정석’이 인터넷을 통해 온 국민에게 보급되었을 텐데, 머리로 아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나 봅니다. 해당 영상들의 댓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열에 여덟 정도는 잘못된 사과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유튜브를 시작하거나 운영하는 유튜버들 중 대부분은 본인의 콘텐츠로 수익을 더 많이 창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돈만을 쫓아선 안 되겠지만(그렇게 뒷광고의 유혹에 걸려드는 거겠죠.) 돈이 되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유튜버들에겐 유튜브가 단순한 취미 이상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느 비즈니스가 그렇듯 매순간 승승장구할 수만은 없습니다. 내부적인 문제든 외부 환경의 변수든 고비는 찾아오기 마련이죠. 위기가 닥쳤을 때 중요한 건 위기 이후의 비즈니스입니다. 단순히 한 고비 넘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위기를 넘긴 직후엔 도약할 발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너무 진부한 문장이긴 해도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여전히 비즈니스의 진리입니다.

상황과 종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비롯된 위기에 잘 대처해 기회로 바꿨다고 생각되는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난 7월 25일 내추럴 보디빌딩 대회인 <NFC 성남>이 개최되었습니다. 보디빌딩에서의 ‘내추럴’이란 스테로이드성 약물, 성장호르몬 등을 사용하지 않고 식품과 단백질 보충제 등만을 섭취하며 몸을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국내 법률상 약물 사용 자체가 불법이긴 하지만, 암암리에 약물 사용 보디빌더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외국인 보디빌더와 경쟁하려면 약물 사용이 불가피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요즘은 따로 내추럴 보디빌딩 대회를 열어 약물 사용 보디빌딩과의 경계를 두려는 노력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지난 7월 <NFC 성남> 보디빌딩 대회에 과거 약물을 사용한 이력이 있는 선수들이 출전해 1위, 2위를 하게 됩니다. 현재는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기엔 약물 사용으로 인한 몸의 변화가 너무 극적이고, 애초에 내추럴들을 위한 대회에 약물 사용 이력이 있는 보디빌더가 출전하는 것이 어불성설이었죠. 운동 유튜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사건에 대해 다루었고 당연히 1위와 2위를 수상한 약물 사용 이력 보디빌더와 안일한 도핑 테스트를 진행한 대회 주최 측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피트니스 팬인 저도 같은 마음이었고, 댓글을 달진 않았지만 두 선수의 대처가 궁금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사과들이 난무하는 시대니까요.

그 이후의 상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위와 2위를 했던 두 선수는 각자의 SNS에(두 선수 모두 유튜버가 아닙니다.) 사과문을 올리고, 대회 주최 측에 수상 취소를 요청해 순위를 반납했습니다. 사건 전후로 끝없이 이어진 비난 댓글에도 일일이 답을 달며 재차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약물 사용 이력이 있는 보디빌더가 굳이 내추럴 대회에 출전해 다른 내추럴 선수들의 노력을 헛되게 만든 잘못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만, 며칠 사이 비난 일색이던 여론에도 약간 변화가 생겼습니다. 두 선수가 전하는 사과의 문장과 후속 조치에서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소위 ‘사과의 정석’을 제대로 잘 따랐기 때문입니다. 글로만 사과하지 않고 행동으로 할 수 있는 책임을 졌기 때문입니다. 그 덕이랄까요. 두 선수의 SNS 팔로우가 늘고 댓글을 통해 응원을 보내는 팬들이 많이 보입니다. 헬스장 운영이나 PT 수업이 그들의 주요 비즈니스라면, 이번 잘못으로 인한 위기를 잘 대처하면서 오히려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었을 겁니다.

 사과문과 사과 영상은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글뿐인 사과문에는 메시지의 비중이 높지만, 사람이 직접 출연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사과 영상에는 메신저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이미지, 복장, 목소리, 표정, 사소한 행동까지도 진정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똑같은 내용을 읽는다면 신뢰 가득한 외모와 목소리를 타고난 사람의 사과 영상이 더 진정성 있게 보인다는 겁니다. 때문에 평소 콘텐츠가 진중하지 못했던 유튜버라면 진심을 다해 사과 영상을 만들어도 대중들에게 외면받고 의심받는 억울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이라는 게 얼추 비슷비슷해서 그 사람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건지, 연기를 하는 건지 정도는 티가 납니다. 무엇보다도 글이든 말이든 사과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과문이든 사과 영상이든 꼼수 부리지 말고 ‘사과의 정석’을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자기소개와 사건 경위, 책임 여부와 향후 계획만 잘 담아도 영상을 보는 사람에게 어느 정도 진심은 전달됩니다. 물론 뱉은 말을 지키는 후속 조치를 보여야 하는 건 당연하겠죠. 지금, 제대로 된 사과 대신 꼼수를 부리고 있는 몇몇 유튜버들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