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비가 온다. 벌써 몇일 째인지 셀 수 없을 정도로 계속 오고 있다. 비가 오지 않은 날을 떠올리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덥고 습한 날씨에 불만을 가지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있었다.

 

이번 장마로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실제 기후 변화는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극은 불에 타고 있는 정도이다. 지구상 가장 낮은 온도 기록(-67.8도)을 가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지역의 최고 기온이 영상 38도까지 올라가면서 시베리아에 극심한 화재가 발생했고 영구동토층도 녹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기온 상승을 꼽는다.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는 4도가 올랐는데, 산업화 이후 불과 100년 사이에 1도나 상승했다. 그리고, 앞으로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오르면 전 세계 기후가 완전히 달라질뿐만 아니라 문명의 붕괴까지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지금까지 100년 간 지구 온도가 1도 올랐다. 여기서 1도가 오르게 돼 지구의 평균기온이 2도 이상이 되면 그때는 회복력과 탄성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가 돼 물 부족, 가뭄, 식량 부족, 생물 다양성 붕괴, 해양 산성화, 해수면 상승 등이 일어날 것”이라며 “결국 우리의 생존에 이러한 기반이 무너진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기온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탄소 배출로 인한 온실가스다.

 

조천호 원장은 “현재 지금의 기후는 10, 20년 전의 탄소배출량에 의해서 도달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탄소배출량) 추세로 10년 간 (배출을) 지속하게 되면 10년 후에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방식이 아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이미 애플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유수의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Renewable 100)에 참여했으며, 이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현재 240여개사에 달한다. 또, 미국판 ‘그린 뉴딜 결의안’을 차세대 성장 어젠다로 공론화했다.

 

유럽에서는 2019년 말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 이니셔티브인 ‘유러피안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공개했다. 유럽연합은 199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 감축하는 기존 목표를 훨씬 높여서, 2020년 여름까지 55%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차세대 EU”로 명명된, 소요 자금 총액 7500억 유로의 회복 계획을 발표해 그 속도는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의 궁극적인 목적은 유럽 차세대의 미래인 “녹색의, 회복탄력성을 지닌 디지털 미래” 구축이다. 이 계획에 따라 유럽연합은 청정산업과 혁신을 통한 경제 사회 회복을 꾀하고, 기후 중립 경제를 지향하는 그린 딜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았다. 비싼 비용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재생에너지 비중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인 블룸버그 신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 ‘NEO 2019’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최근 10여년 동안 태양광발전 비용은 85%, 풍력발전 비용은 49% 하락했으며, 덕분에 오는 205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2%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의 위용을 갖추고 있지만 재생에너지면에서는 후진국 중에서도 후진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계 에너지 분야 전문 컨설팅업체인 ‘에너데이터'(Enerdata)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4.8%로, 44개 조사대상국 평균인 26.6%에 크게 못 미치며 40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보다 하위인 41~44위 국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모두 중동 산유국이니 실질적으로 꼴찌를 차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가장 높은 노르웨이는 전체 발전량의 97.6%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다. 브라질(82.3%), 뉴질랜드(81.9%), 캐나다(64.9%), 스웨덴(58.7%)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를 넘는 나라도 8개국이나 된다.

 

전력생산에서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은 2.6%로 44개 조사국가 중 31위를 차지했다. 독일(28.9%), 스페인(25.6%) 등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이 비중이 10%를 넘었고, 심지어 태국(4.5%)도 우리보다 훨씬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석탄과 원전 발전 비중이 지난해 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세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생각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를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그린뉴딜을 선언하면서 늦게나마 글로벌 트렌드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뉴딜은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며 “기후 위기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절박한 현실로, 코로나 대유행이 기후 변화 대응의 절박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탄소 경제도 세계적 추세”라며 “그린뉴딜은 미세먼지 해결 등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줄 뿐 아니라, 날로 강화하는 국제 환경규제 속에서 우리의 산업경쟁력을 높여주고 녹색산업의 성장으로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한다. 이미 세계는 그 길로 들어섰다.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고 해서 기후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세계적 왕따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