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업가는 아니지만 서른을 넘기고도 몇 년이 지나니, 주변에 사업하는 지인들이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직장인이고 저와 같은 프리랜서도 몇몇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사업하는 분들의 그 배포와 섬세함이 존경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저는 사업의 실무나 이론 어느 쪽으로도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정말 많이 들어온 명제는 하나 있습니다. 최소 투자로 최대 이윤을 남기는 것이 사업의 본질적인 매커니즘이라는 것이죠.

사실 그 명제에 토를 달고 싶었던 적은 없습니다. 얼핏 들어도 맞는 말이니까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원대한 목표나 신념이 있는 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일단 사업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돈이 목적은 아닐지라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수단 정도는 되겠죠. 그리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직장인이 아닌 사업가의 길을 선택하는 건, 그만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작년부터 성행하는 스마트스토어, 해외구매대행, 역수입 등등 다양한 온라인 유통 사업의 본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렴하게 구입해서 비싸게 파는 것이죠. 심지어 어떤 온라인 강의에서는 대놓고 ‘한국 제품 동남아에 7배 비싸게 팔기’라든가 ‘3천 원짜리 과자 2만 원에 수출하기’ 같은 카피를 활용합니다. 당연히 상호간 수요와 공급이 적절히 맞아 떨어지고 불법이 아니니까 가능한 사업이겠지만, 저는 왠지 사기성이 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더라고요. 물론 이것도 제가 사업가가 아니라서, 사업가의 마인드를 갖추지 못해서 하는 생각이겠죠.

최근 한 안경 프렌차이즈 업체의 대표님 인터뷰 내용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듯 정신이 얼얼했습니다. 대표님이 인터뷰에서 3번, 4번씩 강조한 말이 “장사하는 사람이 고객에게서 돈을 많이 남기려고 하면 안 된다.”였습니다. 아니, 그럼 뭐하러 장사를 하고 사업을 하는 걸까요? 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사람이 고객인데, 고객에게서 돈을 많이 남기지 말라니요. 그 대표님은 또 이런 말도 했습니다. “10만 원짜리 안경을 6만 원 정도에 팔았는데 손님이 많이 사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가격을 낮췄습니다. 5만 원, 4만 원…” 아니… 가격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굳이 계속 낮출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데 말이죠, 그런 대표님이 운영하는 안경점이 현재 전국 140여 개의 체인점을 냈습니다. 심지어 안경점들은 1층이 아니라 훨씬 불리한 2층이나 3층에 입점했습니다. 임대료가 더 적어서 제품 가격을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품질을 위해 중국산 수입을 하지 않고 직접 디자인하고 국내에서만 생산합니다. 매장 동선을 개선하고, 손님들이 직접 안경을 편하게 꺼내어 써볼 수 있도록 해서 인건비를 줄였습니다. 체인 140여 개를 관리하는 본사 직원이 겨우 7명, 본사 수수료는 사업 초기 1%로 시작해 지금도 타사 대비 절반 수준입니다. 심지어 인테리어 수수료는 아예 받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업은 승승장구합니다. 대표님은 2023년까지 300호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지만 상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주들 이익을 보전해주려면, 항상 고객과 원장님들을 우선하는 기업의 정체성이 흐려질 것 같기 때문이랍니다.

처음 인터뷰 내용을 읽었을 땐 ‘최소 투자로 최대 이윤을’이라는 명제와 맞지 않는 사업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최대 투자로 최소 이윤을’ 내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쉽고 간편한 방법으로, 조금 더 비싸게 팔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이 안경 업체는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 ‘최대 투자’를 했습니다. 그 결과 고객은 어느 안경점보다 저렴하게 안경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죠. 이는 업체 입장에선 ‘최소 이윤’이겠지만, 고객의 입장에선 ‘최대 만족’입니다. 그러니까 이 안경점의 사업 방식을 정리하면 ‘최대 투자로 고객의 최대 만족을’이 되는 겁니다.

실제로 30만 원짜리 콘택트 렌즈를 15만 원에 팔기로 결정하고서 한동안은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똑같이 팔았을 때 수익이 절반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고객이 저렴하다며 한 번에 2개, 3개를 산다는 겁니다. 개당 단가는 줄었지만 판매량 자체가 확 늘었던 거죠. 1개 매장 차원에서는 박리다매 방식일 테고, 본사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키워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건 앞서 언급한 노력 덕분입니다. 임대료를 낮추기 위해 절대적으로 불리한 2층, 3층에 매장을 입점시키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동선과 운영 방식을 바꾸고, 점주들이 마음 편하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수수료를 낮추는 노력들. 단면만 보면 손해 같은데 멀리 보면 이익이 되는 행동들 덕분이었습니다.

안경을 많이, 그리고 비싸게 팔아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점주들도 사람이지만 좋은 안경을 저렴하게 사고 싶은 고객들도 결국 사람입니다. 사업을 할 때에는 서로를 사람으로 보고 상대해야 합니다. 간혹 고객을 돈 내는 호구나 ATM기 정도로 인식하고서,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나 조삼모사식 상술을 부리는 업체들도 자주 보입니다. 당장 몇 개월, 몇 년은 그걸로 돈을 벌 수 있을진 몰라도 결국 바닥이 드러나면 고객들은 매정하게 등을 돌리죠. 질 낮은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고객이 느끼는 배신감이 사업에 더 치명적인 리스크이니까요.

이 안경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표님은 2년, 20년이 아니라 200년 가는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시대 흐름에 빠르게 쫓아갈 수 없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젊고 능력 있는 이사에게 회사를 넘겨줄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그릇과 역할이 있는 법이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흔히 사업에 정답은 없다고들 말합니다. 그 말의 속뜻은 결국 각자의 정답을 믿으며 사업한다는 거겠죠. 이 안경 업체 대표님의 정답은 ‘짧은 기간에 돈 많이 벌려고 욕심내지 않기, 정직하고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기’ 였습니다. 제가 이해한 방식대로 정리하다면 ‘최대 투자로 고객의 최대 만족을’ 정도 되겠네요. 실제로 대표님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습니다. ‘고객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기업은 오래갈 수 없다’ 세상에 저렇게 사업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사업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