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우리는 탑승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그곳으로 향하기 위해.

어쩌면 저는 출발할 때 가장 두근거렸던 것 같습니다.

도착해서의 기분을 상상하며 설렘은 고조됩니다.

막상 여행지에 닿았을 때보다 더 좋은 기분이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서로 다른 여행들의 서론입니다.

 

 

지친 일상의 비상구가 필요할 때, 여행을 염원합니다.

 

감정이 메말라 떠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때가 있습니다.

 

삶의 방향을 잃었을 때, 여행이 갈 길을 알려줄 지도 모릅니다.

 

새벽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 것도 낭만적이죠.

 

술에 취한 어느 밤에는 무작정 택시를 잡아타고 바닷가로 향하기도 했습니다.

 

술이 덜 깨 흐린 시야로 지나는 찰나를 흘겨봅니다.

 

그러다 지나는 자동차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엉뚱한 곳을 바라보며 살았던 건 아닌가, 괜한 감상에 젖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가시 철조망같은 도시를 벗어나는 중입니다.

 

무채색의 도시를 떠나는 중입니다.

 

저는 다리가 좋습니다. 건너면 무언가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다리 건너편에 다른 도로가 있을 따름이죠.

 

그래서 그냥 다리 밑을 지나기로 합니다. 밑을 향하는 건 익숙하니까요.

 

지하철 종점 여행도 기억에 남네요.

 

창살 밖으로 나가면 어디로든 갈 수 있습니다.

 

정해진 선로를 따라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향합니다.

 

평일 낮의 지하철은 한산해서 좋습니다.

 

나와 또 다른 나는 서로의 얼굴을 모릅니다.

 

기차는 조금 더 먼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지하철과 기차는 닮았지만 다릅니다. 어떤 연인의 속도처럼.

 

비행기는 기차보다 빠릅니다. 날개 위에 앉아 가고 싶은데, 너무 빨라서 그러지를 못합니다.

 

엄청 큰 나비 한 마리가 날아오네요.

 

저 멀리에선 핵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때론 걷는 것도 좋습니다. 느려서 더 좋습니다.

 

세상의 양면을 찬찬히 살펴볼 수 있으니까요.

 

뭐, 가끔 비틀대며 걸을 때도 있지만요.

 

일상의 오늘은 소중합니다. 다만, 오늘의 반복에는 때가 끼기 마련이죠. 그래서 여행을 떠나나봅니다.

묵힌 일상의 때를 씻으러요.

 

 

벽 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다시 떠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매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