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의 생일이었다. 그냥 밖에서 외식을 해도 될 것 같은데 엄마가 우리집에 시집오고 처음 맞는 며느리 생일이니 꼭 집에서 해 먹이고 싶다고 하도 고집을 부리시는 통에 결국 못 이기는 척 그러시라고 했다. 집에 가보니 잔칫상이 따로 없다. 요즘 날씨도 덥고 너무 수고스러우니 신경 안 쓰셔도 된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전날 저녁부터 음식하신다고 고생하신 걸 생각하니 가슴이 좀 먹먹해졌다. 여튼 집에 갈 때 이것저것 남은 음식을 왕창 싸주셨다. 그 중에 잡채는 두 세끼는 챙겨먹을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한 양이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금방 요리한 걸 먹을 때가 가장 맛있고 식고 나서 나중에 다시 데워먹을 땐 그 맛이 안 난다. 특히 잡채는 갓 요리했을 때 당면의 탱글함이 나중에 데워먹으려고 꺼내보면 이미 사라져 버리고 없다. 이럴 때 식은 잡채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해먹을만한 음식으로 잡채밥만한 게 없다.

 

 재료

 

남은잡채, 대파, 식은밥, 굴소스, 계란, 칵테일새우

 

 

1.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종종 썰어 놓은 대파를 넣어서 파기름을 낸다. 백종원 아재가 파기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볶음요리를 할 때는 웬만하면 파기름부터 내고 본다. 파기름을 내고 안내고의 차이를 직접 비교해본 건 아니지만 파기름이 풍미를 올려준다고 하니 믿어보자. 파기름에 새우를 넣고 휘리릭 볶아준다.  새우는 취향 껏 넣으면 된다. 마트에서 냉동 칵테일 새우를 한 봉지 사서 냉동실에 넣어 놓고  여기저기 요리할 때 몇 마리씩 꺼내 쓴다 . 새우는 무조건 맛있으니깐.

2. 잡채를 먼저 넣고 볶던지, 밥을 먼저 넣고 볶다가 잡채를 넣던지 크게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나는 밥부터 넣고 볶다가 나중에 잡채를 넣었다. 잡채를 먼저 넣으면 조리하다가 너무 불어터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무튼 이건 취향에 따라서 하면 된다.

 

 

3. 굴소스를 넣고 볶는다. 1인분에 밥숟가락 기준으로 해서 1/2 스푼 정도 넣으면 된다. 잡채밥 뿐만이 아니라 웬만한 볶음밥에 굴소스는 필수다. 너무 많이 넣으면 굴소스 특유의 맛이 너무 강해질 수 있으므로 적당히 넣고, 싱겁다면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게 낫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시판되는 굴소스는 굴소스라고 해서 굴 향이 확 나거나 그렇지는 않다. 굴 추출물에 간장, 설탕, 캐러멜 색소 등을 배합하여 만든 것인데 보통 요리에 약간만 넣어 맛을 내는데 쓰인다. 냉장고에 굴소스가 없다면 마트에 갔을 때 한 병 쯤 사놓길. 이래저래 자주 쓰인다.

4. 마지막으로 계란후라이 하나 반숙으로 올려주면 화룡점정. ‘노른자 터뜨리지 마..!’ 라고 말하려는 순간 이미 아내는 주걱으로 노른자 한가운데를 가르고 있었기 때문에 반숙 계란 후라이는 실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