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를 할 때 막연한 낙관은 대책 없는 비관만큼이나 경계해야 할 태도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저마다의 리듬이 있죠. 쉽게 말해 세상만사 오르막길, 내리막길의 순간은 시기의 문제일 뿐 필연적이라는 겁니다. 특히 갖가지 변수가 끼어드는 비즈니스는 혼자 철두철미 준비한다고 해서 모든 일을 척척 해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만약 비즈니스의 슬럼프를 겪고 있다면 결국 묘수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고, 승승장구 중이라면 아직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은 것뿐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요령이자 노련함일 겁니다.

슬럼프를 겪을 때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으로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분석 없는 막연한 목표 의식, 무작정 열심히 달리는 태도, 오로지 돈을 위해서 내던지는 열정 등은 슬럼프 시기에 오히려 독이 되거든요. 체력과 심력이 더 빨리 소진되어 번아웃 증상을 느낄 수도 있고, 앞뒤 없이 달려드는 태도가 고객에게 불편함과 초조함을 전달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비즈니스 슬럼프 재정비를 위해서는 ‘메타인지’와 ‘성장목표’를 챙겨야 합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힘

1976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인 존 플라벨은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한 인지 능력’을 의미하는 ‘메타인지’라는 용어를 제시합니다. 상위인지 또는 초인지 등으로 번역되는 메타인지는 쉽게 말해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능력’입니다. 동양식으로 말하면 노자 71장의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좋다.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병이다. [知不知尙矣, 不知不知病矣]’ 와 같은 맥락이 되겠죠.

메타인지는 주로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나 효율적인 암기 방법 등에 관한 실험으로 증명되지만,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슬럼프에 빠지면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드니까요. 대표적인 인지 오류인 소박한 실재론(자신이 세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믿는 것), 사후해석 편향(일이 벌어지고 난 뒤의 결과에 기대어 판단하는 것), 계획 오류(스스로를 과대평가해 현실성 없는 계획을 세우는 것), 확증 편향(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자료들만을 찾는 경향) 등을 종합 선물 세트처럼 저지르게 되는 때가 바로 슬럼프 시기입니다. 메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자문자답을 해보는 게 좋습니다.

내가 제대로 한 것은 무엇이고 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계획이 틀어지게 된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가, 외부 환경에 있는가.
– 내가 경험했던 성공적인 비즈니스와 실패한 비즈니스의 원인은 각각 무엇이었는가.
– 슬럼프 시기에 내가 비즈니스 회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는가.
– 나와 같은 비즈니스를 하는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려면 집요하게 자신과 주변 상황을 분석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기죠. 메타인지는 단순히 지능이 높은 것과는 별개의 영역이라서, 오히려 똑똑한 사람들이 나쁜 결정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미국 CNBC에서도 ‘IQ가 높은 사람일수록 스스로를 속이는 능력도 뛰어나고, 복잡한 문제를 반드시 복잡하게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때로 더욱 나쁜 결정을 내린다.’는 실험 결과가 보도된 적 있죠.

그러니 슬럼프를 겪고 있더라도 메타인지를 통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인 찰스 멍거도 과거 인터뷰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똑똑한 것보다 쓸모있다.(Knowing what you don’t know is much more useful in life and business than being brilliant.)” 라고 말했습니다. 슬럼프에 허덕이는 동안 감정 소모를 하는 대신 메타인지 확인을 위한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 자문자답해보는 것이 훨씬 더 생산적이겠죠.

증명목표보다 유익한 성장목표

비즈니스 시작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목표 설정일 것입니다. 보통은 좋은 목표의 요건으로 구체성과 현실성을 말합니다. 막연한 목표보다 구체적인 목표가 더 좋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특히 설정했던 목표 달성을 반쯤 실패했다고 여기며 좌절하는 슬럼프 기간에는 목표의 구체성이나 현실성만으로는 인식 전환과 동기부여가 제대로 일어나지 않거든요.

교육학에서 분류하는 다양한 이름의 목표들은 크게 ‘증명목표’와 ‘성장목표’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증명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려는 목표인데, 이때 증명의 대상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주변인들입니다. 즉, 어떤 목표를 성취한 뒤에 주변인들에게 증명해야만 달성되는 목표이기 때문에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되기 쉽죠. 증명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욕은 강하지만 결과 중심적인 사고 때문에 실수나 실패를 겪으면 그동안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느껴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또한 어떻게든 결과를 내서 주변에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 편법을 찾기도 하죠.

반면 성장목표는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목표입니다. 실수나 실패를 겪으면 좌절하기보다 그로부터 무엇이든 배우려는 경향이 강하고,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죠. 결과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그 과정을 통해 본인이 성장할 수 있다면 성장목표를 꾸준히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합니다. 부정적인 편법으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자신에게 아무런 성장의 경험을 주지 못하므로 오히려 무의미하다고 여깁니다. 같은 목표라도 증명목표와 성장목표는 이렇게나 상반된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증명목표보다는 성장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기복 없는 비즈니스를 위해 더욱 안정적이고 유익합니다. 증명목표의 관점에서 슬럼프는 ‘실패자의 푸념’이지만 성장목표의 관점에서는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요.

코로나19 사태가 반년을 훌쩍 넘기고, 어쩌면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흔합니다. 비즈니스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미 서점의 경제 서가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책들이 가득하죠. 이런저런 책들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조언들에 길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거창한 이야기를 쫓기 전에 ‘메타인지 확인’과 ‘성장목표 설정’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