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아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집단행동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의협이 여당과 합의를 한 상황이어서,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 조만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란의 가장 핵심이 되었던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은 원점에서 재검토 하기로 했으니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코로나19를 겪은 다른 나라들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결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인 이탈리아는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8.9%인 공공의료분야 지출을 두 자릿수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가 축소되면서 최근 5년간 의료기관 758곳이 문을 닫았다. 자연스레 의료 인력도 줄어들었는데 의사 약 5만6천명, 간호사 약 5만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를 맞이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보통 코로나 확진자의 사망률은 2~4% 내외지만 이탈리아는 사망률이 무려 13%에 이른다.

 

뒤늦게나마 공공의료분야 지출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당장 코로나에 대응하기 벅찬 상황이다.

 

독일 집권당은 의대 입학 정원 50% 확대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매년 의대졸업생의 10%가 지방에서 일하도록 하는 ‘농촌지역 의사 할당제도’도 주마다 확대되고 있다.

 

현재 독일 전국 의대는 매년 신입생 1만명을 배출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지만, 기민당 연방의원 그룹 리더인 랄프 브링크하우스는 “독일의 현재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선 의료인력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영국도 2023년까지 매년 무려 399억파운드(약 60조4500억원)를 쏟아부어 병상을 늘리고 수천 명의 의사와 간호사를 충원하기로 했다. 3년간 약 200조를 투자하는 것이다.

 

공공의료도 강화하는 추세이다. 이탈리아와 스웨덴 등은 유급휴가와 상병수당을 확대했고, 포르투갈은 외국인에게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약자를 지키는 것이 낭비가 아니라 모두의 위험을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코로나 이전부터 비슷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의대생 25%를 농촌 출신으로 뽑고, 미국은 취약 지역에서 2년 이상 의무 복무하는 조건으로 정부가 의대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한다. 또, 일본은 9년 동안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는 조건으로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한다.

 

우리나라가 코로나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의료인들의 헌신 덕분이다. 하지만,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정부가 할 일은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고 장비가 없다면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