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밍웨이, 찰스 디킨스, 허먼 멜빌, 헤르만 헤세, 오헨리, 생 택쥐페리, 앙드레 지드, 빅토르 위고,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세계적 작가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해 누가 낫네 어떤 작품이 못하네 하는 것은 사실 답 없는 논쟁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작가들과 작품들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작품으로 선정된 소설이 있었으니, 스페인의 대문호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다.

돈키호테에 대한 찬사는 문인들 사이에서 더욱 찬란하다. 언젠가 노벨연구소가 세계 유명 작가 100인에게 의뢰해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을 선정한 적이 있었는데, 돈키호테는 ‘셰익스피어’와 ‘톨스토이’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1위에 선정되었다. 책 뒤에 쓰여 있는 서평들만 살펴봐도 ‘도스토예프스키’, ‘T.S 엘리엇’, ‘윌리엄 포크너’, ‘토마스 만’, ‘밀란 쿤데라’ 등 얼마나 대단한 작가들이 돈키호테를 최고로 꼽는지 알 수 있다. 프랑스의 비평가 ‘생트 뵈브’를 비롯 19세기 미국의 작가 ‘워싱턴 어빙’은 성서에 비교하며 극찬하였으니, 돈키호테에 대한 세간의 찬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보통 대중에게 알려진 돈키호테의 이야기는 주요 줄거리를 축약한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시간을 내어 한 번쯤 완역판을 읽어보길 바란다. 내가 추천하는 건 시공사에서 출판한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 완역판이다. 개정판까지 나와있다.

세계 세르반테스 학회에 속해있으며 한국 스페인어 문학회 회장인 ‘박철 교수’가 번역했고, 그간 국내 출판된 의역판의 오류와 허점들을 바로잡아 놓았다. ‘알라딘’의 서적 정보에 따르면, 이 책은 중세 스페인어를 현대어로 바르게 옮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스페인의 ‘비센테 가오스’ 교수의 돈키호테를 택하여 우리말로 옮겼다고 한다. 박철 교수 외에 10명의 세르반테스 연구자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논의 끝에 한 문장 한 문장을 완역하여 정확도를 높였다. 원문을 대조하며 한 줄도 빠짐없이 번역했으며, 우리말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정 단어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단어로 의역하였다. 세르반테스 특유의 사실적 문체와 기법을 그대로 살렸으며 각 장의 제목도 사건을 요약하여 알려주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긴 문장 그대로 두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기술하면서 실수한 오류를 그대로 싣되 옮긴이 주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광고 아니다. 그만큼 가치가 높은 책이란 이야기다.)

특히 이 책에는 세계 고전을 독특한 상상과 구도로 구상화해 근대 일러스트레이션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작가 ‘구스타프 도레’의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그간의 돈키호테 삽화들이 대체로 익살스럽고 유쾌한 모습들을 희화화하였다면, ‘단테의 신곡’을 비롯 ‘성서’와 ‘실낙원’ 등 세계명작들을 디테일하고 현실적인 판화로 그려냈던 구스타프 도레는 돈키호테의 세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돈키호테는 뛰어난 캐릭터성으로도 많은 인정을 받았다. 영문학자 ‘이언 와트’는 ‘근대 개인주의 신화’에서 서양 근대문학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캐릭터로 ‘파우스트’, ‘돈 후안’, ‘로빈슨 크루소’와 함께 돈키호테를 꼽은 바 있다. 밀란 쿤데라는 돈키호테보다 더 살아있는 캐릭터는 없다고 했다. 돈키호테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간 그 자체이며 눈 앞에서 펄떡펄떡 뛰는 물고기처럼 요동친다.

 ‘재치 있는 시골 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가 돈케호테의 원제이며 익히 알려진 것처럼 기사소설에 심취한 시골 노인이 세상을 떠도는 편력기사가 되어 좌충우돌 모험을 겪는 이야기이다. 아둔하지만 약삭빠른 종자 ‘산초 판사’와 야위고 기운 없는 말 ‘로시난테’가 돈키호테의 모험에 함께 한다. 돈키호테의 존재조차 모르는 시골 여인이자 돈키호테의 상상 속 공주인 ‘둘시네아 델 토보소’가 그의 모험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이상과 꿈을 대표하는 인물 돈키호테와 현실적 인물 산초는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한다. 이는 인간이 지니고 있는 양면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상과 현실의 완벽한 분리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주인과 지내며 산초는 차츰 변화하는데 작품 말미에는 돈키호테에게 동화된다. 이런 모습은 꿈을 간직하는 것이 인간에게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소설 서두에 작가는 그 당시 만연한 허황된 기사소설을 비판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소 허황될지라도 반짝반짝 빛나는 꿈을 간직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싶다. 현실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꿈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세르반테스는  이 작품이 떠도는 이야기를 모아 정리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재치에 가깝다. 당시에는 말 한마디 실수로 인해 쉽게 목숨이 날아가곤 했다. 돈키호테에는 남녀와 신분을 뛰어넘는 평등사상이 담겨있다. 나아가 귀족과 부조리한 국가 상황까지 풍자한다. 작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일종의 보호장치로서 돈키호테를 광인으로 만들었다. 여기 더해 ‘시데 아메 테 베넹 헬리’라는 아랍작가의 이름을 내 건 것이다. 이는 책 말미의 작품 해설에 보다 자세히 나와 있다. 숨겨진 비화를 알게 되는 재미는 서적을 구매하여 느끼기 바란다. 돈키호테는 결단코 소장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돈키호테의 또 다른 재미는 작품 안에서 펼쳐지는 극중극이다. 막상 대단한 사건 없는 모험이 지루하게 나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작가는 작품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심어 두었다. 돈키호테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사연속에는 당대 상황과 사회문제들이 기막히게 녹아들어 있다. 작가의 표현처럼 직물을 짜듯 촘촘한 이야기들이 어느새 흥미롭게 독자들을 끌어들인다. 무려 650여 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7개의 극중극이 포함되어 있다.

항간에는 돈키호테가 모험소설이라는 명성에 비해 지루하다는 평도 있다. 미국의 작가 ‘클리프턴 패디먼’의 지적처럼 돈 키호테는 오늘날 사람들이 ‘읽기보다는 인용하기를 더 많이 하고, 즐기기보다는 칭찬하기를 더 많이 하는 책’일지 모른다. 그는 세르반테스야말로 역사상 최악의 시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하며 돈키호테를 읽을 때 곁다리 에피소드나 시가 나오면 무조건 건너뛰라고 조언한다. 영국의 작가 ‘서머셋 몸’도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돈키호테를 칭송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정작 완독 한 사람은 별로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돈키호테의 가치란 대단한 것이다. 최초의 근대적 소설이라는 평가가 말해 주듯 중세에서 근대로,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야기 도중에 작가가 개입한다거나 소설의 등장인물들까지 돈키호테라는 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장면 등은 현대적인 메타 픽션의 선구적인 사례로도 설명되기도 한다.

어쨌든 평가란 결국 각자 취향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 지독한 시구들이 난무하고 장황한데다 철학적인 대사들로 도배된 이 작품을 나는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막상 그리 어려울 부분도 없거니와 고전 중에 이토록 유쾌하고 명쾌한 작품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지금까지 돈키호테의 명성만 들어왔던 사람들은 꼭 이 작품을 읽어보기 바란다. 읽었더라도  중역본 혹은 스토리 흐름만 정리된 축약본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 완역본에 도전해볼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73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단 이틀 만에 읽어냈을 만큼 재미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