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모가 있더랬다. 안경숙 양. 스물두 해를 살았다 한다. 내 단 한 번 그이를 만난 적 없다. 숨 트여 내가 태어났을 때 그이는 진작 숨이 떨어진 존재였으므로. 자라며 어른들 말 사이 종종 튀어나오던 이름 들어본 게 전부였다. 기억에 남진 못 할 빈도. 그마저도 어느 순간 뱉어짐이 없었다. 그러니까 그이는 지워진 존재였다. 낡은 기록에 묻혀 기억에선 증발한 사람. 내겐 별 의미 없던 글자 세 개. 산 혈육 교류도 소원한데 묻힌 세월까지 끄집어 애도하기엔 어른들 생활이 퍽 마뜩잖았을게다. 형제자매 예닐곱은 예사였던 옛 시절을 생각하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그 날, 엄마의 도발적 제안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경숙 고모 이름 한 번 내 입으로 부를 일 없었으리라. 내가 스물둘 되던 구정 아침. 그이는 불쑥 가족 앞에 나타났다. 흔해 빠진 괴담을 위해 포석 까는 건 아니다. 다만 이름은 불릴 때 의미가 된다는 시구처럼 고작 발음 몇 번이 영혼을 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성대를 울리기 위해 글자를 기억해야 하므로. 글자에 담긴 의미를 아는 말만 할 수 있으므로.

뜨거운 떡국 올린 홍동백서 차림 위, 생전 참 자상했던 울 할아부지 사진 모셔 제를 올리려던 참이었다. 첫 절의 무릎이 굽혀지기도 전에 불현듯 ‘잠깐!’을 외치는 엄마. 마지막 문제의 답을 모르는 퀴즈쇼 참가자가 찬스를 외칠 때처럼 충동적이고 다급한 목소리였다.

– 아주버님, 아부지 자리 옆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안 될까요?

갑작스럽기도 했지만 도통 저의를 알 수 없는 부탁에 큰아버지와 나의 아부지는 어리벙벙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굽히다 만 무릎 덕에 절하던 네 남자 모양새가 엉거주춤 전사법  그림 같았다. 엄마는 말투로 엉거주춤을 받아 뜸 들이며 입을 뗐다.

– 음… 그러니까… 아휴, 승질부터 낼 것 같아가지구…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 아, 뭔데. 제사상 앞두고 뭐하는 짓이야?

무릎을 곧게 뻗으며 아부지가 승질부터 냈다.

– 아니, 그게 뭐냐면… 아휴, 그래요. 이미 말 꺼낸 거. 차분하게 들어봐요 좀, 응?

엄마는 코를 한 번 훌쩍이고는 말을 이었다.

– 내가 얼마 전에 절엘 갔는데, 그런 거 믿는 건 아니고 그냥 용한 보살이 있대서. 진짜 그걸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재미로. 아주버님 아시잖아요. 우리 친정 모태신앙인 거. 회사에 주책스런 아줌마 하나 있는데 하도 보채 싸니까 귀찮아서 갔어요, 귀찮아서. 요즘 사는 게 하도 안 풀리기도 하고… 답답스럽고 뭐 그런 것두 있구…

계속된 말이 하도 중구난방이라 물음과 답이 몇 차례 오갔다. 덕분에 흐름이 자주 끊겨 말을 마친 후 다시 물음과 답을 통해 내용 정리 과정을 거쳐야 했다.

말인 즉, ‘토정비결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들어섰는데 보살이 떡하니 그러더란다. ‘객사한 년 하나 있구먼!’ 그런 사람 없다 해도 우격다짐 꼴로 있다 호통이더라. 앉으라길래 말 들었더니 싸리 뭉치 들어 엄마 어깨를 막 후드려 패기 시작하는데 하지 말래도 듣지 않아 황당하고 열이 다 뻗치더라. 근데 몇 대 맞고 나니 경숙 고모 생각이 후딱 스치더란다. 아, 있었지. 맞아, 경숙 고모. 있었는데 잊었지. 보살한테 그래 생각났으니 그만 패라 했단다. 싸리질 딱 멈추고 보살이 원망하듯

– 그 년, 배곯고 다녀.

너 만날 어깨 결리지 않냐? 고모가 엄마 어깨에 매달려 밥 달라 졸라 그런다. 배곯아 서럽고 서운해 심술 나서 울 집 운을 죄다 틀어막고 있는 거다. 엄마로선 보살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긴가민가한 찰나에, 느 집 누구는 이렇고 누구는 저렇고 특히 애새끼는 역마살 껴 밖으로만 나돌고, 식구 특징을 죄다 때려 맞추는데 꼭 믿어서가 아니라 신통하더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엄마가 묻자 보살이 제를 안 지내 그러니 위령제가 우선이라. 엄마가 뜨끔한 게 제는커녕 죽은 날짜도 제대로 모르는데. 보살 말로는 고모가 남의 제사상 기웃거리며 밥 얻어먹고 다닌다는 거다. 미안하고 짠하더라. 위령제 비용을 물으니 백오십을 부르더라. 근데, 자기한테 꼭 안 해도 되니 이른 시일 내 할 수 있도록 조치하란다. 돈 벌려는 수작은 아닌 것 같아 집안 운 틀어막는단 말이 영 찝찝하더라.

집에 오며 엄마는 내내 경숙 고모를 생각했다고 한다. 곱씹을수록 찝찝함이 동정으로 바뀌고 동정이 후회되어 맘이 무거웠다고. 같은 여자로서 한 많은 사람인데 나 사느라 허리골 휘어 제사 챙길 여력도 안 냈구나. 생전에도 못 감쌌는데 죽어서까지 내팽개쳤구나. 미어져 눈물이 핑 돌더란다. 결혼 전 시댁 오갈 때 그리 살가운 시누이였는데… 그럼에도 백 오십은 당장 여유 내기 힘든 액수라 적금하나 살뜰히 더 들기로 하고 우선 제 아부지 밥상에 수저라도 같이 얹어 주고 싶어,

까치까치 설날 아침부터 큰아버지와 나의 아부지께 용기 내 말 꺼내 본 것이다. 경위를 듣고 나는 아부지 호령을 예상했다. 쓸데없는데 다닌다! 남의 말 함부로 듣는 거 아니다! 헌데 아부지는 조용히 부엌에 가 떡국 한 그릇 푸짐하게 담고 깨끗한 수저 한 벌 새로 꺼내 쟁반에 받쳐 오셨다. 어느새 눈시울 붉어진 큰아버지께서 ‘내가 그 년 죽는 걸 못 봤어야 하는데…’ 말씀하셨다. 그러고는 정말 두 그릇 떡국과 두 벌 수저, 두 잔 약주 따라 두 명분 제를 지냈다. 아부지는 할아비 영정 앞 숟갈을 세 번 주억거리며 손끝을 부들부들 떠셨다.

엄마는 울고 아부지는 울음을 참고 큰아버지와 삼촌은 입 다문 가운데 할무니 표정이 묘했다. 나는 분위기를 맞추느라 경건하게 손 모아 절하고 술을 따랐다. 제가 끝나고 차려진 밥상에서 오랜 세월 묵혀둔 경숙 고모 이름이 여러 번 언급되었고, 대화 속 살아난 그이 이야기를 나는 처음으로 자세히 듣게 된다.

 

***

경숙 고모는 아부지의 아부지 집안 2남 4녀, 아부지의 큰아버지까지 치면 3남 4녀 중 막내였다. (큰아버지는 할아부지 친 자식이 아니라 전쟁 통에 돌아가신 형님 자식을 거두어 키운 거라 한다) 막내라 애지중지였던 덕도 있지만, 원체 예쁘고 순한 딸내미였다. 엄마 말처럼 결혼 전 가장 살뜰했던 것도 경숙 고모였고 어른들 말씀 한 번 거역 없이 고분한 아이였다. 형제자매 모두에게 담뿍 사랑받았고, 어김없이 그 사랑 돌려줄 줄 아는 경우까지 바랐다. 우리 집 보물이라 불렀다는데 얼마큼 귀히 여겼냐면, 그 시절 막내딸을 대학교에 보냈을 정도였다고. 나는 큰 체감 못 하는 비유지만 어른들은 어이구 소리 절로 하시더라.

키우며 작은 속 한 번 썩인 적 없는 딸이었는데 스물한 살 그이 일생 가장 큰 반항을 하게 된다. 이유인 즉슨, 사랑이었다. 경숙이가 그럴 줄은 몰랐다. 큰아버지 말씀이 순진했다. 어여쁜 청춘이 대학에서 만나 딱히 할 일이 사랑 말고 없을 터. 일단 사랑하게 되면 전엔 엄두 못 내던 일들도 될 성싶어 보인다. 남녀 사이 가장 위대한 일이 사랑인 만큼 위험한 일도 사랑인데, 그이 역시 그 사랑에 퐁당 빠지고 만 것이다.

그 시절 운동권 활동하다 투쟁과 애정으로 연인 된 사례는 수두룩했을 거다. 고모 첫 연애의 시작은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이 데모하다 시작됐다. 집안 어른들 말에 비추면 투쟁은 기실 그이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고 계기는 무성하다. 구국 소녀 잔 다르크처럼 신의 계시를 받진 않았어도 그이 심정 어떤 울림이 있었을게다. 울림이 행동을 이끌고, 행동은 만남을 야기한다. 동지들. 핏줄보다 강한 결속. 단단한 다짐들. 매캐한 최루탄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긴 밤 지새운 노래를 불렀다.

손에 쥔 신념은 그러나 총칼 앞에 나약했다. 흩어진 개인은 사냥개 앞 날개 다친 꿩에 지나지 않았다. 도망치고 다시 모이며 결속은 약해졌다. 이룬 것이 없진 않았지만 잃은 것이 더 컸다. 투쟁은 그처럼 무너지는 과정이었다. 소수의 위인이 구전으로 기억될 뿐, 다수가 이름 없이 바스러졌다. 무르고 짓이겨진 마음은 작은 손길 하나에도 목숨을 건다. 절벽 끝 핀 꽃이 경외감을 주는 이유다.

그이가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연유를 정확히는 모른다. 고모에 대한 회상이 철저히 제 식구 관점에서 이뤄졌기도 했고, 운동권에 연애까지 저지른 그이가 집에 구구절절 제 이야기 다 했을 리도 없고. 데모하다 어떤 남자랑 눈 맞았다, 고 어른들은 말했을 뿐. 예상해보건대 단지 눈 맞은 것 이상의 절실함으로 만났으리라. 콘크리트 틈 비집은 새싹이 더 싱그러워 보이듯, 위태로움 속 피어난 사랑은 그이에게 얼마나 고귀했을까?

그런데 이게 참 옛날이야기 아니랄까 봐, 어쩜 그리 통속적 전개로 가는지… 희망의 목전에 절망을 맞이하는 투쟁의 속성처럼 사랑 역시 그이 뒤통수를 인정 없이 후려쳤다.

그이와 남자는 동성동본이었다. 단지 그럴 뿐, 살며 만날 일 실상 없는 아주 먼 친척. 사돈의 팔촌은 그에 비해 가까울 정도. 그렇지만 옛 통념이 좀 엄격한가. 그 시절 동성동본은 천륜 거스르는 패륜이었다. 그걸 알고도 둘은 손을 놓지 못했다. 위험 속 피어난 사랑이 고만한 위기에 무너지랴. 더 견고해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차라리 낫지. 걔네 성격이 극단적이라 그렇지 차분히 설득하면 언젠가 인정받는 관계가 되었을지 모른다. 우리만큼 비참한 연인이 또 있을까! 그이와 남자는 둘만의 신파에 점점 빠져들었나 보다.

사랑은 몸에 배는 터라 감추기 어렵다. 증거를 싸매도 눈에 코에 입에 손짓과 발짓에 목소리와 말투에 그렇게 온몸에 티가 난다. 걸음걸이만 봐도 안다. 딛고 난 발자욱 담뿍 설렘이 묻어있다.

처음 든 심증으로 할아부지는 고모를 주시했다. 은근히 야해진 차림. 은근히 늦어지는 귀가시간. 은근한 걸음으로 이른 새벽 부엌을 드나드는 움직임. 육이오 때 보초 서던 은밀함으로 할아부지는 고모를 살폈다. 웃음은 물론이고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는 손끝의 각도라든지 마주 보는 눈동자 같은, 일련의 몸짓에 교태가 은근했다. 은근한 모든 것이 할아부지에겐 또렷한 물증이었다.

그이를 불러 앉혀 채근했지만 결단코 부인할 뿐. 아부지 날 못 믿어 서운타며 눈물까지 글썽이는데, 그 모습이 확신을 더 해주었다. 젊을 때 연애 실컷 해 봐야지. 할아부지 말에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여 그런 데 관심 없다던 그이 대답은 연륜 앞에 무색했다. 그래, 기특하구나. 그이를 돌려보내곤 할아부지는 한 날 기회를 봐 몰래 뒤를 잡았다.

역시, 그렇지. 내 촉이 어떤 촉인데. 이럴 줄 알았어. 그러고말고. 역전다방 지하 구석진 자리에서 그이와 남자는 그렇게 덜미 잡히고 만다. 거기서 인사부터 어서 꾸벅, 바른 집안 곧은 자식 풍모로 깍듯하게 맞았다면 좋았을 것을. 할아부지 보자마자 남자는 대뜸 죄송합니다, 부터 입 밖에 냈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맘을 이길 수 없었다고. 제 풀에 찔려 횡설수설했다.

할아부지는 그냥 애지중지 막내딸이 거짓부렁 고하며 연애하는 게 마뜩잖았을 뿐. 교제 하려거든 얼굴 뵈고 허락 맡아 집안 드나들며 건전하게 하라고, 이 말 하나 전하려 했었다. 그런데 당황하는 남자 모습과 겁먹은 말투에서 낌새를 챈 거다. 뭔가 있다. 대뜸 할아부지는 호통으로 다그쳤다.

– 이놈! 끝까지 모를 줄 알았더냐! 경숙이 너! 언제까지 아비를 속일 줄 알았어!

우레 목청에 울음 터진 그이와 초점 떨리는 남자.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 푹 숙인 둘을 마주 앉히고 할아부지는 유도신문을 시작했다.

– 그래, 내 입으로 꼭 다 말해야 입 열 테냐?

고개 들 줄 모르는 그이를 잠시 바라보다 남자가 겨우 입을 뗐다.

– 면목 없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얼마나 경숙이를 사랑하는지, 맘의 진실함과 그간의 고충을 세세히 털어놓더라. 토로는 끝내 동성동본 비밀까지 여실히 드러냈다. 할아부지의 공갈 호통은 기어이 우러난 분노로 터져버렸다. 할아부지는 그대로 그이 머리채 잡아끌고 나왔다. 남자가 주춤하며 제깐에 말려보려 했지만 찰나 노려보는 할아부지 눈빛에 위압되어 그대로 얼어붙었다.

집에 끌려온 즉시 바리캉 찾아 그이 머리를 머털이로 뜯어 놓은 할아부지는 집안 말아먹을 년, 생각 없고 천박한 년, 제 주제도 모르는 계집년, 평생 한번 꺼낸 적 없는 상욕을 작정하고 퍼부었다. 입술이 터지라 깨물면서도 그이는 개미 소리 한 번 못 내고 휘둘렸다. 할무니와 둘째 고모가 버선발로 할아부지 말리려다 같이 터졌다. 다른 식구 전부 일터에 있어 여자 둘로는 할아부지 힘을 못 당했다. 수북이 쌓인 머리칼 위로 바람이 불었다. 여자들 애원이 머리칼에 실려 담을 넘었다. 온 동네에 안씨 집안 수치가 흩날렸다.

제 방 감옥에 갇혀 고모의 앳된 날들이 시들어갔다. 울음으로 목이 말라 물만 거의 들이켰다. 하루에 수십 번 오줌을 쌌다. 요강이 가득 차면 또 물을 마셨다. 할아부지는 한동안 장사마저 쉬었다. 꼬박 대문 앞을 지켰다. 데리고 요 앞바람이라도 쐬고 올게요. 장남 부탁도 소용없었다. 그 누구 말도 듣지 않았다. 장정 오라비 셋이 청원해도 할아부지 고집을 못 당했다.

보름 넘게 지나고 장사를 언제까지 그대로 둘 수 없어 할아부지는 채비를 했다. 나가며 할무니에게 몇 번이나 일러두었다. 절대 맨땅 밟게 해선 안 된다. 그러고마 약속하고 몇 번이나 다짐받은 뒤 할아부지는 장으로 갔다. 할무니는 즉시 인삼 죽을 쒔다. 감춰둔 소고기를 녹여 장조림을 했다. 대접에 푸지게 담아 고모 방문을 열었다. 온몸 땀에 전 채 그이는 신음하고 있었다. 열이 펄펄 끓어 창문이 다 뿌옇게 될 지경이었다. 병원에 가자. 이러다 애 죽지, 죽어. 그이는 고개를 저었다. 병원 가자. 가자 제발. 할무니는 그이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거의 빌듯 용썼다.

– 그럼, 엄마.

그이가 입을 뗐다. 온몸이 젖었는데 입술은 가뭄의 논처럼 쩍쩍 갈라졌다.

– 나 바람 좀 잠깐 쐬고 갈게요. 오래 나가질 못했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

잴 것 없이 할무니는 그러라고 했다. 고모를 부축해 마당을 딛게 했다.

– 엄마, 외투 좀 가져다줄래요? 제법 춥네.

할무니는 즉각 뛰어 고모 방에 들어갔다. 그대로 외투 입혀 병원 향할 요량으로 안방 들러 지갑도 챙겼다. 머리 아프단 딸 말이 생각나 아스피린 한 알과 미지근한 물을 작은 물통에 담아 준비했다. 자, 이제 가자. 현관을 여는데 마당이 휑했다. 마당에 쏟은 딸이 물처럼 증발했다.

 

***

 

– 도망쳤으면 잘 살기나 하든가…

술잔을 비우며 큰아버지가 말했다.

– 부모형제 죄 버리고 토낀 년이 벌 받은게지. 염병.

내내 듣고만 계시던 할무니가 별안간 성을 냈다.

– 어머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 말이니까 하지. 안 들려서 묻냐?

– 어머니!

함께 산 세월이 반 오십년 훌쩍 넘어 이젠 별로 꺼릴 것 없는 엄마와 할무니가 서로를 쏘아댔다. 막내 삼촌은 스마트 폰 속 자동사냥 중인 캐릭터에 집중할 뿐 내내 시큰둥했다. 아부지는 그저 눈만 껌뻑대며 허공을 보고, 큰 아부지는 연신 술잔을 비웠다. 겪은 일이 아닌 이유로 나만 흥미롭게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날 선 고부 반응 탓에 별 다른 이어짐 없이 식사만 계속됐다. 내가 직접 다음 이야기를 물을만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포기하고 그냥 엄마한테 조기나 좀 발라 달라 부탁했다. 얘는 나이가 몇 살인데 제 혼자 것도 못 처먹어. 괜히 내게 분 푸는 할무니에게 볼멘소리로 중얼댔다.

– 눈깔 보면 무서운 걸 어떡해…

혼잣말이랍시고 했는데 다 들렸는지 아부지가 바람 빠진 소리로 웃었다,

– 경숙이랑 똑같네. 여태 그걸 생각도 못 했네.

– 아이고, 도망갔음 잘 살기나 하든가.

큰아버지가 또 그 말을 했다. 나는 기회다 싶어 잽싸게 물었다.

– 도망갔던 거예요?

– 딱, 견적 나오잖냐.

휴대폰 액정에 코 박은 채 막내 삼촌이 답했다.

– 다 먹었음 치웁시다, 이제.

다른 사람 밥그릇 살피지도 않고 아부지는 일어나 상 한쪽 끝을 잡았다. 상 위 바르다 만 조기들이 눈에 밟혔지만, 그놈의 분위기 탓에 그냥 반대편 끝을 들어 상을 부엌으로 옮겼다. 엄마는 과일을 깎기 시작했고 나는 잠깐 통화 좀 한다며 복도로 나왔다. 일 층에 내려가 담배를 한 대 꺼내 물었다. 막 불을 붙이려는데 누가 뒤통수를 짧게 끊어쳤다. 막내 삼촌이었다.

– 끊어, 새끼야. 끊어.

내 담배를 가만 보더니

– 이 새끼 외제 피네 돈도 못 버는 게.

– 알바하거든.

– 잘났다. 한 대 줘봐.

– 삼촌은 왜 피는데?

– 나야 처자식이 없잖냐. 폐암 좀 걸려봤자 뭐.

– 그거 다 엄마 아빠 짐이다.

– 보험 있잖아, 새끼야.

– 나도 있을걸?

– 너는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살아야지. 나처럼 되면 너네 엄마 거품 물고 쓰러진다, 그 성격에.

– 삼촌, 나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삼촌이 나를 빤히 보더니 깊게 연기를 내쉬었다.

– 물어보지 마, 그거 그냥.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캐물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샐쭉거리는 입은 어쩔 수 없었다. 삼촌은 필터 경계까지 알뜰하게 마지막 모금을 빨았다. 그러고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 아후, 죽었어. 도망가서.

내 손에 담뱃갑을 낚아채 한 대 더 꺼내 불붙였다.

– 진짜 망할 년이 도망갔음 잘 살기나 하든가. 이게 졸라 얼척이 없어요. 후… 걔 남자 따라 야반도주한 거거든? 얼루 튀었는지 찾지도 못했어. 그때 뭔 인터넷이 있길 하냐, 핸드폰이 있냐. 아부지 반 미쳐가지고 시내 다 터는데도 뭐 암소용도 없더라. 감도 못 잡았어, 얼루 토꼈는지. 야… 근데 한 일 년? 좀 안 되가지고 그 새끼 전화가 온 거야 집에. 시발. 뭐래는 줄 아냐? 하, 미친 새끼가 진짜. 멍청한 년이 눈깔 삔 거지. 그딴 걸 뭘 믿고…

신파. 통속 신파극. 요즘엔 아침드라마에도 잘 안 쓰는 진부한 설정. 마감에 쫓겨 고민 없이 휘갈긴 대본처럼 작위적이고 성의 없는 결말. 이게 뭐야. 이게 다야?

사랑에 삶을 걸어 가족까지 저버린 그이는 고생으로 몸 상해 병에 걸려 죽는다. 막상 도망친 남자는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의지마저 약한 데다 남 탓하는 본성까지 갖추었더라. 너 때문에 내 인생 어그러졌다. 너 데리고 이 지랄 떠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눈에 뭐가 쓰였지. 내가 돌았지. 내가 븅신이지. 하루마다 매를 들고 시간마다 욕을 퍼부어 고모 온몸에 멍, 온 맘 생채기가 아물 날 없더랬다. 그러다 뭔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불치병에 걸려 명줄 놓기 직전 되자 남자 새끼는 겁부터 덜컥 나 할아부지 집에 전화를 걸었나 보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았던 투쟁의 나날처럼, 연인의 말로는 서글펐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서 도망쳐왔던 것처럼 남자는 잠적했다. 그이가 있는 곳 주소만 알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경숙 고모가 집에 갇혀 있던 날들에 경찰들은 대대적 체포에 나서 대학생들을 잡아들였고, 남자는 술술 동지들의 동태를 일러바친 대가로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잠적하려던 차 그이가 도망쳐 찾아왔고 외로움과 맞설 용기조차 없던 남자는 사랑을 위시해 그녀를 꼬드겼다. 한 번 비겁에 눈 뜬 남자는 버릇 된 비겁으로 그이 숨을 조였다.

그렇게 고모는 사랑의 도피 이년 만에 내 사는 동안 다신 너 안 본다던 아비어미를 기어이 다 죽어서야 도로 보게 된다. 당시 나이 스물둘, 이름 앞 故라는 호를 받아두고서. 가족들이 그이를 찾았을 때는 이미 숨을 놓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실눈 떠 제 가족 얼굴을 일일이 훑어보았다고 한다. 그걸 기다렸다는 듯, 병원으로 옮기던 차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이는 이름 모를 야산에 묻혔다. 관도 수의도 제일 좋은 것을 썼지만, 선산에는 안 된다고 할아부지가 못 박은 탓이다. 그이를 묻고 할아부지는 한동안 술에 취할 때면 ‘새끼가 고분고분하다고 좋아할 것 없다! 평생 속 한 번에 몰아 썩이려 그런다!’는 말을 동네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녔단다. 지금은 식구 누구도 그 병이 뭐였는지 기억 못 한다. 삼촌 말로는 진짜 병인지 맞아 죽은 건지 그걸 누가 알겠냐고.

내게 말하며, 말로 분노하며 삼촌은 서너 가치 남았던 갑을 줄담배로 다 비웠다. 빈 갑을 구겨 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손에 오만 원을 쥐여줬다.

삼촌이 먼저 올라가고 나는 근린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경숙 고모, 속으로 되뇌었는데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았다. 어색하고 낯선 글자였다. 살았던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찾아 담뱃갑을 버리고 집으로 올라갔다. 마침 큰아버지께서 가시려던 참이었다. 현관을 사이에 두고 엄마 아빠와 큰아버지가 마주 섰다. 엄마 손 꼭 잡으며 큰아버지가 말했다.

– 고마워요. 우리 식구 다 소홀했는데 제수씨가 챙기네. 그래도 식군데, 새낀데, 핏줄인데. 안 씨 집안 화상들이 참 못됐죠?

– 무슨 말씀을요, 아주버님. 그나저나 어쩜 그렇게 다들 잊고 살았는지. 제삿날도 모른다는 게 얼마나 야속해요, 글쎄.

– 새끼 같은 짓을 안 한 새끼 죽었으면 그만이지. 유난은 별.

못마땅한 얼굴로 할무니가 끼어들었다. 엄마는 새끼가 몫을 해야 꼭 새끼냐며 어머니 독하시다 혀를 내둘렀다. 워낙 자기밖에 모르고 산 노인네라 모질어 그렇다며 아부지는 엄마를 달랬다. 할무니는 더 대꾸 없이 자기 방문을 쾅 닫으며 심기가 불편함을 힘껏 티냈다. 난 그냥 각자의 입장이란 게 있겠지 싶었다. 할무니와 엄마 맘엔 같지만 조금 다른 새끼 품은 어미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헤아리려 해 봐도 나로선 알 수 없는 맘일 테니. 큰아버지는 난처한 웃음으로 노인네도 속상하셔 저렇다, 제수 씨가 이해하라며 엄마를 다독였다. 그리곤 아부지보며 당부했다.

– 담에 종가에 얘기해서 경숙이 지방 하나 받아 와라. 귀신은 지방보고 제 밥상 찾아오는 거라. 오늘 경숙이 지 밥인 줄 알고 먹기나 했을는지 모르겄다. 어디 또 엄한 데 가서 얻어먹은 건 아닌지…

큰 아버지가 떠나고 상을 치우고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동안 식구 아무도, 아무 말도 없었다.

마루에 청소기를 돌리는데 벽시계 옆 크게 걸린 단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할아부지 칠순 때 촬영한 온 가족 모습. 성성하던 할아부지 웃음 주위로 만개한 자식들과 새로운 결실들. 풋풋하던 나도 거기 있었다. 앵글에 모두 잡기 위해 다닥다닥 선 가족들 사이 사람 한둘쯤 더 서도 좋을 공간이 눈에 띄었다. 그건 그냥 낯선 친척 간 어색함의 거리였겠지만, 자리가 있어 어쩐지 맘이 놓였다.

할무니 방을 치우러 들어갔을 때, 방은 도둑이 든 것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옷가지와 각종 약봉지, 장신구와 용도 모를 잡동사니들, 사이로 낡은 서류 뭉치와 빛바랜 사진들. 짜증이 돋은 나는 신경질을 냈다. 치우는 사람 생각도 해야지. 떨어진 물건들을 주워 정리하려는데

– 하나도 없네. 그년 사진이 하나도 없어.

라고 노인네처럼 중얼대던 노인네. 청소는 염병. 나는 그냥 문을 닫고 나왔다.

아직도 설거지 중인 엄마가 보여 뒤에서 끌어안았다. 엄마는 방해된다며 신경질을 냈다. 나는 괜히 물을 뜨며 엄마에게 말했다.

– 위령제 해도 좋을 것 같다. 나도 얼마 보탤게. 꼭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 내 지갑에서 몰래 돈이나 빼 가지 마.

대답 대신 나는 목구멍에 물을 쏟았다. 주욱 내린 찬물 덕에 속이 시렸다. 요의를 느껴 화장실을 찾았는데 잠겨있었다. 안에 계실 사람은 아부지였다. 노크를 해도 답이 없었다. 또 목욕하시려는지 욕조에 물 받는 샤워기 소리가 일정했다. 소변을 보기 위해 나는 다시 공원으로 내려갔다.

일을 보고 잠시 공원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아직 쌀쌀했다. 맘이 좀 쓸쓸했다. 고개 들어 하늘 보니 구름이 적어 슴슴했다. 깊게 숨을 내쉬었다. 경숙 고모 이야기를 듣고부터 맘이 묘해 이상했다. 내가 무얼 안다고. 내 심경에 파문이 일 만한 일은 아닐 텐데… 문득 그이 목소리는 어땠을까? 그게 궁금해졌다. 내가 죽어 그이를 만난다 해도 모습을 몰라 아는 체 못할테지만, 목소리를 들으면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경숙 고모구나! 그냥, 그럴 것 같았다.

웅얼대듯 노래를 불러보았다. 아마 그이도 이 노래들을 좋아했겠지? 유재하를 김현식을 김광석과 이문세를, 조덕배와 변진섭을, 또한 고모 투쟁의 한 복판에서 울부짖었을 양희은을 읊조렸다. 아침이슬처럼 맑던 소녀의 그 날들. 사랑하기 때문에 삶의 종착역을 디뎌야 했던 그녀에게 행복은 희망 사항에 지나지 않았나보다.

아련한 노래들처럼 아름다웠을 그이의 젊음. 노래는 세월을 넘어 여전히 불리지만 그녀는 기억을 거부당한 이름으로 잊히고 있었다. 옛 노래를 다시 불러 조명하는 어떤 TV 프로그램처럼 이제 고모도 가족 삶에 다시 자리할 수 있게 될까? 불어오는 바람이 귓가를 때려 그이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찬 공기 속에서도 바람의 흐름이 부드러워 귓불이 간지러웠다.

문득 그이가 스물둘에 죽은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죽은 이는 제삿날을 생일로 친다 하는데, 죽고 나서 누구도 밥상을 챙겨주지 않아 생일 밥 한 번 못 챙겨 먹은 고모. 그렇다면 내내 스물 둘에 멈춰있었겠구나. 올해 처음 떡국 한 그릇 자셨으니 비로소 한 살 나이를 먹었겠구나.

스물셋, 묘하게도 나와 같은 나이가 되는구나. 그때의 나는 그게 참 반가웠다.

단 한 번 만나지 못한 그이가 새삼 가깝게 느껴졌다. 맘 맞는 새 친구를 사귄 것처럼 그이가 무척 보고 싶어졌다. 함께 광화문에 나가고 시내를 행진할 텐데.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거리에 소리를 지를 텐데. 함께 노래방에 가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부를 텐데.

나는 속삭이듯 허공에다 경숙, 까지 부르고 고모 대신 ‘아’를 붙였다. 그제야 입에 붙었다.

경숙아. 스물셋, 예쁜 경숙아.

부름이 된 이름이 살며시 무릎에 앉았다. 이름 한 번 불렀을 뿐인데 그녀의 온기가 느껴졌다. 몇 번이고 이름을 불렀다. 부름으로 그 이름은 아는 사람이 되어 기억에 없는 그녀를 기억할 수 있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이미 경숙은 내 이름을 외우고 있었다.

생전 본 적 없는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며 어쩐지 그녀 사진이 한 장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건 다행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