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마지막날이다. 저녁 차려먹기도 귀찮고 그냥 나가서 대충 사먹고 오기로 하고 큰 길가에 있는 돈까스 집엘 갔는데 정말 최악이었다. 주방 쪽 왠지모르게 위생적이지 못한 개수대와 적나라 하게 보이는 각종 세제들, 굳이 만져보지 않아도 알 정도로 끈적끈적해보이는 각종 양념통들.. 이런 음식점이 맛이 좋을리 없다고 생각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치즈돈까스는 오래된 기름에 푹 절여진 맛이 났고 반찬으로 나온 정체불명의 깍두기는 비정상적으로 단 맛이 심했다. 로제파스타는 치즈 분말이 너무 과하게 뿌려져 나왔는데 서빙되어 나오자 마자 쿰쿰한 싸구려 치즈분말의 냄새가 콧 속으로 훅 치고 들어왔다. 왠만한 돈까스와 파스타는 맛있게 먹는 편인데 이건 먹기도 조금 거북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허기진 배는 달래야 했기에 먹긴 했다만형편없는 음식으로 배만 채웠을 때 만큼 불쾌한 일도 잘 없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식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컨디션이 급히 나빠지는게 느껴졌다. 속이 늬글거리고 온 몸이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었다. 오늘이 연휴의 마지막이라는 사실과 내일 출근해야한다는 걱정 때문에 꼭 그런 것 만은 아닐 것이다. 방금 먹은 싸구려 음식들 때문이 틀림없다. 집에 가는 길에 마트엘 들러서 간단하게 국거리 소고기와 애호박만 사서 들어갔다. 갑자기 진하게 끓인 뜨거운 된장찌개가 너무 먹고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배는 찼으니 식사를 더 할 수는 없고 내일 먹을 된장찌개를 미리 끓여 놓을 생각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냄비에 물을 받아 국물용 멸치팩을 두 봉지를 넣고 팔팔 끓여 진하게 육수를 우려 냈다.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양파, 감자, , 그리고 방금 사온 애호박을 뭉텅뭉텅 썰었다. 냄비에 기름을 살짝 둘러서 국거리 소고기를 다진 마늘과 살짝 볶은 뒤에 육수를 붓고 손질해 둔 채소를 몽땅 넣은 뒤 된장을 크게 한숟갈 반 정도 넣고 풀었다. 칼칼한 맛을 위해서 땡초도 조금 넣었다.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살짝 풀어서 팔팔 끓였다. 된장찌개는 레시피 따위 필요없이 이렇게 손 가는 대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끓여야 더 맛있는 법.

10분 정도 끓였을까. 뜨거운 된장찌개 국물을 한 숟갈 떠 넣으니 칼칼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온 몸으로 훈훈하게 퍼졌다. 이미 간은 다 봤는데, 국물을 몇 번이고 더 떠 먹었다. 금새 위장속에서 응고되어 내장 벽에 붙어 있던 싸구려 돈까스 기름 덩어리들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진하게 우린 육수 덕분인지 특별한 소금 간 없이도 국물맛이 깊고 개운했다. 몇 시간 후면 출근해야한다는 사실은 절망적이지만 내일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 된장찌개를 뜨겁게 데워서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리라. 오늘의 싸구려 돈까스는 된장찌개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