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 우리나라 대중이 즐기던 영화와 음악은 미국,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일본이 거의 전부를 차지했다.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 만화는 왠지 촌스럽거나 유치하거나 그랬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이던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 안방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를 시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식 방송은 아니었고, 아마 누군가 CD나 비디오테이프에 담아서 판매한 것 같았다. 화질도 구렸고, 자막 상태도 별로였지만 온 가족이 앉아 겨울연가를 보는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겨울연가는 일본 시청자들만 사로잡은 것이 아니었다.

겨울연가 이후 이란에 정식 수출된 드라마 ‘대장금’도 대박을 쳤다. 평균 시청률이 90%를 기록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0년대 초 겨울연가와 대장금을 시작으로 된 ‘한류’는 2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

 

초기 한류는 주로 아이돌 가수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2위에 오르는 성과도 올렸다. 그럼에도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강국이라는 인상을 갖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BTS는 ‘비틀즈’와 비견되는 월드스타가 되어 버렸다. 최근 신곡은 빌보드 1위와 2위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사상 첫 그래미 수상도 예상되고 있다. BTS 인기의 비결을 뒤늦게 분석하고 있지만 전세계를 홀린 매력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영화 ‘기생충’은 칸과 아카데미를 모두 휩쓸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류가 초기 한류와 다른 점은, 과거 우리가 미국과 일본, 유럽을 동경했던 것처럼, 지금 미국, 일본, 유럽뿐만 아니라 전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을 동경하게 됐다는 것이다. 가장 발달된 IT 기술을 기반으로 잘 살고, 현대적이면서 세련되고, 전통 문화가 어우러져 멋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어릴 때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형성된 인식(선진국, 우리 보다 좋은 나라)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지금 전세계 10~20대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이미지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저작권은 10억4,0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폭이 확대됐다. 특히 문화예술저작권은 8,000만달러로 사상 처음 흑자 전환했다. 광고회사가 해외 음악이나 영상을 쓰면서 내는 사용료가 줄었고, 한국 드라마나 음악 등으로 엔터테인먼트회사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그간 발표한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저작권 수입은 2010년 총 17억7000만 달러에서 2019년 총 70억1000만 달러로 약 3배가 증가했다. 반면 저작권 수출은 같은 기간 총 8억9000만달러에서 86억2000만달러로 약 8.6배나 늘어났다.

 

아마도 올해 통계는 더 증가할 것이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도 좋은 소식이지만,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는 것이 더 고무적이다. 내가 기여한 바는 거의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