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일정이 많았다. 사람도 많이 만났다. 그 중 비즈니스 미팅 두 건과 한 건의 강의에서는 온통 처음보는 얼굴 뿐이었다. 정확히는 눈동자들과 만났다고 해야할까? 새로 만난 이들 중 누구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당연하다. 우리는 얼굴을 본 적 없으니. 알던 사람이야 떠올릴 기억이라도 있다지만 새로이 사귀는 이들을 대체 무슨 모습으로 기억해야 하나?

서로 얼굴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바꿀 수 없는 상황속에서 아쉬움만 토로해봐야 소용없다. 나는 점차 적응해나가는 길을 택했다. 적응은 서서히 새로운 관점으로 시야를 확장시켰다. 이전에 보이지않던 것들을 알아채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며 나는 조금 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얼굴을 모르니 그 사람을 떠올릴 특징들을 찾게 된다. 행동에 주목하고 음성의 높낮이에 귀 기울인다. 상대의 작은 버릇 하나마저 놓치지 않는다. 특히, 눈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스크덕에 눈이 또렷하게 부각되니 자연스레 시선이 마주친다. 눈빛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지 체감한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진심이나 거짓을 눈동자는 전달한다. 익히 알고지내던 사람에게서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전엔 몰랐던 디테일을 알게 된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얼굴은 모르되 사람을 알게 된다. 얼굴을 가린덕에 사람에 집중한다.

이제 우리는 아마 마스크 쓴 생활을 평생 지속해야 할지 모른다. 혹여 서로의 얼굴을 잊을지언정 지켜야 할 도리다. 마주 앉을 기회마저 영영 잃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이왕 이런 삶이 된 것, 새로운 소통 방법을 찾아보는것도 좋겠다. 얼굴을 보아야만 꼭 상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모든 행동이 곧 얼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