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좋아해서 어릴 적 이런 상상을 하곤 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로봇이 모든 일을 다 하고 나는 집에서 게임만 하는. 이러다 점차 SF 장르에 심취했고 복제인간, 인공지능, 안드로이드 등이 활성화된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곤 했다. 영화나 소설 속 로봇들은 심심찮게 반란을 일으켰지만 그건 픽션이고 현실은 다를 거라 행복 회로를 돌렸다. 공상과학물을 보면서도 내게 유리한 부분에서만 현실성을 따졌던 것을 보면 어지간히 편하게 살고 싶었나 보다.

SF 속에서의 어떤 부분들은 실체로서 다가오고 어떤 부분들은 여전히 머나먼 미래의 공상으로 남아있다. 어쨌든 현재는 4차 산업 혁명을 논하는 시대에 이르렀고, 로봇은 실제 산업현장에서 활용된다. 그렇다고 내 일을 다 해주는 개인 로봇까지는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다.

도리어 일은 내가 하고 로봇이 게임을 한다. 모바일 게임의 자동사냥을 활성화시키고 밀린 업무에 시달린다. 그렇게 돈을 벌어 과금을 하면 자동사냥 봇은 열심히 레벨업을 하고 아이템을 모은다. 나는 가끔 게임 화면을 들여다보며 로봇이 키워준 캐릭터의 성장에 흐뭇해하고 출석 보상, 퀘스트 보상 따위를 몇 번 클린하고 만다. 고작 그 정도 관여가 현재의 내 게임 라이프다.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미래에는 정말 가정마다 로봇이 보급되어 사람은 여가를 충분히 즐기고 로봇이 격무를 담당하게 될까? 로봇을 유지하기 위한 사람만의 업무가 발생하고 로봇과 사람 둘 다 쉴 틈 없이 바빠지는 건 아닐까? 물론 인생은 놀기 위해서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일하고 로봇이 게임하는 지금의 상황을 바라지는 않았다. 즐길 것은 늘어가는데 즐길 시간은 줄어든다. 나이를 먹고 사회적인 지위가 만들어짐에 따라 일이 일상을 지배한다.

 

정말 정말 나는 좀 놀고 싶다. 진짜 진짜 로봇한테 일 다 시키고 나는 게임하고 컵라면 먹으며 밤새우고 싶다. 자동사냥 봇이 키우는 캐릭터는 자꾸 레벨이 높아지는데 나는 왜 점점 초라해지는 기분일까?

일하기 싫으니, 이런 목적 없는 아무 말을 글이랍시고 제껴내려 간다. 미래와 인간, 노동의 정체성 같은 진중한 주제로 풀어나가겠거니 싶었다면 죄송하다. 업무에 시달리다, 감당에 휘둘리다, 실컷 게임하고 있는 스마트폰 속 AI가 질투 나서 지껄이는 하소연이다. 반란은 차라리 내가 일으키고 싶다. 그러다간 ‘아 윌 비 백수’가 되기 딱 십상이니, 한 턴 다시 참고 일해야지. 일해서 과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