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과 의리를 넘어 팬심까지

그냥 고객과 단골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더 자주 온다? 주인과 안면을 텄다? 메뉴판에 없는 서비스 메뉴를 받을 수 있다? 외상이 가능하다…? 뭐 여러 가지를 열거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보통은 ‘그냥 고객보다는 약간의 혜택을 더 누릴 수 있는 고객’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죠. 판매자 입장에선 아주 고마우면서도 늘 조금 신경 쓰이는 고객이기도 합니다. 단골 1명을 잃는 건 1회성으로 방문하는 고객 10명, 20명을 잃는 것보다 치명적일 테니까요.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종합하면 단골과 판매자는 서로 거래 관계일 뿐만 아니라 약간의 정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로 옆에 더 저렴하고 근사한 가게가 오픈해도 단골이라면 획 발길을 돌리기는 어렵죠. 심지어 어떤 단골은 품질로 보나 가격으로 보나 더 나을 것이 없는데도 기존의 가게를 고집합니다. 그쯤 되면 정을 넘어서 의리라고 해도 되겠네요.

동네 장사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더 나아가 글로벌한 비즈니스를 할 때도 단골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동네 장사처럼 매번 얼굴 봐가며 안부 묻고, 알은체하며 경조사 챙기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단골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저 좋은 제품, 합리적인 가격이면 되는 걸까요? 아니면 유행을 좇아 소위 말하는 힙한 브랜딩을 하면 되는 걸까요? 하, 알다가도 모를 이 브랜딩의 세계. 답이 없는 건 아닌데, 그때그때 조금씩 답이 바뀌니 늘 어렵기만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단골, 아니 그 이상의 팬을 갖춘 브랜드의 사례를 통해 무엇이 고객을 팬으로 만들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프릳츠에서 일합니다

물개 캐릭터와 한국적인 레트로풍 디자인으로 유명한 프릳츠 커피 컴퍼니의 시작은 ‘한국에서 빵과 커피를 만들며 잘 살 수 있을까?’였다고 합니다. ‘한국적인 커피와 빵’이라는 콘셉트로 출발한 프릳츠는 직접 각국의 원두를 수입하고 로스팅하고 커핑하며 최상의 커피를 내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브랜드 철학으로 ‘기술자로 함께 성장하며 잘 먹고 잘 사는 공동체’를 말합니다. ‘기술자’라는 표현에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실력을 쌓는 책임의식이, ‘잘 먹고 잘 사는 공동체’라는 표현에 구성원들의 태도가 담겨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진 좀 흔하고 지루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프릳츠 커피를 애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는 이런 내용을 미리 알고 있지도 않을 겁니다. 그저 프린츠의 콘셉트와 디자인, 물개, 굿즈, 여러 sns에서 바이럴 된 내용을 보고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죠. 개인적으로는 그들의 디자인이나 콘셉트가 아주 뛰어나거나 매력적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니까 뭔가 힙한 것 같긴 한데 그저 유행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때의 유행이라기엔 아주 안정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호평받더라고요. 그래서 비결이 뭔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좋은 품질의 커피, 독특한 콘셉트 2가지는 일단 차치해두기로 합시다. 어느 분야든 제품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 브랜드를 지니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콘셉트를 갖는 일이니까요. 프릳츠 사례에서 제가 가장 감명받았던 건 ‘브랜드 경험’입니다. 특히 매장 인테리어나 제품, 굿즈 등을 활용한 브랜드 경험뿐만 아니라 사람을 통한 브랜드 경험을 강조하는 점이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

빵을 맛있게 먹는 방법에 대해 프릳츠 김병기 대표는 “좋아하는 사람과 드세요.”라는 현답을 합니다. 맛은 당연히 중요하고, 중요한 건 그 이상의 경험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비 오는 날 방문한 손님에게 “비가 많이 와서 힘드셨죠?” 한 마디를 건넨다면 똑같은 커피라도 맛이 다를 수 있다는 거죠.

때문에 프릳츠에서는 제빵 레시피를 모두 공개하는 교본을 굿즈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얼핏 생각하면 레시피는 꽤 중요한 비밀이어야 할 것 같은데, 실은 그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라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실력 있는 바리스타와 파티시에가 맛있는 커피와 빵을 내어오면서 인간적인 교류까지 주고받는 곳. 더 나아가 커피 클래스를 열고, 커피 좌표 카드를 만들고, 주방을 오픈해 직원들의 모습을 고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주는 곳. 그런 카페라면 호기심에 한 번 가봤다가 또 가보고 싶겠죠. 게다가 콘셉트가 확실하고 뭔가 힙한 느낌까지 있다면 팬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싶더라고요.

  • 확실한 콘셉트, 더 확실한 소통

‘팔덕후’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나요? 안양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낸 팔덕식당의 팬클럽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팔덕식당은 등갈비찜, 곤드레밥, 메밀전 등을 파는 곳인데 메뉴나 맛에 관해선 차치하기로 합시다. 보나 마나 맛있으니까 이렇게 덕후까지 생기는 거겠죠. 팔덕식당은 우선 브랜딩의 방향이 확실합니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추억을 선사해 신뢰를 얻는 것. 더 나아가 소비자들을 브랜드의 팬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팔덕식당은 콘셉트도 아주 확실합니다.

직원들이 붉은 유니폼을 입고요, 아주 요란스럽게 손님을 맞이하는, 흥이 넘치는 식당입니다. 심지어 식당에는 ‘사장님의 여파로 인하여 내부가 미친 듯이 시끄럽습니다.’라는 경고문(?)까지 붙었을 정도입니다. 그냥 요란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친절하면서도 늘 즐거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어서 우울한 사람도 팔덕식당에 가면 메뉴가 나오기 전에 웃게 된다고(!?) 합니다. 저도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찾아보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체인점이 있더라고요. 괜히 가보고 싶긴 합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인력거를 운영한다는 점입니다. 발렛파킹도 아니고 인력거? 일단 흥미를 끌기엔 충분한 콘셉트인데요, 그냥 콘셉트이기만 한 것은 아니랍니다.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안양 본점에서는 사장님이 직접 자전거 형태의 인력거를 운전해 고객을 모셔오거나 모셔다드립니다. 고객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사장님이 먼저 “오늘 기분이 별로이신 것 같은데,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인력거로 태워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확실히 잊지 못할 경험, 추억이 될 것 같긴 합니다.

팔덕식당은 온라인으로 팬클럽을 모집했는데 현재 300명이 넘습니다. 팬클럽에 가입해 팔덕후가 되면 예약 식사가 가능하고 몇 가지 굿즈를 받을 수도 있으며 메뉴판에 없는 ‘볶음밥’ 메뉴를 시킬 수 있는 혜택이 있습니다. 게다가 매달 1회 진행되는 ‘팔덕후의 밤’에 참석할 수 있는데, 이 모임에선 사장과 담소를 나누며 팔덕식당의 색다른 메뉴를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팔덕식당 정도는 돼야 고객의 브랜드 경험을 위해 노력한다,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즈니스에도 팬이 필요한 이유

올해의 비즈니스는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뜻밖에 호황을 맞은 비즈니스도 있겠지만 정말 많은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거나 망해나갔죠. 고객은 주머니 사정을 보고 마음을 돌리지만, 팬은 브랜드의 가치를 지지하면서 더 오래 곁에 남습니다. 비즈니스의 지속적인 성장, 꾸준한 매출을 위해서도 팬은 꼭 필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팬은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는 역할을 합니다. 프릳츠나 팔덕식당 외에도 배달의 민족, 샤오미, 러쉬 등 나름의 팬클럽을 지닌 브랜드는 많습니다. 이제 ‘팬을 만드는 것’, 더 나아가 ‘팬클럽을 운영하는 것’은 분야와 규모를 불문하고 앞으로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