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봐도 사람의 감정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울거나 웃을 때 눈 모양이 변하는 1차원적인 변화보다도 조금 더 고차원의 것. 보통 상대방의 눈은 물론이고, 눈썹과 입꼬리의 움직임, 그 밖에 얼굴 근육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그 사람의 디테일한 감정을 캐치하지만 오로지 눈과 눈동자의 미세한 변화만 관찰해도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웬만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무감각한 사람이 아니라면 일부러 의식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상대방의 눈만 보고 감정의 변화를 무의식중에 순간적으로 알아차린다.

입으로 거짓말을 할 순 있어도 눈으로는 쉽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소위 주변에 멘탈이 약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사소한 외부적 충격이나 자극에도동공 지진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한편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정의 기복이 덜하고 눈에서 표정변화를 읽기가 어려운 부류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정말 감정기복이 적을 수도 있고 또는 자신의 미세한 감정조차 통제가 가능하고 드러내지 않는 것에 능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서 놀랍도록 감정 변화가 없는 사람이 있다. 차가운 은색 안경테 너머로 보이는 눈과 시종일관 유지하는 알 수 없는 희미한 미소는 없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분간해 내기 어렵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다른 직원들과 사적인 교류가 거의 전무한 편이라 그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져 있는데, 어떠한 자극에도 굴복하는 것을 거의 모든 직원들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모두들 그가 굉장히 감정적으로 무감각하다고 여기지만 회사에서의 모습은 그의 본 모습이 아니라 철저히 의도된 것이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상하면 가끔 무섭기도 하다

나는 어느 쪽일까? 감정 기복이 들쑥날쑥 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나는 눈빛의 변화까지 통제할 만큼 감정을 숨기는데 능한 사람은 아니다. 눈빛은 물론이고 말과 행동에 감정변화가 그대로 드러난다. 때로는 내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상대방이 느끼고 내 감정이 간파 당했다는 생각이 들면 분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