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 시절 2개 학과에 적을 둔 경험이 있습니다. 국제통상학부에 입학해 국어국문학과에서 졸업했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이십 대 청년은 군 제대 후 운 좋게 받은 대학문학상을 문학神의 계시쯤으로 오해하며 전공을 갈아탑니다. 가끔은 전과 대신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해야 했나 싶을 때도 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그건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 덕에 신입생 때는 기초적인 경제, 경영학개론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개론이어서 그런지 고등학교 때 이미 배운 내용도 많았습니다. 오늘은 쉬운 경제 개념인 필수재와 사치재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재화는 여러 기준에 따라 필수재와 사치재, 대체재와 보완재, 정상재와 열등재 등으로 구분됩니다. 위풍재, 기펜재 같은 것들도 있지만 오늘은 필수재와 사치재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흔히 필수재는 꼭 필요해서 구입하는 재화, 사치재는 필요하지 않은데도 사치를 위해 구입하는 재화라고들 이야기합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필수재는 소득 증가폭보다 더 작은 폭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재화이고, 사치재는 소득 증가폭보다 더 큰 폭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재화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재화라고 해도 소득이 100% 증가했을 때 이전보다 10% 비싼 수건을 구입하면 필수재, 1000% 비싼 수건을 구입하면 사치재가 되는 셈입니다.

  • 재화의 구분은 가능한가? 유의미한가?

고등학생 때도 대학 신입생 때도 그저 달달 외워서 시험을 치느라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는데요, 재화를 딱 잘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여기까지는 필수재, 여기부터는 사치재. 글쎄요, 앞서 설명했듯이 ‘수건’이라는 똑같은 재화도 필수재이거나 사치재일 수 있습니다. 소주와 맥주는 서로 대체재일까요, 보완재일까요? “맥주가 없으니 소주를 마시자.” 대체재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맥주 마시다 보면 소맥이 당기고, 맥주 마시다 배부르면 소주 당기고, 그런 걸 보면 보완재 같기도 합니다.

사실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면 구분하려는 시도 또한 반드시 유의미하다고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특히 상품의 특성을 분석하고 파악해서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사업의 측면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죠. 잘못된 분석은 리스크를 증가시키니까요.

약 5분 동안만 우리가 흔히 비싼 명품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간단히 사치재라고 해봅시다. 소득 증가폭이 어마어마하게 큰 자산가들에게는 명품조차도 사치재는 아닐 수 있겠지만, 이해가 쉽도록 편의상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 이런 걸 도대체 누가 사느냐 하면요

샤넬에서 공식 출시한 부메랑의 가격은 1,325 달러, 국내 가격으로 164만 원 정도입니다. 네, 던지면 다시 돌아오는 그 부메랑 맞습니다. 출시 직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유는 어마어마한 가격이 아니라 호주 원주민 문화를 모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샤넬 정도 되는 브랜드라면 부메랑이 100만 원을 넘겨도 이상하지 않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걸까요? 힙한 스트리트 브랜드 슈프림에서 출시한 벽돌(네,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그 벽돌입니다.)은 개당 3만 원 넘는 가격에 출시되었습니다. 3만 원 정도야, 할 수도 있지만 평범한 벽돌보다 60배 이상 비싼 가격입니다. 게다가 이 벽돌은 이베이를 통해 수십, 수백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황당한 명품 굿즈(?)와 고가의 명품 제품들은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재화가 반드시 실용적인 의미로만 값이 매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서민으로 살아온 저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런 걸 누가 사나 싶은데, 누군가는 분명히 삽니다. 살 뿐만 아니라 출시하자마자 품절됩니다.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파는 형국인데, 명품의 요건 중 하나가 희소성이라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은 비단 소수의 명품 브랜드 사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편의상 사치재를 ‘값비싼 명품’으로 퉁 치고서 부메랑이나 벽돌의 사례를 들었는데요, 다시 사치재의 사전적 정의로 돌아가봅시다. ‘소득 증가폭보다 더 큰 폭으로 소비가 증가하는 재화’ 말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어려운 사정일 때에는 장당 1천 원짜리 마스크도 부담스러워서 장당 300 원짜리 마스크를 구입해야 할 겁니다. 그보다 사정이 나아지면 1천 원짜리 정도는 부담 없을 테고, 더 여유가 생긴다면 기능적으로 뛰어난 마스크를 기꺼이 구입하겠죠. 더 풍족해지면 기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고려할 여유가 생길 테고, 여기에 허영심이 가미되면 인도의 한 부자처럼 4,000 달러짜리 황금 마스크를 주문 제작하는 지경에 이르는 겁니다. ‘에이 설마’ 싶은 상황도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그럴 수 있지’ 하는 상황들을 거쳐 도달하는 셈입니다. 게다가 카푸어처럼 빚내서 외제차를 구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득 증가폭이 매우 큰 갑부가 구입하는 명품은 사전적 정의상 사치재라고 할 수도 없고요.

  • 재화는 더 고급스러워져야 한다

그러니까 나에게 필수재가 누군가에게는 사치재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다시 한번 재화 구분의 무용함을 실감하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이 글의 제목을 ‘필수재는 결국 사치재가 되어야 한다’라고 지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같은 재화라면, 필수재와 비교해 사치재가 더 고급스럽습니다. 소재, 만듦새, 디자인,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 뭐가 됐든 더 비싼 가격이 시장에서 통용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가성비나 가심비 모두 좋은 가치이지만, 그것들을 변명 삼아 고급스러워지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됩니다.

저는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자신들이 생산하고 유통하는 재화(심지어 서비스를 포함해서)를 적당한 필수재라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다고 해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그 브랜드도 필수재가 아니라 사치재의 영역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결국 모든 필수재는 사치재가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의 사치재라고 불리는 것이 마땅하게끔, 고급스러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건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큰맘 먹고 사치재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예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