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20여년 전에 존재하던 우스갯소리로 ‘데이트코스’에 대한 것이 있었다. 여자친구가 ‘매일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 보는 데이트가 지겹다’고 하자, 그럼 ‘영화보고 밥먹고 차마시자’는 남자친구의 답변. 웃음의 포인트를 찾기는 어렵지만, ‘영화’가 보편적인 데이트 코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데이트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이제 세계적인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는 극장이 아닌 당시에는 생소하던 ‘넷플릭스’에서 개봉했었다. 지난 2017년 넷플릭스가 극장과 동시에 상영하겠다고 밝히자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은 거세게 반발했다.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해야 하고, 극장에서 내려가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해야 한다는 것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극장의 주장이었다. 당시에는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동시 상영이 무산됐다. 결국 ‘옥자’는 넷플릭스와 일부 개인 극장에서만 소규모로 개봉했다.

 

이후 불과 3년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메가박스는 멀티플렉스 3사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 영화에 빗장을 풀고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인 티모테 샬라메 주연의 ‘더 킹:헨리 5세’를 시작으로, ‘결혼 이야기’, ‘아이리시 맨’,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등을 상영했다.

 

가장 완강하게 반발했던 CGV도 넷플릭스 영화 상영을 시작했다. 지난 11일부터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힐빌리의 노래’를 상영하고 있다. CGV는 넷플릭스의 다른 작품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맹크’도 배급사와 논의 중이며, 상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위상이 3년 만에 확연히 달라진 덕분이다.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장점(뒤에 자세히 서술)이 소비자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외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콘텐츠 제작사들은 너도나도 OTT로 달려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는 그나마 남아 있던 극장 수요를 소멸 수준으로 줄였다. 업계에 따르면 멀티플렉스 극장의 지난 10월 누적 관객수와 매출액은 전년대비 71.0%, 70.7% 감소했다.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기록이다. 매달 100억원의 영업적자를 견디기 힘들자 극장들은 생존을 위해 영화 관람료를 인상하고 있다. 이제 멀티플렉스 3사에서 영화를 보려면 주중 1만2000원, 주말 기준 1만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관람료 인상은 멀티플렉스 극장의 쇠퇴를 앞당기는 선택이 될 것 같다.

 

현재 OTT 서비스 이용료는 가장 비싼 프리미엄을 기준으로 1만4500원 수준이다. 영화 1편 비용으로 한달 내내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다. 물론 각 회사마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르고, 특히 개봉영화를 바로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이제 영화 제작사들이 영화를 극장에 걸기 보다 OTT에 공개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만 보더라도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콜’, ‘차인표’, ‘승리호’가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확정지었다. 국내 다수의 영화제가 웨이브, 왓챠 등 OTT를 통해 출품작을 공개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에 사람들이 다시 극장으로 갈까? 그에 대한 전망의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OTT에 비해 극장의 단점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영화를 찾아 주변 극장을 찾아 다니는 번거로움은 기본이고, 똑같은 돈을 내도 조금 늦게 예매를 했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은 정 중앙에서 보지만 나는 구석에서 고개를 돌려 봐야 한다.

 

또,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영화를 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극장이 제시한 타임테이블에 따라 약속 시간을 정하고,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어야 한다.

 

상영 시간 내내 다른 것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고, 영화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해서 다른 상영관의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없다.

 

OTT는 이 모든 단점을 보완하는 서비스이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하다. 유일한 단점은 화면 크기와 음향인데, 괜찮은 스피커에다 집에 스크린을 걸고 빔프로젝트로 영상을 쏘면 극장의 느낌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넷플릭스 월간 순이용자수(MAU)는 전년 대비 2배 성장했다. 지난해 12월 388만명이었던 넷플리스 MAU는 지난 8월 756만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웨이브는 352만명에서 소폭 상승한 388만명, 티빙은 176만명에서 255만명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위 10개 비디오 스트리밍 앱을 전년 동기와 비교해보면 실이용자 규모도 늘었지만, 이용자당 앱 사용 시간도 평균 13% 이상 성장했다”며 “새로운 이용자가 유입되고 이용시간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장 주변에서 연인을 기다리다 저 멀리서 오는 모습을 보며 행복해지던 기억, 썸 타는 과정에 극장 의자 팔걸이에서 서로의 손이 부딪히던 짜릿한 기억은 이제 앞으로 경험할 수 없는 기억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