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러가 되긴 싫지만 요즘 TV 프로그램들을 보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유행에 편승한다는 점인데 특히 요즘 더 심하다고 할까? 보통 비교적으로 실험적인 제작이 가능하고 표현의 자유가 약간은 더 보장된 케이블 채널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성공을 하게되면 같은 듯 살짝 다른 프로그램들이 종편이든 공중파든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으로 제작되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출연자도 거기서 거기다.  요즘은 틀었다 하면 요리 프로그램이거나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다

두 번째로는 너무 자극적이고 억지스러운 연출이 많아졌다. 예를들어 관찰예능은 초창기에는 연예인들이 일반인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많은 공감대를 얻어냈다. 하지만 계속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할 수는 없다보니 갈수록 억지스러운 전개와 PPL,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아져버렸다. 관찰예능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먹고살만한 연예인들의 집공개와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TV를 잘 안보게 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요즘 프로그램들이 재미가 없다. 새로운 방송이 시작하게 되면 도입기성장기안정기를 지나게 된다. 그러다 소재가 고갈되거나 여러가지 이유로 예전만 못해져서 대중으로부터 멀어지는 쇠퇴기를 거치면서 곧 폐지되는 수순에 들어간다. 그러면 다른 새로운 소재로 새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제품의 생애주기와 마찬가지로 방송 프로그램의 생태계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순환구조가 사라진 것만 같다. 기존 것이 도태하면 새로운 것이 나와야 하는데 뭔가 새로운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는 하지만 크게 신선한 것 없이 기존의 비슷한 포맷을 답습한다. 이렇다보니 지겨움을 느끼는 10대부터 30대까지의, 한 때는 주 시청자였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 the top) 콘텐츠로 이탈하는 현상이 계속된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무한도전이 방영되던 시절이 그립다. 무한도전도 종영되기 1~2년 전 쯤 부터는 사실 흥미가 떨어져서 챙겨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2008~2009년 무렵의 무한도전은 정말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에어로빅 특집, 레슬링 특집, 여드름 브레이크, 꼬리잡기 특집 등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많다. 평균이하의 남자들이 도전한다는 컨셉으로 그들이 여러분야에 도전하면서 좌충우돌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것도 흥미로웠고 특히 추격전 방식은 무한도전의 전매특허였다. 서울을 비롯해서 전국 방방곡곡을 무대로 추격전을 벌이는데, 출연자는 물론이고 카메라맨과 음향 감독들이 함께 움직여야 했을테니 제작에 투입된 비용과 얼마나 많은 스텝들이 제작에 참여했을지는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다. 갈수록 예능프로그램 답지 않게 너무 무거워 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도 했었다.

TV 프로그램을 대체할 수 있는 콘텐츠가 훨씬 많아진 지금, 무한도전이 다시 나온다고 한들 예전의 인기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한도전의 전성기 시절을 생각해보면 크게 변화없이 억지 웃음과 감동만 유발하는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이 재미있을 이유는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방송사는 더이상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투자할 마음이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