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쯤 MP3 플레이어가 막 보급되기 시작했었다. 고등학교 시절은 MP3 플레이어가 완전히 대중적인것이 되어서 누구나 하나 쯤은 가지고 사용했다. 나도 물론 MP3를 사용했지만 그 당시 시대착오적인 CD 플레이어도 구입해서 사용했었다. 2000년대 초반이었던 그 시절에도 CD를 갈아 끼워가며 듣는 것은 구식이었지만 값이 비싸더라도 정품  CD를 사서 듣는게 뭔가 더 음악소년같고 멋져 보였달까?

학생 신분에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CD를 사 모았지만 어느날 교실 책상 서랍에 두었던 CD를 보관하던 케이스를 통째로 도둑맞고 난 뒤로부터 더 이상 CD를 사서 듣지는 않게 되었다. 너무 애통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때 당시에 잃어버렸던 아소토유니온의 음반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아깝다. (빈 케이스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 지금 중고로 사려고 하면  무려 3만원이 넘더라. 몇 장 남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 때 샀던 CD 몇 장은 아직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다시 음악을  CD로 듣고 싶다는 생각은 늘 품고 있었는데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가 최근 당근마켓에서 오래된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하게 되면서 다시 CD로 음악 감상을 해보기로 했다. 인켈의 인티앰프, CD플레이어와 함께 북쉘프 스피커를 구입했다. 년식이 족히 20년은 된 것들이다. 소리는 쓸 만한 수준이 아니라 집에서 듣기엔 훌륭했다.

주말엔 알라딘 중고 서점에 가서 아내가 소장하고 있던 흘러간 아이돌 가수의 CD 들을 팔았다. 장 당 몇천원 되지 않았지만 꽤 여러장 팔았더니 2만원 가량 되었다. 그 돈에 조금 보태서 다른 중고 CD를 몇 장 사왔다.  밥 제임스, 데이빗 산본, 샤카탁, 자미로콰이, 마지막으로 포플레이. 앞으로 욕심은 부리지 않고 한 달에 한 장 정도만 해서 중고 CD를 사 모을 생각이다. 사고 싶은 것들은 벌써 머리속에 정리해 두었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블루투스 스피커만 있으면 선 하나 없이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손쉽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뉴트로 열풍인 요즘, 좋아하는 음악을 CD를 듣는 것도 썩 즐거운 취미생활인 것 같다. 더욱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턴테이블로 LP를 구입해서 들을 수도 있지만 LP는 구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부담스러운게 사실.

알라딘이나 YES 24의 오프라인 중고서점은 부산과 부산 근교에 몇 군데 있긴 하지만 중고 음반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검색해보니 부산에서 중고 음반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남포동 인근의 먹통레코드다. 가보고 싶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몰만 운영하고 오프라인 매장은 운영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