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 Z,  2013년 개봉한 월드 워 Z. 월드 워 Z는 코미디 배우 멜 브룩스의 아들이자, 괴이한 상상력의 천재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 대전 Z를 원작으로 한다. 월드 워 Z는 개인적인 감상으로 아쉬움이 컸다는 것으로 접어두고, 그 원작의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소설가 맥스 브룩스는 좀비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으며 그것에 대해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 | 맥스 브룩스 지음 황금가지>를 만드는데, 이 터무니 없을 법한 책은 꾀나 자세하게 좀비에게서 살아남는 법을 담고있었다. 한국어 번역판은 물론 미국에서만 백만 부가 팔린 나름 스테디셀러이다. 그의 좀비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만든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입각하여 세계대전 Z를 만들어내고 만다.
 
세계 대전 Z가 브래드 피트, 디카프리오가 서로 제작하려 탐을 낼 만큼 특별했던 이유는, 대부분의 좀비 영화가 행복한 일상 – 좀비의 발생 – (대다수가 죽는, 주인공도 안전할 수 없는) 결말을 맞이하며 끝나는 것이 비해, 대다수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던 엔딩 크레딧 뒤의 삶을 담았기 때문이다. 좀비 바이러스의 발생 이후 생존자를 인터뷰하는 내용을 담는 다큐멘터리 구조로 좀비 발생 – 진압 – 그 이후의 삶을 풀어나간다. 세계 대전 Z의 Z는 끝이 완전한 끝이 아니며,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마지막으로 표현된다.
 
베짱이가 되고 싶은 일개미들의 나라

사실상 좀비가 나타난다면 몰라,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수출에 의존하던 기업들이 내수에 소홀하게 되며, 기계가 사람을 대처하고 일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는 일찍이 미국에서부터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생산시설 국내 이전, 리쇼어링Reshoring이 이루어지고 있다. 내수가 살아나며 일자리는 늘어나고, 경제와 사회 모두가 안정기로 접어든다. 그럼 우리가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플랜 Z
    아주 이상적인 플랜 A.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무언가-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다!
  • 플랜 B. A의 실패를 보완해줄 차선책이라고 볼 때, 그리고 B를 보완하기 위한 C, C를 보완하기 위한 D….. 사실 B 이외의 것은 필요 없다. 모두가 실패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두 가지의 플랜이 망했다고 생각할 때, 실패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가? 그 실패에 대한 최후, 플랜 Z 는 마지막 구명조끼와 같은 결정이다.
  • 플랜 Z는 링크드인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먼의 저서 <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 | 리드 호프먼, 벤 캐스노차 지음 알에이치 코리아>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최악에 대비한 최후의 방안으로 플랜 Z를 말하며, 최악의 상황에서 최상의 만족을 줄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럼 플랜 Z는 어쩔 도리없이 생존만을 목표로 하기 위한 단순한 방지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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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도 소분하고, 샘플을 구입하고, 중고로 판매한다
 
보통 일반적 소비와는 다른 소비 형태. 샘플을 파는 샘플 세일, 대량의 생필품을 소분하여 판매하는 소분 마켓, 사업자가 아닌 개인의 중고품을 사고파는 중고나라,
휴대폰을 열 때마다 광고 슬라이드를 보는 명목으로 적립되는 티끌의 돈. 다양한 형태의 근검절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불과하던 중고나라는 10년만에 1천만 명을 넘어서, 현재는 명실상부한 기업과 같은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매달 퍼붓는 적금은 내 시야에서 사라져 또 다른 통장의 잉크로 찍힌다. 현금이 아닌 게임의 사이버 머니처럼 적립되는 돈들의 숫자에 돈에 대한 개념이 어려워진다. 개미처럼 살려 마음먹어도,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 세상은 베짱이가 되라고 강요한다. 지쳐가는 삶의 스트레스를 가장 간편하게 풀 수 있는 방법은 소비다. 하지만 물가는 나의 한 시간 시급보다 더 비싸다…. 암울한 시대의 자화상이다. 옛날에는 술 권하는 사회라더니, 이제는 그 술조차 맘껏 취하지 못하는 사회다.

오늘날 우리의 심리적 만족도는 점순이가 자랑하는 감자에 만족하지 않는다. 맛있는 걸로 배를 채우고 싶고, 밥을 먹고 나면 아메리카노가 생각 나고, 배까지 부르면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도 문화를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크다. 하지만 우리의 지갑은 이 좋은 문화들을 누리기에는 아주 얇디얇다. 이런 상황에서 플랜 Z가 등장하게 된다. 개인이 만족하는 소비와 근검절약하는 소비의 줄다리기. 가격 대비 양이었던 기존 소비와는 달리, 가격대비 만족이라는 자신이 주체적인 소비를 즐기게 된다.

쿡방, 셀프 인테리어, 샤오미, 이케아
집에 있는 간편한 재료로 만들어 먹는 다양한 요리들, 기분 전환에 좋은 셀프 인테리어, made in china의 부상 샤오미, 필요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이케아.

소비의 목적부터가 이전과 다르다. 이전의 소비가 행동하기 위한 소비였다면, 만족하기 위한 소비로 변화하고 있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직접 만드는 수고에 대해 만족도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 쇼핑으로 구매하고, 집에서 직접 만드는 형태로 소비의 공간도 밖에서 집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는 소비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이것은 단순히 소비 형태의 변화만을 뜻하는게 아니다. 소비 형태, 가치가 변화하면서 문화가 된다. 문화는 사회 현상을 나타내며, 사회 전체를 말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의 등장이다. 우리는 아주 잘 하고 있다,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와 같은 가이드가 없이도 말이다. 단순한 가성비가 아니다. 현명한 가격은 중요하지만, 단순히 값이 저렴해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가치의 본질을 따지는 것이다. 이 제품을 구매함으로 자신이 가지는 만족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내가 이것을 소비함으로써 가지게 되는 가치까지 따지게 된다. 이제까지 현혹되어온 유행과 문화는 옅어지며, 앞으로의 소비는 점점 더 현명해질 것이다.

글. 박재은. 애쓰는 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