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유튜브에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채널을 즐겨봤다. 어느 때부터였더라. 경기도 모처의 돈까스 집에 들어갔을 때였다. 저녁시간이었다. 어린이가 꽤 많이 있었다. 그들의 부모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저마다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내 안의 편견과 혐오가 요동쳤다. 아, 오늘 저녁 조용히 먹지는 못하겠구나.

그런데 아니었다. 식당은 조용했다.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 앉아 조용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뽀로로인가 했다. 아니었다. 그 다음에는 요즘 인기 많다던 터닝 메카드인가 했다. 그것도 아니었다. 멀리서 흘러 나오는 건 여성의 목소리였다. 유치원 선생님인가 싶었다. 그것도

아니었다. 함께 밥을 먹던 지인은 어리둥절해 하는 내게 ‘캐리 언니’를 알려주었다. ‘캐리 앤 토이즈’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라고 했다. 그 날 밤 집에 들어가 캐리의 영상을 몇 번이고 보았다. 재밌었다. 그가 초콜릿 속에서 몇 번이고 똑같은 장난감을 뽑을 때 함께 안타까움을 느꼈고, 나도 저 액체괴물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린이를 위한 채널이었겠지만, 그의 독특한 말투와 재밌는 아이템은 관심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그의 인기는 돈까스 집에서만의 우연이 아니었나보다. 그 후 어딜 가든, 어린이가 있는 곳은 그 어디나 캐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캐리는 어디서나 걸걸한 목소리로 “안녕~ 친구들!”을 외치고 있었다. 그 인기의 증거였을까. 성차별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초통령이라 불리던 캐리는 KBS에서 <냠냠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며 능력을 인정 받았고, 그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뮤지컬도 히트를 쳤다.

그 덕분일까.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채널은 2016년 유튜버 중 최고 조회 수(6억 5998만 건), 수익(7억 9198만원)을 기록했다. 광고, 캐릭터 상품, 저작권 등까지 포함하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수익이었다. 캐리를 모르는 어린이는 없는 것 같았고,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를 계속 이어갈 것처럼만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캐리가 돌연 하차를 선언한 것이다. 지난 2월 17일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캐리 채널’이 새로워집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캐리가 하차하고, 새로운 캐리(김정현)가 영상을 맡아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항의가 빗발쳤다. 악플이 이어졌다. 아이가 울며 밥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구독을 끊겠다고도 했다. 캐리가 영어를 못해 쫓겨났다는 등의 루머도 이어졌다.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캐리’해 온 게 바로 캐리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크리에이터를 내보내고 다른 이를 영입하는 결정은 이해가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비판이다. 하지만, 애초에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캐리는 1인 미디어나 1인 채널이 아니었다. 공통의 크리에이터 집단이 만드는 MCN(Multi Channel Network)다. 캐리도 있고, 캐빈도 있고, 엘리도 있으며,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외에도 캐리 앤 송, 캐리 앤 북스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운영하는 캐리소프트라는 회사가 있다.

그러니까, 캐리는 캐리소프트의 직원이었고, 수많은 크리에이터들 중 한 명이었다. 직원이 나가겠다는데 막을 수 있는 회사는 없다. 캐리 역시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이 아닌 다른 길을 꿈 꾸고 있었을 수도 있다. 회사와 개인의 관계다. 일인 미디어라면 한 사람의 의중이 채널 전체를 움직였겠지만, 캐리는 그럴 수 없었다. 회사에 속해 있는 한 명의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는 충분히 예견된 문제였다. 캐리가 오랫동안 이 채널을 이끌어갈 수 없음 말이다. 다만 예상보다 시기가 빨랐고,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의 대처는 미숙했다. MCN 미디어를 운영 중이라면, 이번의 ‘캐리사태’는 그냥 편히 보고 넘길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교훈은 얻을 수 있겠다. 회사의 사장 쯤 되지 않는 이상, 크리에이터가 컨텐츠의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 크리에이터 중 누구라도 당장 내일 그만둘 수 있음을 기억하고, 그럴 경우 대처해 나갈 시나리오를 충분히 만들어 두어야 한다는 점 말이다.

캐리는 방송인 ‘강혜진’으로서, KBS에서 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기로 했다. 1대 캐리로서 그랬던 것만큼, 앞날의 그에게도 행운이 따르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