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꾸민다. 효과는 모르겠는데 잘 꾸민다는 거 꽤 괜찮은 장점이다. 요리를 좀 한다. 레시피만 한 번 보면 웬만한 요리는 뚝딱 해낸다.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아버지 덕분인지 길을 지나는 자동차를 보면 어떤 기종인지 척척 맞추기도 한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었던 덕분인지 길을 지나다 보이는 꽃이나 풀의 이름도 척척 맞춘다. 한 번 배운 건 잘 기억해서, 영어 말고 중국어와 일본어도 어느 정도는 한다. 친구들과 자주 뛰놀았던 덕분에 축구와 농구를 비롯한 여러 종목의 운동도 기본 이상은 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많은 장점 중에서도 가장 쓸모있는 장점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내 단점에 집중하는 것.”

여기서부턴 단점에 대한 소개다. 게으르다. 너무 게으르다. 부지런한데 게으르다. 일은 잘 벌리고 게으른 사람이라 할 일을 꼬박꼬박 적어두고 하나씩 하는데 할 일이 잘 줄지 않는다. 잠은 잘 자야해서 시험기간에 할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위해 잠을 줄이질 못한다. 그러다 보니 꼭 둘 중 하나를 놓친다. 뭘 많이 놓치다 보니까 사람들이 나에 대한 믿음을 잃기 쉽다. 그래서 자신있는 분야를 지독하게 공부해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스케쥴을 최대한 조정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일을 맡는다.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물어보면 장점보단 단점을 더 많이 안다. 장점을 물어보면 그게 자기자랑 요구라도 되는 것처럼 “제 장점이요? 잘 모르겠어요… 잘 자는 거?”, 하고 수줍어한다. 단점을 물어보면 그것이 겸손을 드러내는 하나의 방법이라도 되는 것처럼 수줍지만, 그러나 자연스럽게 단점을 한 두개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거기서 끝이다. 나는 내 단점을 알고, 그러면 그걸로 됐다는 느낌이다. 뭔가 찜찜하다.

장점을 찾고 개발하는 건 어렵다. 쉽다고 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그것도 어렵다. 틈만 나면 비교 당하고 경쟁하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에서 낮아진 자존감으로 자신의 장점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자기소개 하라고 하면 이름과 학교와 학과, 좋아하는 것 정도 말하는 게 전부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순위의 문제다. 장점에 먼저 집중할 것인지, 단점에 먼저 집중할 것인지의 문제다. 후자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 단점은 필연적으로 나쁜 습관과 관련이 있다. 가령 나태한 태도가 단점인 사람은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에서 게으름이 기인한다. 습관은 생활 전반을 조율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쁜 습관이 있을 경우 그걸 찾아 고치는 게 우선시되어야 한다. 김밥 한 줄에 아무리 많은 재료와 소스를 넣은들, 정작 단무지가 빠져 있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로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하다가도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갖고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건 중요하다. 방향이 어느 쪽이 되었건, 내가 바라보고 있다면 앞이고 후진 또한 전진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