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필수조건이다. ‘그래야 한다’는 게 아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어딘가 이상하거나, 모자란 사람 취급 당하기 일쑤다. 얼마 전 소개팅을 나갔던 친구 하나가 있다. 꽤 괜찮은 친구였다.

이성의 후배들에게 결코 이상한 농담을 하는 법이 없었고, 꽤 예의 발라 따르는 이들도 많았다. 유머러스했고, 친구들과 관계도 괜찮았다. 내 후배 중 하나는 그를 짝사랑했고, 고백했지만 내 친구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후배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몇 번 이런 일이 반복됐다.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알바를 하고, 장학금을 위해 공부하느라 연애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그의 문제로 남을 줄은 전혀 몰랐다.

그의 소개팅은 꽤 화기애애했다. 건전하고 성실한, 이 세계에는 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의 모습에 상대방도 미소 짓는 게 보였다. 하지만 연애경험을 물었던 상대방의 얼굴은 5초 이내에 확연히 굳었다. 그가 연애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첫 소개팅은 그대로, 짜게 식어 버렸다.

아마 그 친구를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이렇게 괜찮은데 연애 경험이 없다는 건, 분명 어딘가 자신이 볼 수 없는 곳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을지도 모른다. 그 친구가 그런 상황에 처했던 건, 한 두 번의 일이 아니다. 직장 상사에게서도, 가족에게서도 ‘어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들려왔다. 연애 경험이 없으면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아마 연애를 하지 않았거나, 못했다는 건 비정상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애 유무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삼포, 오포 세대라며 연애를 포기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라면 더욱. 지금껏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으면 연애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 연애에서 별다른 의미를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연애에 관한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맥락들을 무시한 채 오로지 연애여부의 유무만을 가지고 누군가를 난도질하고, 삿대질하는 일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연애는 우리 삶에 필수조건이 아니다. 싱글이면 뭐 어떤가. 싱글 나름대로 행복하면, 싱글싱글 웃을 수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