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좀 신경 써서 입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패션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 남들이 다 입는 아이템은 나도 꼭 하나 구비해 놓고 입는다. 작년부터 유행했던 생지 핏 데님이나 올해 새롭게 유행하는 와이드 팬츠, 스트라이프가 가미된 셔츠, 목이 올라오는 폴라티, 청자켓, 얇은 조끼패딩 등등. 무슨 이유인진 모르겠지만 예전엔 눈길이 가지 않던 패션 아이템이더라도 유행을 한 번 타면 멋스러운 필수 아이템으로 재탄생한다.

생각해보면 음식도 그렇다. 언제부터 생과일 주스를 파는 가게와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작년에 크게 유행했던 대왕 카스텔라는 언젠가 꼭 한번 먹어보았던 음식이다. 정말 많은 커플이 치즈 등갈비찜을 데이트 코스에서 먹어 보았을 것이고 유명한 관광지에 가면 큐브스테이크를 파는 푸드트럭이 꼭 있게 마련이다. 비빔면과 삼겹살 조합은 자취생들의 로망처럼 자리 잡은 야식 메뉴이고 편의점 음식을 조합한 “마크 정식”이라는 것도 SNS를 뜨겁게 달구었다.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대부분의 치킨집에 양파 치킨 혹은 스노우 치킨 메뉴가 양념 치킨처럼 자연스럽게 끼어 있었고 내가 알던 과자가 어느새 허니버터 맛으로 바뀌어 있었던 기억도 있다.

두 말할 것 있겠는가. 상점이 많은 번화가의 거리를 거닐 때 한동안 같은 노래들이 너무 많이 흘러나와 귀에 박히도록 듣게 되는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렇게 대중음악이 유행을 타는 동안, “나만 아는 노래”처럼 숨은 보석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들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을 통해 유행하기도 한다.

유행이 아닌 것이 없다. VR 기술로 히트를 친 회사가 나오자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합한 기술이 아님에도 너나 나나 할 거 없이 모든 회사들이 마케팅에서 VR을 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게임 <POKEMON GO>가 엄청난 파급을 일으키자 이 세상엔 “~ GO”의 이름을 가진 것들이 너무 많이 생겨 버렸다.

그런데 유행은 누가 시작하는 것일까? 아무 이유 없이 유행이 생길 리는 만무하다. 유행으로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 분명 그것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 사람은 유행을 타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는 사람이고,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것을 찾아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사람이다. 실제로 많은 “패피”들이 그러하고 밀크티나 카스텔라의 창업자가 그러하고 구글이 그러하다. 나는 내가 즐기는 무엇인가가 유행이 될 수 있나 생각해볼 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나는 항상 남들이 무엇을 먼저 한 후에 그것을 따라가는 사람이니까. 아마 우리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들의 용기가 참 대단하다.

2014년 상반기 모바일 게임 회사들의 마케팅은 천편일률적이었다. 카카오톡 초대하기 기능을 통한 가입자 수의 증가, 크로스 프로모션(서비스 중인 서로 다른 두 앱의 호환적인 이벤트)을 통한 앱 설치 가지치기, 이른바 “싸게싸게” 하는 마케팅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핀란드 헬싱키 출신의 전략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의 마케팅은 뭔가 달랐다. 그들은 비용이 비싸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들이 기피하는 TV 광고를 마구마구 내보냈고,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듯한 높은 완성도의 광고를 시리즈처럼 대량생산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던 그들의 과감한 도전, 그 결과는 놀라웠다. 단 두 달만에 수많은 헤비 유저를 확보에 구글 플레이 매출 1순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그들은 유행이 되었다. 2015년 1분기 국내 모바일 게임 TV 광고 비용은 약 49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배 증가했으며 2014년 TV 광고비용 전체 463억 원과 비교할 때 30억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닐슨코리아). 또, 2015년 상반기 국내 모바일 게임 지상파 TV 광고 비용은 총 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DMC미디어).

진부한 비유지만 산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처음부터 길이 나 있는 산은 없다. 굴러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사람들, 그들이 산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수백년 동안 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산길을 그대로 따라간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다. 사실 옳은 것이란 기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생각과 선택은 얼마든지 “정답”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믿어라. 과감해져라. 오늘도 한 발 내딛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