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눈 코 뜰 새없이 바빠 일주일 동안 옷을 세탁하는 걸 깜빡해본 적 있는가? 그래서,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내일 아침 당장 입고가야 할 옷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본 적 있는가? 곳곳에 보기 싫은 얼룩이 조금씩 있고 빠질 데 없이 생긴 일그러진 주름이 해수면을 연상시키는 옷을 보며 자신이 지금 굉장히 난감하다고 느껴본 적 있는가?

그런 상황에서 필요한 “빨래 잘 말리는 요령”이 있다. 우선 햇빛이 필요하다. 탁 트인 넓은 곳에서 빨래를 널찍하게 늘어놓고 부는 바람에, 쬐는 햇빛에 그들을 맡기면 된다. 그들은 춤춘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을 묘사하기라도 하는 듯, 뜨겁게, 그들은 춤을 춘다. 그들이 흘리는 땀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빨래는 마른다.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보라. 당신의 못난 빨래가 마르는 데엔 채 세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차, 정작 가장 필요한 햇빛이 없다니!

이처럼 우리가 문제에 대한 처방을 할 때엔 가장 적절한 타이밍, 즉 “적기”가 있다. 적기를 놓칠 경우 생기는 가장 큰 패널티는 우리가 손 댈 수 없는, 영향을 끼칠 수 없는 부분에서 받는 방해가 생긴다는 거다. 가령 이런 경우를 생각해보자. 시험공부를 미루고 미루는 습관 때문에 당장 시험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족보를 사용하거나 혹은 공부를 미리 했던 친구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밤을 연속으로 지새는 방법들이 있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양은 절대적으로 나의 통제권을 벗어난 상태다. 아무리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한들 한계가 있는 법.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제 때 해야 한다. 미루지 말아야 한다. “적기”에만 갖춰지는 요소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두 알 순 없기에 할 일이 주어졌을 때 최선을 다해서 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늦지 않게 잠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 잠들기 전과 일어난 직후에 매일매일의 할 일을 체크하는 습관,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누구보다 부지런할 필요는 없지만 어제의 나보다 게을러선 안된다. 우리는 거대한 탑을 짓기 위해 하루에 한 개의 벽돌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말들을 하기 위해 글을 연 것은 아니다.

더 크게 보자. 청춘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가 청춘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건 내가 하지 않았던 선택,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 내가 잡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후회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서야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며 지금은 때가 지났다고 생각하고 인생은 타이밍이라 생각하고 청춘은 적기라고 생각한다. 그 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도전들을 지금 마주하기엔 내가 손쓸 수 없는 어떤 거대한 환경적인 제약이 생겨버렸다고 판단한다. 놀라울 것까진 아니지만 우리는 이미 “적기”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당신, 단단히 잘못 알고 있다. 파도가 일어야 그 흐름에 뛰어드는 서퍼가 있듯, 깊은 어둠이 있어야 당당히 자신을 빛내는 별들이 있듯, 장애물 없는 허들 경기가 없듯, 제약이 생기고 비로소 도전이 의미 있는 법이다. 매끈한 평면 위를 미끄러지는 도전은 무(無)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청춘은 나이의 범주로 따지는 개념이 아니다.

태초에 도전이 있고 고난이 있다. 여정이 있고 시련이 있다. 과정 속에서 얻게 되는 작은 빛들은 우리의 땀에 맺어 반짝인다. 당신도 상상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도전한다면 결국 빛나는 순간이 있을 거다. 한 달에 몇 번, 일 년에 몇 번이 될 진 모르지만 한순간 빛나는 그 반짝임을 품었다면 그건 청춘이다. 그 값진 가치를 나이로 따지려는 건 꽤 의미 없는 시도임에 틀림 없다.

적기를 놓치지 마라. 우리는 적기를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해가 져버렸다고, 내일 아침까진 빨래를 말릴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해는 당신 머리 위에 있고, 지금이 아니라면 정말 깜깜한 밤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햇빛을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 정말로 해가 져버렸다면 어떤가, 볕을 찾는 그 간절함에 하늘에서 건조기가 뚝 떨어질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혹여 내 열정과 땀에 빨래가 바싹 말라버릴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지금 나에게 해가 떠있는지 고민해보라. 따사로운 햇빛은 눈을 감아도 느껴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