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의 기능성 티셔츠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반팔 티셔츠는 면 100% 소재로 만들어진다. ‘면’은  고려시대 문익점이 중국 원나라에서 붓두껍에 가져온 목화씨, 바로 그 목화에서 만들어지는 섬유 원단이다. 그럼 면 100%는 다 똑같은 면 소재라는 건데, 당장 아무 의류 매장에 들어가서 티셔츠를 살펴보더라도 원단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건 까슬까슬하고, 어떤 건 실크처럼 부드럽다. 어떤 건 단단한 느낌인데, 또 어떤 건 하늘하늘 거린다. 남자라고 다 같은 남자가 아닌 것처럼, 면이라고 다 같은 면이 아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면에게도 다양한 ‘면’이 있다.

이런 차이는 똑같은 면 소재라도 티셔츠 제작 과정에서 어떤 공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나타난다. 질감의 차이는 스타일의 차이로 이어지고, 공정에 따라서는 표면의 느낌, 색감의 차이, 제품의 변형 정도까지 다양한 차이를 드러낸다. 무슨 원단 떼다 팔 것도 아니고 반팔 면 티셔츠 한 장 사면서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다.

하지만 세탁기 한 번 돌렸다가 만신창이가 된 티셔츠에 가슴 아파해본 적이 있다면, 아주 기본적인 면 소재의 종류와 가공 공정의 효과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주 별 것 아닌 몇 개의 정보가, 당신의 쇼핑을 현명하게 만들 테니까.

① 티셔츠의 두께 – 10수, 20수, 30수

‘면 10수, 탄탄한 티셔츠’ 혹은 ‘20수 면 원단의 시원한 티셔츠’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거다. 이 때의 ‘수’ 란 일정한 양의 목화솜에서 뽑아내는 실의 길이를 나타낸다. 1g의 목화솜으로 10m 뽑아내면 10수, 20m 뽑아내면 20수. 그러니까 같은 양의 목화솜에서 더 길게 뽑아낼수록, ‘수’가 높아질수록 우리가 체감하는 티셔츠의 두께는 반대로 더 얇아진다. 일반적인 반팔 티셔츠는 보통 16수 정도의 두께로 제작된다. 10수는 꽤 두껍고 탄탄한 티셔츠, 20 수 이상은 여름에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얇은 티셔츠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체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지 않다’ 하는 분들은 약간 낙낙한 사이즈의 10수 티셔츠를 고르면 깔끔한 핏을 연출할 수 있다. 톡톡한 두께 덕분에 입었을 때 깔끔하고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할 수 있고, 가슴이나 허리의 볼록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덮어준다. 밝은 색상의 티셔츠라도 비침 현상이 거의 없다. 반대로 ‘나는 군살이 없다. 나는 시원한 티셔츠가 필요하다.’ 하는 분들은 20수, 30수의 티셔츠를 고르면 몸을 타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핏을 연출할 수 있다. 흰색이나 밝은 색인 경우에는 민망한 부위가 비칠 수도 있으니 몸에 딱 달라붙는 슬림핏보다는 레귤러핏이나 오버핏이 좋겠다.

매장에 가서 직접 티셔츠를 산다면 10수니 20수니 하는 것 고민할 필요 없이 만져보면 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살 때는 사진의 질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몇 수인지 보고 판단하자!

② 원래 모습 그대로! – 덤블 워싱, 텐타 가공

요즘 인터넷 쇼핑몰에 판매되고 있는 거의 웬만한 면 티셔츠는 덤블 워싱과 텐타 가공이 되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세탁기 한 번 돌렸을 뿐인데, 늘어나고 뒤틀린 티셔츠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다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 바로 덤블 워싱과 텐타 가공이다.

덤블 워싱은 말 그대로, ‘워싱’ 공정이다. 즉, 쉽게 말해 세탁기에 돌린다는 뜻인데 본연 그대로의 면 원단(생지)를 덤블 워싱하면 차분한 색감, 부드러운 촉감과 더불어 낮은 수축률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면 원단은 세탁 후 수축하는 성질을 갖는데, 제품 완성 전 미리 덤블 워싱을 통해 수축이 이뤄진 상태를 만들어 버리는 거라고 보면 된다. 물론, 덤블 워싱을 거친 후에도 아예 수축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서, 세탁기로 세탁할 때는 반드시 냉수로 세탁해야 한다. 온수로 세탁하게 되면 최소 반 치수정도 수축하게 된다.

텐타 가공은 보통 면 원단 가공의 마무리 단계이다. Tenter는 기계 이름으로 주 기능은 직물의 폭을 일정하게 고정시켜주는 것인데, 원단에 따라 140~200도의 고온으로 옷의 형태를 단단하게 잡아준다. 이 가공을 거친 티셔츠는 세탁 후에 허리선이 사선으로 돌아가거나 하지 않는다. 즉, 덤블 워싱과 텐타 가공을 거친 티셔츠라야 원래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티셔츠가 덤블 워싱과 텐타 가공을 거쳐 생산된다. 만약 이런 과정 없이 생산된 티셔츠라면 아무리 때깔이 고와도 거의 1회용 티셔츠에 그칠 확률이 높다.

③ 면 티셔츠도 피부 관리한다. – 바이오 워싱, 실켓 가공

하루 종일 미세먼지에 시달려 지저분해진 얼굴. 손톱으로 쥐어짜 흉터 난 여드름 자국까지- 피부를 새로 싹 갈아엎을 수는 없지만 깨끗이 세안하고, 15분 동안의 시원한 마스크 팩, 촉촉한 에센스까지 바르고 나면 한결 뽀송뽀송하고 말끔한 얼굴이 될 수는 있다.

면 소재는 기본적으로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불순물의 양에 따라서 촉감이 달라진다. 똑같은 조건일 때 불순물이 적을수록 부드럽고 매끈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바이오 워싱은 워싱 공정에 바이오, 즉 효소를 활용하는데 이 효소가 면 소재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바이오 워싱을 거친 티셔츠는 피부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고, 시각적으로도 포근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내 얼굴에 빗대어 보자면, 바이오 워싱은 지저분했던 얼굴을 풍성한 거품으로 세안하는 효과랄까.

실켓 가공은 그 이름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실크처럼 보이게 하는’ 가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머서라이즈 가공’ 이라고도 부르는 실켓 가공은, 면 원단을 보다 고급스러운 실크처럼 광택이 돌게 만들고, 몸을 타고 유려하게 흐르는 ‘드레이프성’을 더해준다. 때문에 실켓 티셔츠들은 대부분 슬랙스와 입거나 셔츠 대신 정장 자켓과 입었을 때 가장 멋지다. 그런 점에서 실켓 가공은 씻고 나온 얼굴에 하는 마스크 팩과 촉촉한 에센스처럼 티셔츠의 피부를 관리해주는 역할을 한다. 다 적고 나서 거울 속 내 얼굴을 보니 괜한 자괴감이 든다. 티셔츠 실켓 가공이 문제가 아니다. 오늘은 마스크 팩을 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