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고, 가볍고, 흔하디 흔한 반팔 티셔츠. 여름이면 패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팔 티셔츠 한 장 잘 입어보려고 지난 칼럼에서 넥 라인, 어깨 선, 면 원단까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 정도만 제대로 알고 있어도 웬만한 의류 매장에서 당장 일을 해도 고객에게 반팔 티 몇 장은 팔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반팔 티셔츠의 디자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요즘은 유행이 빠르게 변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해서 기상천외한 디자인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당황스러울 만큼 긴 기장의 티셔츠, 빈티지라기엔 너무 ‘빈 티’ 나는 것 같은, 거의 해체 직전의 티셔츠, 기하학적인 무늬가 가미된 티셔츠까지. 하지만, 오늘은 가장 전통적이고 대중적인 ‘긋고, 찍고, 그리는’ 3가지 디자인만을 알아볼 것이다. 우리는 옷알못 남성을 위한 패션 기본서이니까. 학창시절 배웠던 여러 과목들과 마찬가지로, 패션도 기본을 익히지 않은 채 심화 문제로 넘어가봐야 결국 손발이 고생하고, 돈만 날릴 뿐이니까.

① 긋다 – Stripe

흔히 ‘단가라 티셔츠’ 라고 부르는 스트라이프 티셔츠. 왜 하필 ‘단가라’인 건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일본어 중 계단 무늬를 뜻하는 말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가로로 줄줄이 뻗은 줄무늬를 떠올려보면 꽤 그럴 듯한 설인 것 같다. 아마 이 스트라이프 티셔츠가 계절을 불문하고 가장 많은 남성들이 찾는 디자인 티셔츠가 아닐까. 우선 제일 만만하고, 거의 모든 패션 브랜드에서 제작하기도 하며, 아무 무늬가 없는 티셔츠보단 왠지 멋 부린 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하지만 스트라이프라고 다 같은 스트라이프는 아니다. 우선 똑같은 색상이라도, 스트라이프의 굵기에 따라 착장의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스트라이프 굵기가 굵을수록 캐주얼한 느낌을, 얇을수록 격식을 차리는 포멀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의 럭비팀 단체 티 같은 아주 굵은 굵기의(약 5cm 이상) 티셔츠는 보통 영유아 아이들 옷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young한 스트리트 브랜드에서도 매해 출시하고 있어서, 청바지나 카고 바지, 짧은 반바지와 코디하면 꾸러기 같은 룩을 연출할 수 있다.

그것보다 약간 더 얇은, 3cm 내외의 스트라이프 티셔츠까지도 캐주얼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단, 이 정도 굵기의 스트라이프 티셔츠 색 조합이 검은색, 흰색일 경우 죄수복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주의할 것. 또 웬만큼 피부가 희거나, 과감한 패션 피플이 아니라면 검은색, 노란색 같은 보색 조합은 피할 것. 흰색과 블루 계열의 조합이나, 검은색과 톤다운 된 블루, 그린, 레드의 조합이 좋다.

파블로 피카소도 입었다는 명품 스트라이프 티셔츠의 대명사 ‘세인트 제임스’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스트라이프 굵기가 0.5cm ~ 1cm 정도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무난하면서, 캐주얼과 포멀을 두루 아우르는 마법의 스트라이프! 흰색을 베이스로 블루 계열의 줄무늬가 더해지면, 흔히 ‘마린 룩’ 이라고 부르는 시원한 느낌을 준다. 반면에 네이비 색을 베이스로 흰색 또는 붉은색의 줄무늬가 더해지면, 차분하고 세련된 느낌의 룩을 연출할 수 있다. 피부가 흰 편이라면 그린 스트라이프, 오렌지 스트라이프도 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물론 나는 피부 톤이 어둡고 칙칙한 탓에 시도해보지 못했다.

아주 얇은, 그래서 자세히 보아야 줄무늬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스트라이프 티셔츠는 정장 자켓 안에 가볍게 입기에도 좋다. 젊고 활기찬 느낌이라기보다는, 티셔츠로 격식을 차리고 약간 진중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유용하다.

② 찍다 – Dot

땡땡이, 물방울 무늬라고도 부르는 도트 디자인의 티셔츠. 밋밋한 코디에 확실한 포인트를 주기 좋다. 다만, ‘땡땡이’ 의 종류와 크기에 유의할 것. 우선, 땡땡이는 그냥 땡땡이인 것으로 만족하자. 해골 같은 요상한 그림이 정신없이 티셔츠에 난사 된 것은 피해야 한다. 그저 동그란 점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그 동그란 점의 크기는 작을수록 좋다. 여성 원피스나 영유아 아동의 옷에서라면 큰 점들이 귀여운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남성 티셔츠에서 500원, 100원짜리 동전만 한 점은 너무 크다. 작고 은은할수록 귀여움과 세련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흰색 베이스에 색깔이 화려한 도트가 있는 것보다는, 짙은 색상의 베이스에 흰색 도트가 있는 것이 소화하기 수월하고 깔끔하다.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비해 디자인 자체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도트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을 때는 무난한 바지를 입는 것이 좋다. 짙은 색의 슬랙스, 워싱이 과하지 않은 데님, 혹은 차분한 색감의 치노 팬츠 등이 좋겠다.

도트 무늬 대신 강아지, 오리, 배, 선인장 등등의 그림을 자수처리 한 티셔츠도 있다. 의류 브랜드 ‘폴로’에서 매년 출시하는 자수 디자인인데, 고급스러운 위트를 더해준다. 아니 잠깐, 그런데 위에서 해골이나 요상한 그림 말고 그냥 동그란 점이어야 한다고 했지 않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자수’ 여부다. 폴로 브랜드를 통해 강아지, 오리, 배 등등의 자수 디자인은 이제 자수 디자인의 시그니쳐가 되었다. 단, 아무리 고급스러운 자수라도, 제발, 해골 무늬만은 피하자. 원효대사는 해골 물을 마시고 해탈하셨지만, 우리는 해골 무늬 티셔츠를 입으면 패션 테러리스트가 될 뿐이다.

③ 그리다 – Graphic

마지막으로 알아볼 티셔츠는 바로 그래픽 티셔츠. 티셔츠의 전면이나 후면에 사진 혹은 그림이 들어간 것을 말한다. 사실 그래픽 티셔츠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서로 다르고, 반드시 이런 것을 입자, 저런 것은 입지 말자, 단언하기가 어렵다. 가령, 나라면 입지 않겠지만, 스타워즈 시리즈 마니아에게 다스베이더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프린트 된 티셔츠는 단순한 디자인의 차원을 넘은 선호도를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지금부터 아래의 글은 나의 주관적인 내용임을 미리 밝히며 특정 영화, 만화의 마니아들께서는 너무 노여워하지 마시길.

우선, 특정 취향을 배제하고서라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그래픽 티셔츠의 디자인의 첫 번째 조건- 그림이 아니라 ‘글’ 또는 ‘로고’가 그려져 있을 것. 영화나 만화 캐릭터의 사진 또는 그림이 티셔츠에 그려져 있으면, young한 느낌을 넘어, 자칫 나잇값 못한다는 잔소릴 들을 수도 있다. 패션은 결국 자기만족이라고 하니, ‘주변의 시선, 나잇값 따윈 상관없어!’ 하시는 분은 내 이야길 듣지 않으셔도 무관하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번거로움을 감당하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면, 그림이 아닌 글이나 로고가 프린팅 된 것으로 고르자. 영화나 만화 제목, 브랜드의 이름이 영문으로 프린팅 되어 있는 것. 실제로 펩시, 코카콜라, 스타워즈, 등등이 의류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래픽 티셔츠를 자주 출시하기도 한다.

특정 취향을 배제하고서라도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그래픽 티셔츠의 디자인의 두 번째 조건- 옷이 꼭 그림의 캔버스가 될 필요는 없다. 그래픽 티셔츠라고 해서 그림이 티셔츠의 전면, 후면을 꽉 채울 필요는 없다. 때로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그림이 오히려 더 깔끔하고 위트 있는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주로 왼쪽 가슴, 팔 소매, 뒷목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그리 크지 않은 그림들이 ‘나 여기 있소!’ 하는 큰 그림보다 더 눈에 띌 것이다.

그래픽 티셔츠는 말 그대로 티셔츠에 그림이 프린팅 되어 있기 때문에 캐주얼한 룩에 어울린다. 찢어진 데님, 길이가 짧은 반바지 등에 잘 어울린다. 낙낙한 사이즈로 여유 있게 입는 것이 좋다. 너무 슬림하게 입으면, 당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얼굴이 변형되거나, 광선 검이 휘어질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