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눈 앞에 칠판이 매끄러운 사각형이 매끄러운 당구대로 보인다. 교수님이 들고 계신 칠판은 초크로 보이고, 이내 그 작은 사각형 안에는 무수한 길들이 어지럽게 그려진다. 입에 물고 있던 볼펜을 지긋이 손으로 잡아 왼손가락으로 만들어진 견고한 손가락 받침대 구멍속에 밀어 넣어 본다. 집에 돌아와 누웠을 때, 천장에 똑같이 그려지는 공들의 움직임을 느끼며, 그제서야 스스로 나지막이 읊조린다.

“내가 당구에 미치긴 미쳤나보구나!”

마찬가지로, 지나가다 마주한 어느 잔디밭을 앞에두고 페어웨이나 러프가 생각날 때. 장대 우산을 손에 쥔날, 남들의 시선을 피해 엉거주춤 백스윙을 해보거나. 어린이들 놀이터의 모래를 보고 벙커안에 있는 공을 상상한다면. 그리고 가지고 있던 골프 장비들이 왠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말할 수 있다.

“골프에 미치고 말았네!”

무언가에 ‘미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정도가 지나쳐 일상이나 삶, 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미치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정상적이지 않음을 뜻한다. 부정적으로 주로 쓰이지만, 관심을 보이거나 집중하는 정도가 보통 이상일 때 우리는 이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곤 한다. 사랑도 그러하지 않은가. 미치도록 하는 사랑이 온전하게 받아들여지니까. 미치지 않은 것을 두고 사랑한다고 할 순 없으니.

그러니,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느 것에 대해 ‘미친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축복일 수 있다. 어느 한 대상에 그렇게 열정적일 때 우리는 그 단어를 쓰기 때문이며, 돌아보면 우리 삶에서 ‘미치도록’ 열중하는 일들은 그리 많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단, 우리는 미치기전에 지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에 열중하여 어느 수준에 이르기 전에 우리는 많은 도전을 받곤한다. 그것을 넘어서면 미칠 수 있고, 즐길 수 있다. 물론, 그 길이 나와 달라 인연이 닿지 않거나 미치지 않아도 되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지치도록 또는 미치도록 노력과 도전을 해 본 뒤에 결정할 일이다.

그러니, 미리 지치지 말자. 미치도록 한 번 해보자.

누군가 말했다. 지치면 지는 것이고, 미치면 이기는 것이다.

모든 것에 적용될 말은 아니지만, 수 많은 것들 중에 하나라도 들어 맞는다면 이 말은, 당신의 도전은 찬사 받아 마땅하다.

그러고 보니, 지난 어느 계절에 슬럼프에 빠져 저기 창고 구석에서 처박아 두었던 클럽을 다시 꺼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치기 전에 지쳐버린 나 자신을 꾸짖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