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제품을 연구한 학자들은 명품 구매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 개인적 차원의 요소가 문화적 교양과 수입임을 알아냈다. 즉 교양과 수입이 가능한 경우에 명품을 구매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명품들을 초기에 유럽에서 귀족들을 대상으로 했고, 이후 신대륙인 미국이 부상하자, 아메리카 대륙으로가 록펠러, 벤더빌트, 카네기 등으로 상징되는 신흥 부호층으로 새로운 고객을 삼았다. 오늘날 우리는 실제로 예전의 귀족만큼이나 부유하게 산다. 현재의 인류는 굶어죽을 고민을 하지 않는 유일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정도다.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의 배경은 한 이탈리아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에는 수도사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장서관이 나온다.  장서관의 깊은 비밀구역에는 저주가 걸려있어 들어가는 사람마다 죽게된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는 그만의 이성적 판단과 지식을 바탕으로 이 장서관의 저주가 누군가에게 조작된 것임을 밝힌다. 저주의 이유는 책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수도승 호르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권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그 책에 접근한 사람들을 죽였던것이다. 이렇게 소설에 등장할 만큼  중세의 장서관은 왠지 음침하고 비밀스러웠다. 중세 시대 사원들은 저마다 책을 보관했다. 그들의 책은 자산으로 간주되었다. 성직자들은 이러한 지식의 우위로 일반 시민들의 위에 군림했다. 지식이 모자랐던 사람들은 저절로 기가 죽었다. 즉 지식이 힘이었던 셈이다. 대중들에게 수도권 그리고 장서관은 이런 이유로 무언가 음습하고 숨겨진 곳이 된 것이다. 하지만 구텐베르그 이후 지식은 대중들의 손에 쥐어졌다. 지식을 갖춘 대중이 등장한 이후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우리는 안다. 각 나라들마다 소수 지배층이 역사에서 퇴조하고 대중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다. 오늘날 문맹율은 인류 유사 이래 가장 낮으며 인터넷을 통해 저마다 자유롭게 지식을 향유한다. 혹자들은 럭셔리나 명품의 구매가 상술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는 지식의 확산과도 관계가 있다. 이제 대중들은 충분히 어떤 제품의 유래와 의미를 이해할 만큼 발전했다.

이런 대중들에게는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아무런 정보없이 제품을 제공하기보다는 그들의 교양을 활용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하는 전략이 유효한 시절이 되었다.

현재의 대중을 과거의 귀족처럼 대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쉬울 수 있다. 유럽의 럭셔리 샵에서는 중동의 부자가 방문할 때 조용히 다가가 프랑스어로 말을 건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돌아오는 언어는 대부분 아랍어이지만, 프랑스어로 말을 걸어주는 것은 ‘당신은 안목있는 사람’이라는 무언의 인정으로 여겨지기에 부호들은 이 환대를 무척이나 즐긴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여성 임원으로 랭크된 애플의 안젤라 아렌츠는 애플 워치를 마케팅할 때 이런 귀족식 접근 방법을 썼다. 애플 워치는 최고가가 2,000만원이나 하는 럭셔리 포지셔닝을 특징으로 했는데 그녀는 애플 워치는 줄을 서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며, 사이트에서 예약을 하고 매장으로 나오면 직원들이 직접 응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형적인 럭셔리의 고객응대 전략을 쓴 것이다. 아렌츠의 이 전략을 적중해서 해당 연도에 애플이 역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하는데 일조하게 된다. 역사상 가장 똑똑해진 고객들, 그들이 왕족과 뭐 그리 다를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인정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을 구사해야 하는 것은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현대의 소비자들은 역사상 어떤 시대보다 평등해졌고 또 부유하다. 이는 그들의 문화적수준이 구매력과 만나면서 더 좋은 상품을 구매할 요건들이 갖추어 졌음을 의미한다.

귀족의 시대도, 부자들의 시대도 아니라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부유하다고 할 수 있는 ‘대중의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는 수준 높은 전략과 마음가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