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웨어에 대한 생각

골프웨어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이거다. 예전에 본 시트콤에서의 한 에피소드인데, 탤런트 권오중 씨가 맡았던 역할이 골프웨어를 선물로 받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지게 골프웨어로 차려입은(양말도 무릎 밑에까지 오는 니삭스였다.) 권오중 씨는 주변에서 멋있다고 하는 말에 어느새 기세가 올라 그 차림 그대로 나이트 클럽(…)에 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춤을 추다가 시비가 붙어 경찰서까지 가게 되는… 뭐 그런 에피소드였다.

사실 정통 골프웨어는 일상생활에서의 패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위 에피소드처럼 약간의 ‘우스꽝스러움’을 동반한다. 사실 나도 골프웨어를 입어보고싶다, 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다만 이런 궁금증은 있었다. ‘골프 칠 때 입는 저 옷이 정말 편할까? 꼭 저렇게 입어야 되나?’

사실 내가 보기에 골프웨어는 신사복도 아니요 그렇다고 정통 스포츠웨어도 아닌 뭔가 묘한 위치에 포지셔닝을 하는 듯하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골프웨어는 뭔가 더 가능성이 보이는 시장이라는 생각도 든다.

전세계 패션을 바로바로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패션에 대한 관심 자체와 시선자체가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남성복, 특히 정장에 대해서 요즘 이렇게까지 빠삭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멋지다’ 고 말하는 패션의 폭도 굉장히 커졌다. 특히 재밌었던 건 ‘트위드’에 대한 관심이었는데 유럽에서 열리는 ‘트위드 런’ (머리부터 발끝까지 트위드 모직으로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경주 및 산책하며 참가하는 행사) 행사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치러졌단 소식을 들은적이 있다. 아주 고풍스럽게 니삭스에 모두가 얼룩덜룩한 트위드 모직물 자켓에 바지에 모자까지 쓰고, 무슨 셜록홈즈에나 나올 법한 사람들의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환하게 웃으며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습이, 난 예전의 시트콤 속 권오중 씨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는 좀 다양한 컨셉의 골프 대회같은 것도 있다면 문화적으로도 더 풍부하고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은 행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모두가 신사복(혹은 개량한복은 어떠한가)을 차려입고 참여한다든가. 혹은 역으로 드레스코드를 무시하고 모두가 ‘어슬레틱’한 오로지 기능성만을 강조한 옷을 입고 참여한다든가. 예를 들자면 모두가 기능성 쫄바지에 쫄티를 입고.

이런 건 극단적인 예지만 내가 생각하는 패션으로서도 스포츠웨어로서도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다름아닌 르네 라코스테가 창시한 테니스웨어다. 사람들은 그 옷을 우스꽝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일상에서도 사랑하고, 전문 선수들 역시 아직까지도 그 옷을 입고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패션으로서 스포츠웨어로서 완벽한 접점을 만들어낸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골프는 어떠할까? 골프웨어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패션으로서도 사랑할 날이 올까?

불가능은 없으리라 본다.

영국인들이 낚시하러 갈 때 입던 바람막이 왁스자켓이 비싼 값에 스트릿 패션의 아이콘이 되는 세상이다. 골알못인 나도 일상에서 입기 위해 골프웨어를 검색해보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