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성격처럼, 사람들은 저마다의 ‘입맛’을 갖고 있다.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거나, 단맛은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글자만 봐도 싫은 음식이라거나, 떠올리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음식이 있다거나. 음식에 대한 취향은 의외로 확고해서 ‘난 매운 음식을 잘 못먹어요.’하는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청양고추를 보고 맛있겠다고 생각한다던가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입맛은 계속 변한다.
인간의 미각 세포는 8~12일을 주기로 끊임없이 생겨나고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약 10주에서 12주면 혀 안의 모든 세포가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말하자면 ‘매운것을 못먹는다’고 적응 된 혀 세포는 10주 정도면 완전히 사라진다는 뜻이다. 만약 짠 입맛을 갖고 있다면 이 기간 동안 싱겁게 먹음으로써 싱거운 입맛을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즉 ‘입맛이 변한다’는 건 어릴 때 단걸 좋아하고 어른이 되어 과자을 싫어하게 되는 정도가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새로운 맛을 길들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길어야 고작 12주. 지금까지 나는 이런 입맛이다, 라고 생각해왔던 시간에 비해 실제 내 입맛의 역사는 아주 짧았던 셈이다.
그러니까 입맛이라는 건 의외로 상당히 심리적인 요인이 많다. ‘나는 이런 음식을 좋아한다’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먹기 전에 이미 머리로, 이성으로 결정하는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신맛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저건 맛이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건 우리의 혀이기보다는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관념일지도 모른다. 그런 관념들이 가로막고 있는 새로움과의 만남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꼭 음식 뿐만이 아니라 한 번 나쁜 기억이나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인간은 그에 대해 결정내리기를 좋아한다. 이것은 이럴 것이다, 라고 말이다. 너는 이런 행동을 했으니까 이런 사람일 거야. 내가 직접 보고 판단했어. 스스로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결정하는 순간 그 사람에 대해 생겨날지 모르는 좋은 일들도 가능성을 잃고 사라져버린다. 우리 몸의 작은 미각 세포조차 8일마다 새로 깨어나고 죽고 달라지길 반복하는데 정작 인간은 왜 한번 정한 것에 평생 갇혀있거나 머무르려고 하는 것일까. 스스로 행복할지 모르는 일에 거리를 두면서.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내 이야기이다. 어릴 때 덜 익은 딸기를 먹고 질색을 한 뒤로 딸기라는 글자만 봐도 혀가 쭈뼛 당기는 느낌이 들어 십년이 훌쩍 넘도록 딸기를 먹지 않았고 누구에게나 “난 딸기를 좋아하지 않아. 신맛을 싫어하거든.”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먹게된 딸기는 정말 잘 익어서 달콤했고 또 먹고 한참이 지나도 향긋한 냄새가 올라와 기분이 좋았다. 그 후론 딸기에 대해 막연히 갖고 있던 미운 기억도 조금씩 지워졌고 새로운 신맛의 과일들도 하나둘 먹어보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만약 오래전에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멀리했던 음식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나의 미뢰엔 잘 맞을지도 모른다. 오래전에 지나간, 내게 싫었던 일들도 한번 다시 꺼내어 도전해보거나 새롭게 마주해 보는 일도 비슷할지 모른다. 스스로 만들어둔 울타리 속에 갇혀서 미래의 나를 결정짓기엔 한번뿐인 인생이 아쉽다. 나라는 인간조차 매일 새로이 태어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