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FA컵을 끝으로 잉글랜드 내의 모든 축구 시즌이 끝났다. 챔피언스리그가 남아있기는 하나, 일찌감치 짐을 쌌던 잉글랜드 팀들과는 무관한 대회다. 시즌 전 세계 최고의 명장들이 한 리그에 모이며 ‘EPL판 7공주’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던 EPL팀들은 아스날의 FA컵 우승으로 사이 좋게 한 자리 씩을 나눠 가졌다. 물론 몇 팀은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다.

 

  1. 첼시

지난 시즌 첼시는 태업 논란이 나올 정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우승권은 커녕 중위권도 아니고 하위권에 쳐져 있다 거스 히딩크가 소방수를 맡아 간신히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올 시즌 안토니오 콘테가 팀을 맡으며 완전한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리버풀과 아스날에게 일격을 맞으며 휘청 하기도 했다. 그러나 3:0으로 패한 아스날 전 후반에 들고 나온 3-4-3 전형이 힘을 받기 시작하면서 시즌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유럽 대항전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도 거뜬했다. 물론 부상도 없었다. 2년 만에 다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귀환한 첼시는 FA컵에서 아스날에게 1:2로 패하기는 했으나, 첼시가 다시 챔피언스리그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설렘을 감출 수 없다.

 

  1. 토트넘 핫스퍼

토트넘을 맡은 지 3년 차에 접어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는 팀을 완벽한 궤도에 올려 놓은 모습이다. 가레스 베일과 루카 모드리치를 이적 시키며 얻은 이적료로 제대로 된 팀 개편에 계속 해서 실패하던 토트넘은 마침내 해법을 찾았다. 2년 연속 득점왕에 오른 해리 케인을 비롯해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가 리그 최고 수준으로 성장하며 팀을 우승권으로 올려 놓았다. 지난 시즌 리그 적응에 애를 먹으며 우려를 낳았던 손흥민도 올 시즌 만개하며 힘을 보탰다. 시즌 초 중반 첼시와 같은 3-4-3, 혹은 3-4-2-1 전형으로 재미를 보다 손흥민까지 폭발하며 4-2-3-1로 시즌을 끝마쳤다. 시즌 막판 힘이 빠지며 또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는 못했으나, 챔피언스리그로 직행할 수 있는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내내 보여준 폭발력을 이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줘야 할 때다.

 

  1. 맨체스터 시티

세계 최고의 명장 중 하나인 펩 과르디올라가 맡은 첫 시즌은 아쉬움이 많았다. 기대했던 리그 우승 경쟁에서는 일찌감치 멀어졌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일찌감치 탈락했다.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위협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막판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리그 3위에 위치하며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따냈다. 과르디올라가 원하는 전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실 선수 개개인의 클래스가 매우 높아야 한다. 매우 변칙적이고 많은 움직임을 요하는 전술을 구사하기 때문이다. 이미 가엘 클리시, 헤수스 나바스, 파블로 사발레타 같은 선수들은 팀을 떠나기로 했다. 2년 차에 접어드는 다음 시즌에는 보다 과르디올라의 전술에 잘 녹아들 수 있는 선수들로 꾸려질 것이다. 기대에는 못 미친 올 시즌이었으나, 과르디올라 만의 놀라운 전술이 제대로 구현될 것으로 보이는 다음 시즌이 더 기대된다.

 

  1. 리버풀

위르겐 클롭이 팀을 맡은 지 2년 차였던 올 시즌, 리버풀은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부터 클롭 특유의 ‘게겐 프레싱’이 팀에 잘 녹아든 모습이었다. 아담 랄라라, 사디오 마네는 왕성한 활동량으로 강력한 전방 압박을 보여줬다. 그리고 필리페 쿠티뉴가 그 방점을 찍었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나간 뒤 다시 한 번 리그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지만, 비교적 약하다고 분류된 팀들에게 중요한 시점에서 덜미를 잡혔다. 시즌 초 중반,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사디오 마네가 네이션스 컵으로 자리를 비웠고, 돌아온 뒤에도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며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팀의 주장인 조던 핸더슨 역시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어 사실상 최상의 스쿼드로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그래도 리그에서 4위를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예선 티켓을 얻었다. 간만의 챔피언스리그 복귀다.

 

  1. 아스날

아스날은 아르센 벵거 체제 이후 사실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참가해왔던 아스날은 리그 5위로 시즌을 마치며 20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팀의 에이스인 알렉시스 산체스는 제 역할을 해냈지만, 또 다른 에이스인 메수트 외질의 컨디션 난조, 산티 카솔라의 시즌 아웃 등으로 역시 팀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번 챔피언스리그도 역시 16강에서 탈락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시즌 말미에 좋은 모습을 보이며 ‘아스날의 과학’인 4위권에서 경쟁했으나, 맨시티와 리버풀이 미끄러지지 않으며 결국 5위로 마감했다. 다행히도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좌절의 아픔을 위로 받았다.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렉스 퍼거슨이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휘청거려도 너무 휘청거리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압도적인 모습도 잃어버렸고 챔피언스리그는 참가 조차 하지 못했다. 조세 무리뉴가 감독을 맡았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헨릭 미키타리안 등이 팀에 합류하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무패 행진을 달렸으나 실망스러운 경기력으로 무승부가 매우 많았다. 게다가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제대로 된 스쿼드로 시즌을 운영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시작을 알리는 커뮤니티 쉴드를 따냈고, 리그 컵과 유로파 리그에서 우승을 따내며 ‘나노 트레블’을 달성했다. 리그 순위가 6위로 처진 것은 아쉽지만, 무리뉴의 판단 하에 유로파 리그에 올인한 결과로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따냈으니 됐다. 다음 시즌은 그 유명한 무리뉴의 2년 차이기 때문에, 새롭게 구성될 선수단으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