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음식 가짓수만큼 맛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조리된 음식의 맛은 대체로 복합적이다. 단 하나의 맛만 가진 건 재료들이다. 오로지 매운 고춧가루, 오로지 달콤한 설탕, 오로지 짠 소금. 주재료에 부재료를 넣어 맛을 어울러야 먹을 만한 음식이 된다.

개인 호불호에 따라 입맛도 천차만별이라 모든 음식이 모두에게 맛날 순 없다. 영양소만 골고루 섭취한다면 편식도 그저 개인 성향에 지나지 않는다. 매운맛은 특히 취향을 타고, 달거나 쓴 것, 신 것 등도 선호가 갈린다. 식감 역시 그렇다. 눅눅하거나 불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에겐 남겨 버릴 음식이 누군가에겐 없어 못 먹는 진미가 되기도 한다. 먹는 방법도 각자 다를 수 있다.

무얼 어떤 방식으로 먹든 개인 자유란 말이다.

그럼에도 평소 먹는 것에 대해 참 많은 참견 받는다. 특정 음식을 못 먹는다거나, 먹을 순 있는데 싫어해서 안 먹는다거나 하면 굳이 먹어보라며 몇 번이고 권한다. 한 번은 그래, 호의다 싶지만 무슨 나쁜 버릇 교정받는 아이처럼 이런 것도 먹을 줄 알아야 한다며 몇 번씩 들이대면 고문 받는 것과 뭐 다른가 싶다.

나는 삭힌 홍어를 못 먹는데 일단 맛을 알면 빠져든다며 굳이 홍어삼합 집을 회식장소로 잡았던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내가 먹는 것에 괜한 트집으로 비아냥을 받은 적도 있다. 크레모사 사탕을 좋아하는 내게 나이가 몇인데 애처럼 그런 거나 먹냐며.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모든 육고기는 푹 익힌 걸 좋아해서 소고기도 완전히 익힌 담에 먹는데, 너 어디 가서 소 먹는다는 얘기 하지 마라, 는 소리를 한 두 번 들은 게 아니다. 아니, 내가 무턱대고 거리에서 ‘저, 소고기 먹었어요!’ 소리라도 지르고 다닐 것 같아서 걱정 해주는건가?

나는 초장 맛으로 회 먹는 사람이다. 그럼 꼭 이런 말이 나온다. 회 먹을 줄 모르네. 생선 구이 집에서 갈치를 시켜 거진 3/1은 버리고 가운데 살만 쏙 발라 먹는 모습을 보고, 갈치 먹을 줄 모르네. 그럴 거면 왜 먹냐. 그렇게 먹으려고 갈치를 시킨 거다. 지가 사주는 것도 아니고, 더치페이로 내가 내 돈 내고 먹는데 어떻게 먹든. 뭐.

먹을 줄 안다는 건 그럼 뭔가? 입으로 넣어 씹은 뒤 목구멍으로 넘길 줄만 알면 먹을 줄 아는 거 아닌가?

왜 이렇게 남 먹는 거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자기 밥들이나 꼭꼭 씹어 잘 먹으면 되지, 수박을 먹을 때는 씨발라먹든 씹어먹든, 먹는 사람 맘이다. 그리고 좀 특이한 음식 먹을 줄 아는 게 대단한 자랑은 아니잖은가? 나도 매운 거 되게 좋아하지만, 맵고 쓰고 일종의 고통 비슷한 맛을 즐긴다 해서 어른스러운 거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대학시절 한 번은 과 동기들끼리 순대를 먹다가 소금을 찍냐, 쌈장을 찍냐 가지고 서로 이해 안 된다며 싸우듯 하던 꼬락서니까지 보았다. 맛과 먹는 법을 법으로 정해둔 것도 아닌데.

밥상 꼰대님들아. 너네 꼭 그랬어야 됐냐? 평화만 누리고 싶은 식탁 위의 행복을,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꼭 그렇게 한마디 했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효율 우선의 시대, 규격화된 사회 속에서 안 그래도 수많은 잣대에 자신을 맞추며 사는 우리다. 먹는 것까지 그러지 말자. 내 맘대로 좀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