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생명은 ‘간’이다. 간은 소금, 간장, 된장 따위로 맞추는데 모두 짠맛이다. 간이 많이 됐다 하면 너무 짜다는 말이고 간이 덜 되었다 하면 싱겁다는 말이다. 간이 딱 맞아 먹기 좋을 만큼만 짠맛을 두고, 나는 ‘짭조름’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짭쪼름은 맛있다고 하는 음식 대부분에 포함되어 있다. 매콤도 짭조름이 받쳐주기에 계속 당기는 거고, 달콤도 짭쪼름이 없다면 입만 텁텁해진다. 고소함에 짭쪼름을 조금 더하면 멈출 수 없이 손이 가고, 새콤에 짭쪼름을 섞으면 오감이 확 산다. 맛의 핵심을 잡고 있는 건 항상 짭쪼름이다.

식감으로 따지면 ‘쫄깃’이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쫄깃 앞에 자제력을 잃는다. 호로록 빨아들이면 입가를 때리며 요동치는 잘 삶은 면의 탱글탱글함. 꾸덕하게 잘 말린 반건조 오징어를 살짝 구워 씹을 때, 통통한 살점을 파고들며 아랫니와 윗니가 자석처럼 쪽 붙었다 떨어지는 쫀쫀함. 도톰한 육포를 물고 한 번 입을 닫았다 열 때마다, 끈적하게 배어져 나오는 육즙과 씹은 치아 표면에 착 들러붙는 살점의 몰캉거림. 씹는다는 행위를 가장 즐겁게 만드는 식감이 바로 요 쫄깃 아니겠는가.

이 두 가지를 합친 ‘쫄깃 짭조름’에 매콤과 새콤까지 어우러진 ‘오징어 젓갈’은 입맛 살리는데 여간 탁월한 게 아니다.

소금에 절여 삭히는 젓은 주로 해산물을 사용한다. 담그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지만 주재료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완성된다. 어리굴젓의 물컹한 식감이나 조개젓의 비릿한 국물 맛, 갈치속젓의 짙은 맛이나 돔배 젓의 곰삭은 맛 등은 해당 젓갈만의 특징이지만,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워낙 많은 종류만큼이나 취향 타는 음식이 젓갈이다.

오징어 젓만은 그래도 예외다. 가장 많이 먹는 젓갈은 단연 새우젓이겠지만 단독으로 먹기보다 양념 성격이 강하니 예외로 두자. 오징어 젓은 반찬으로 먹는 젓갈 중 대중성으로는 단연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다.

생것의 맛은 깨끗하며, 말려 먹으면 고소한 오징어는 해산물 중에서도 비린기가 워낙 없는 생물이다. 씹을 거리의 대표 주자답게 쫄깃한 살점 안에는 짭조름한 바닷내 은은히 배어 감칠맛까지 일품이다. 특히, 오징어 젓은 숙성 없이 바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직접 담그기도 쉽다.

고춧가루를 덜 넣어 담그면 아이들 먹기도 좋고, 절인 덕에 치아가 좋지 않은 어른들 먹기에도 적당히 부드럽다. 양념에 밥을 비벼 먹거나 비빔국수에 섞어도 어울린다. 무채를 넣고 담가도 좋다. 아삭하고 시원한 맛이 가미되어 젓갈 특유의 자극적인 맛을 줄여준다. 냉수에 밥 말아 오징어 젓갈 하나만 올려 먹어도 별미다. 날 음식을 잘 못 먹거나 비위 약한 사람도 오징어 젓은 거부감 없이 잘 먹는 경우가 많다. 맵고 시큼한 정도는 취향 따라 조절하면 된다. 어떤 식으로 해 먹든 ‘쫄깃 짭조름’만 살아 있다면 무조건 맛있다.

지금이야 내장류 젓갈 같은 거 없어 못 먹는 나지만, 군내 나는 젓갈의 참 맛을 깨닫기 전까진 젓갈은 오로지 오징어만 먹었었다. 오징어 젓 하나면 밥 두 공기 뚝딱 비우고도 맨 입에 몇 개 더 집어 먹으며 입맛을 쩝쩝 다셨다. 내 생에 최초의 밥도둑은 간장게장이 아닌 바로 오징어 젓이었달까? 매운 음식을 처음 배운 것도 오징어 젓이었다. 대여섯 살 적 나는 혀가 얼얼해서 김치도 입에 잘 못 댔는데 오징어 젓은 물을 한 대야는 마셔가면서도 매운 기를 구태여 참아가며 쩝쩝 씹어댔다. 물에 씻지도 않고 뻘건 양념 잔뜩 묻은 걸. ‘쫄깃 짭조름’ 덕에 맛있게 맵다는 말이 무언지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입맛 없을 때 나물도 좋고, 샐러드나 과일도 괜찮다. 하지만 오징어 젓은 정말 직방이다. 갓 지은 뜨거운 밥 위에 오징어 젓갈 한 점. 그 통조림 햄에 버금간다. 내 입맛엔 훨씬 낫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