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쓴 소설에 중요한 소재로 과일이 하나 들어가야 했다.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익숙한 과일이라는 것까지는 정했는데 과일의 종류만해도 수천가지에 이르지 않은가. 그 중에 어떤 것을 써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중요한 부분이었기에 허투로 고랄 수 없었다. 이야기에 몰입하여 열심히 장면을 시뮬레이션 하던 중, 갑자기 머릿속에 오렌지가 탁, 하고 튀어나왔다. ‘그래! 오렌지다!’ 그보다 더 어울리는 과일은 없을 것 같았다. 왜 나는 하고 많은 과일 중 오렌지를 떠올린 걸까?
오렌지는 귤속에 속하는 과일로, 지중해같은 따뜻한 기후의 지역에서 재배된다. 이름 때문에 서양이 기원일 것 같지만 기원전 2500년 전에 중국에서 경작된 것이 15세기 말부터 지중해로 전해지고 스페인 사람들에 의해 미국 대륙으로 들어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자료에 따라 인도가 기원이라고도 하는데, 어쨌거나 아시아권에서 생겨난 모양이다.) 귤과 비슷하지만 좀 더 껍질이 두껍고 모양이 둥글며 즙이 많다. 향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상쾌한 과일인데, 영양 면에서도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피부미용과 감기 예방에 좋다.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고 달콤하고 맛있어서 남녀노소 즐기는 과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런 특성들은 그저 내가 오렌지를 맛있게 먹는 이유에 가깝다. 오렌지는 ‘단순히 흔히 먹을 수 있는 과일’의 정의를 벗어나는 추가적인 매력들이 있다. 그건 오렌지가 상당히 감각적인 과일이라는 점이다. 우선 생김새가 그러하다. 쨍하게 밝고 선명한 오렌지의 빛깔과 그것을 두르고 있는 구에 가까운 동그란 모양은, 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는 알수없는 분위기가 있다. 매끄러우면서도 촘촘히 공기구멍이 나있는 포들한 껍질을 벗기고 나면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상큼한 과육이 나온다. 이 과육은 신맛과 단맛이 아주 조화롭게 섞인 맛을 낸다. 손이 물드는 것도 모르고 하나를 다 까먹고 나면코와 입은 물론이거니와 주변의 공기마저도 온통 오렌지의 향으로 가득 차오른다. 오렌지는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신선하고 일상적인 과일의 전형이다.
내가 소재로 오렌지를 떠올린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전혀 특별하지 않고 평범하게 먹는 행위인데 감각적인 포인트를 살려주어야 했다. 거기에 오렌지보다 적절한 과일은 없었으리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런 매력 때문인지 각종 예술 작품에서 오렌지는 종종 등장하곤 한다. 오렌지가 제목인 영화, 만화, 드라마, 시, 가수명 등등… ‘왜 오렌지인거죠?’하고 물으면 작품마다 다르게 답하겠지만, 분명한 건 오렌지엔 누군가를 자극하는 톡 튀는 매력이 있다는 점일 것이다. 과일 하나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니, 오렌지는 역시 신기한 과일이다.
색으로 봤을 때, 오렌지색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에너지’와 ‘성과’라고 하며 색이 지니는 메세지는 ‘마음의 준비는 끝,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라고 한다. 그 밝은 주황빛을 보고 있으면 이 상징성이 절로 납득이 간다. 없는 힘도 솟아날 것같은 발랄한 빛깔이다. 심지어 맛도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까. 오렌지의 제철은 6월에서 10월이다. 이제 오렌지가 최고로 맛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향과, 모양과, 맛까지, 모두 음미하며 오렌지의 매력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