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라는 종교에는 두 개의 종파가 있다. 리오넬 메시 Lionel Messi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ristiano Ronaldo라는 두 종파의 신은 하필이면 각각 라이벌 팀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다.

사실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15년 팬이라 호날두 교에 더 가깝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바르셀로나만 방문하기 때문에 메시 교의 신을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는 메시 교에도 꽤나 우호적인 편이고, 어찌됐건 신의 존재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바르셀로나의 홈 구장인 캄프 누Camp Nou에 도착했다. 캄프 누 앞에는 나처럼 메시 신을 보기 위한 신도들로 인사불성이었다. 여러 신도들이 목에 FC바르셀로나의 로고가 박힌 머플러를 두르고 있길래, 나도 근처 가판대에서 머플러를 사서 목에 둘렀다. 나는 종교가 없어서 잘 모르지만, 의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12유로를 지불 했다.

1시간 여를 기다린 끝에 경기장 입장이 시작 됐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무신론자지만 실체가 존재한다는 신을 눈으로 볼 생각을 하니 의심스러우면서도 심장이 덩기덕쿵덕 거렸다.

바르셀로나는 낮에 따뜻했는데, 캄프 누의 안은 추웠다. 아마도 신에게 모든 온기를 몰아 주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옆자리에 있던 어떤 여성 신도는 신을 보는 것이 너무나 떨렸는지, 연신 해바라기 씨를 까먹어 대고 있었다.

신도 사람처럼 체력이란 게 있는지 오늘 경기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신은 당당히 경기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역시, 신에게는 그런 것 없다.

경기가 시작 됐다. 축구는 꽤나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데 신이 계속 걸어 다녔다. 친구는 왜 걸어 다니냐고 비아냥 거리고 있었다. 나는 신도 지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역시 신은 없는 것이라 못 박으려던 차 였다. 사실, 신은 뛸 필요가 없었다.

신은 걸어 다니다가 공을 잡으면 조금의 드리블도 없이 패스를 해댔는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패스를 신은 우리가 흡사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듯 쉽게 했다. 신의 패스 하나에 신도들은 모두 들썩거렸다. 종교를 왜 가지는 지 늘 의문을 품었는데, 두 눈으로 직접 신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그 해답을 찾았다.

하지만 패스만 하는 신이 원망스러웠다. 신에 대한 믿음의 방점을 골로 찍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사실이었을까, 신이 프리킥으로 골을 터뜨렸다. 역시, 신에게는 많이 뛸 필요도 없이 도움닫기 몇 번이면 충분했다. 경기장에 들어 찬 9만에 가까운 신도들을 메시라는 종파에 존속시키기에, 신은 당연하다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경기가 끝나고 나는 신이 떠난 뒤 조금 이성을 찾아 ‘나는 그래도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 되뇌고 있었다. 그때 나는 캄프누의 3층에서 9만 신도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그들의 목에 감긴 머플러가 내 목에도 감긴 것을 재확인 한 순간 내가 ‘메시’라는 종파에 이미 속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신이 다녀갔던 캄프 누의 사진을 SNS에 올렸다. 나는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신의 존재를. 사진에 곁들여 이렇게 썼다.

 

“오늘, 나는 신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