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은 밉다.

그러나, 밉다는 것은 애정이 있다는 말이다. 싫다는 것이 과연 그 끝을 말하는 것이다. 골프가 그렇다. 밉지만 싫지는 않다. 대개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하는 것이 골프다. 프로 골퍼의 정확한 샷을 수백 번 돌려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당연히 똑같이 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머리 속에 그려지는 내 스윙 모습이 프로골퍼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동영상을 보다 잠시 일어나 아무 것도 쥐어져있지 않은 손을 모아 스윙을 해본다. 이거 예술이다. 백스윙부터 피니쉬까지 매끄럽기 그지 없다. 내일 아침 라운딩이 더이상 두렵지 않다. 오히려 기다려진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첫 드라이버부터 시작한 실수는 중반이나 후반에도 계속된다. 더이상 ‘실수’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처음 샷은 처음이라서, 중반엔 몸이 안풀려서, 끝판에서는 이제야 감이 돌아온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돌면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몰려온다. 성에 차지 않아 라운딩 후에 들른 연습장에서 다시 공을 쳐보면 그것이 ‘생각’이 아니라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라운딩 중 가장 많이 ‘친 것’은 공도 아니고, 뒷땅도 아니고, 모래도 아닌 바로 가슴이었다. 가슴을 퍽퍽치며 돌고 난 라운딩은 후회 막급이다. 공이 맞지 않은 이유를 수백 개나 댈 수 있지만 결국엔 자기 반성이 주를 이룬다.

 

그럼 왜 골프를 치는가?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마음까지 버렸다는 후회를 하면서도 우리는 왜 다시 필드에 서는가? 희망이다. 용기다. 간절함이다. 즐거움이다. 즐기기위해서 그것을 절대적으로 잘 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과도한 경쟁과 남을 의식한 플레이가 스스로를 가슴치게 하는 것이다. 어쩌면 공들인 시간에 대비한, 배신한 노력이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보자. 골프가 나쁜 건 아니다. 실수가 나쁘거나 실력의 부족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고로 당신은, 우리는 잘못이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내일 당장 우리가 프로골퍼 입문을 위해 Test를 해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마음을 좀 가볍게 가져보자. 당신은 당신의 본업과 일상에 충실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골프를 즐기고 있다. 골프를 본업으로 삼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어떨까. 내가 몇 십번이고 해도 되는 실수를, 그들은 단 한 번이라도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일상에 충실하고 골프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가슴 치지 말자. 후회 하지 말자. 돈과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억울해 하지도 말자. 우리는 스스로에게 투자 했고, 그것을 즐겼고, 때로는 잘맞은 공에 희열을 느꼈다.

 

그것으로 되었다.

그것이, 미워도 다시 한 번 더 도전할 이유다.